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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10:14

부상을 입은 우성을 의자에 앉게하고 명헌은 식탁에 장바구니를 내려놓았어. 당근, 양파, 감자 같은 야채와 편의점에서 세일 중인 닭가슴살을 꺼내는데 우성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닭쪽으로 손을 뻗었어.

 

손등을 찰싹 때리며 명헌이 우성을 노려볼거임. 우성이 시무룩해져서는 식탁위에 엎드렸어.

 

- 주인, 오늘 뭐 먹을 거야?

 

- 카레.

 

- 카레? 나 그거 책에서 봤는데! 노랗고 걸쭉한 거잖아.

 

눈을 빛내며 당당하게 말한 우성이 머리를 자기 쪽으로 들이밀었음. 명헌이 피식웃으며 우성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

 

- 우성, 똑똑한 뱀이에용.

 

- 이제 알았어?

 

이젠 농담까지 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 코를 아프지 않게 꼬집으면서 마지막으로 장바구니에서 카레가루를 꺼냈지.

 

- 먼저 야채를 깎아야 해용.

 

명헌이가 앞치마를 두르고는 우성앞에서 요리교실을 시작했음. 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헌의 말을 들었지.

 

요리가 서툰 명헌이 손질을 끝내자 1/3 정도의 양만 남았음..

 

- 주인, 나 이거 먹어도 돼?

 

이미 입안에 당근껍질을 우물거리면서 우성이 물었음.

 

- 뭐, 씻었으니까..꼭꼭 씹어먹어용.

 

한창 성장기인 우성이라 순식간에 껍질들을 먹어치웠지.

 

- 주인, 나 입안에서 뭐가 절그럭거려.

 

- 가서 입 헹구고 와용.

 

담부터는 껍질을 씻는 시간에 공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명헌이겠지. 다음으로 불을 쓸 차례가 됐어. 명헌은 잠시 텀을 두고 있다가 우성에게 말했어.

 

- 우성, 불 쓸건데 괜찮아?

 

- 응! 주인이 쓰는 거니까!

 

쟤는 아무렇지 않게 저런 감동적인 말을..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명헌이 가스불을 켰음.

 

요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어. 썰어놓았다기보단, 부숴놓은거에 가까운 야채들을 볶고 다 익었을때에 물과 우유를 넣었지. 보글보글소리가 나며 카레가 맛있게 익어갔어. 이제 마지막으로 조리된 닭가슴살을 넣을 차례였어.

 

- 우성, 닭가슴살 좀 가져와봐용.

 

- 우성?

 

답이 없어서 뒤를 돌아보자 우성이 닭을 절반정도 뜯어먹고 있었음.

 

- 주인 것도 남겨놨어!

 

- 뻔뻔한 뱀이에용..

 

명헌이 한숨을 내쉬며 이빨자국이난 닭가슴살을 몇갈래로 쪼개서 카레안에 넣었어.

 

- 우와! 아까보다 맛있는 냄새가 나!

 

우성이 침을 흘리며 그릇을 바라보았어. 접시를 내려놓기 무섭게 우성이 카레국물을 들이키기 시작했지.

 

- 정우성!

 

호통소리에 우성이 눈동자를 힐끔 올려서 눈치를 보더니 접시를 내려놓아.

 

- 우성은 수인! 수인은 숟가락 젓가락 쓴다. 알았어?

 

- 알겠어..

 

우성이 슬그머니 수저를 들어올려서 카레를 퍼먹었음.

 

- 헤헤, 맛있다.

 

금새 헤실해져서는 따봉을 올리는 우성이었지.

 

- 허, 참.. 천천히 먹어.

 

그런 우성을 향해 웃어보이며 명헌도 카레를 한입 떠먹었어.

 

 

+) 상처많은 뱀우성이랑 따뜻한 명헌이 보고싶어서 쓰게 됐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네 읽어줘서 고맙다 붕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