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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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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어린 아라를 보고 싶어서...똥쌈...똥글주의...
퍼슬덩 디테일이랑 조금 다를 수 있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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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섭이의 실종만큼이나 태섭이 오토바이 사고도 집에서는 금기된 주제였음
특히 아라는 가족을 잃는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실감한 사고이기도 했음
아빠나 준섭이 같은 경우에는 친한 친구가 영원히 전학을 가버린 느낌에 불과했다면,
태섭이 사고가 나서 누워있을 때는 누군가 마음의 일부를 말도 없이 도려내간 느낌을 받음

그리고 다시 곱씹어보는 거지. 오빠는 왜 죽으려고 한 거지?
경찰이 와서 사고 경위 같은 것을 엄마한테 읊어주는 걸 몰래 엿들었음
오빠가 그냥 눈을 감고 오토바이 핸들에서 손을 놓아버렸다고 그랬음
그러다 중심을 잃고 넘어져 아스팔트에 쳐박히고 피를 바가지로 쏟으면서도
아픈 기색 하나 없이, 신음 하나 없이. 편한 얼굴로 누워만 있었다는 것임

심증은 있었지 .어디서 처맞고 왔는지 (맞기만 하진 않았을 거란 건 알지만)
잊을만 하면 얼굴에 새로운 상처를 매달고 집에 들어오곤 했으니까.
맞은 곳이 아픈지 끙끙 앓는 소리가 새벽마다 끊이질 않았으니까.
아라는 화장실 가는 척 오빠 방문 앞에 서서 그 소리를 숨죽여 듣곤 했음.
그냥... 무슨 일이냐고, 누가 오빠 괴롭히냐고 물어볼까 갈팡질팡 하면서.
어쨌든 그런 날이 꽤 오래 되었기에  오빠를 괴롭게 하는 놈 때문에 죽으려 했나보다,
생각 하면서도 끝까지 문제의 원인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음

나를 린치하는 놈들 때문에 죽으려던 게 아니다,
이 집구석이 답답해서 버거워서 죽고 싶었던 거다.
혹시나 이런 소리를 들을까봐서 내심 무서웠기 때문임
그러나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지자 덜컥 무서워져서 마음을 달리 먹음

오빠가 죽으려 했던 건. 죽은 아빠나 큰 오빠 때문이 아니야.
혼자 있을 때 몰래, 마지못해 사는 듯한 표정을 짓는 엄마도 아니고.
오빠들 닮아 체력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닌 나 때문도 아니야.
내 삶에서 태섭 오빠를 함부로 도려내가려고 했던 건...
오빠를 때리고 오빠 이빨도 한 개 날려먹었던 어떤 놈이다.
아라는 그렇게 결론을 내림.

다행이 태섭이가 금강불괴급 체력으로 살아났지만 
아라의 마음에는 이상한 생채기가 남게됨
엄마와 태섭 사이에서 눈치를 심하게 보게 되었음
원래도 아슬아슬한 둘 사이에서 실없는 농담이나 던지면서
분위기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자처해왔긴 했지만 
오토바이 사고 이후에는 더 의식적으로 철없고 쿨한 막내 노릇을 함

태섭이도 섬세한 성격이라 아라의 변화를 눈치챘을 법도 한데,
엄마와 함께 있을 때는 엄마와의 미묘한 거리감이나 불편함 때문에
아라가 애써서 농담 따먹기 하고 집안의 개그우먼 노릇하는 걸 캐치를 못함
오토바이 사고는 영영 없던 일처럼 가족들 사이에서 묻히고 시간은 흐름

그래도 사고 후 태섭오빠가 농구도 재밌게 하고,
산왕을 이기고 돌아온 날을 기점으로 가족 사이가 예전과 달리 부드러워진 게 느껴졌음
편안한 날 이어지는 와중에 태섭오빠가 집 근처에서 정대만과 키스하는 걸 봐버렸고...?

오빠 잡아먹을 듯이 키스하던 그 놈을 나에게 소개시켜주지 않으면
엄마와 북산 농구부에 소문을 내버리겠다고 협박한 끝에...
아라는 토요일 점심,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파스타집에서 대만을 처음으로 만나게 됨.

대만이 옆에 앉은 태섭오빠가 답지 않게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개웃김
어차피 오빠 골려주려고 만든 자리였기 때문에 아라는 지금 이 상황 너무 즐거움
대만이라고 뭐 다를까ㅋㅋ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엉덩이는 들썩들썩하면서 
'저기, 아라씨에겐...그날 못 볼꼴을 보였습니다' 하는데 
태섭이가 무슨 아라'씨'냐면서 또 들썩들썩 함.

그래도 땀 닦으라고 냅킨 쓰윽 대만이 쪽으로 밀어주는 보는 오빠 얼굴이 좋아보여. 
그리고 대만이라는 놈도 뭐 음흉한 느낌도 없고. 못된 놈이라는 생각은 안듦.
그리고 음흉한 놈이면 어쩔 거고 못된 놈이면 어쩔 건데. 
동생이란 이유로 오빠 연애사정까지 간섭할 생각 없음 
오빠 지가 좋아서 사귀겠다는데 후회도 본인 몫임

그래도 대만이란 사람 허술해보이긴 해도, 사람은 좋아보여서 마음이 놓이긴 함
혼자서 대만이 성격평가까지 끝낸 와중에 태섭이 잠깐 자리를 비우고.
아라랑 대만이만 남았음 아직 긴장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대만에게 물어봄

이번에도 그냥 분위기나 풀어보겠다고 아라는 대만에게 농담처럼 오빠 얘길 꺼냄.
오빠 심기 안 거스르게 조심하라고. 성깔 장난 아니라면서 수틀리면 강냉이 나간다고 농담하니,
대만이가 그제야 조금 편해졌는지 웃으면서 이미 태섭이한테 앞니 두 개 털려봤다고 함ㅋㅋ
그리고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내 잘못이야. 내가 태섭이 화나게 만든 거지. 
태섭이한텐 아무리 사과해도 모자라. 하는 거임

그 말에 아라는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음. "엌ㅋ 뭐야. 화를 어떻게 돋궜는데요?"
태섭이 강한 척 할 때 손을 숨기는 게 버릇이라면 아라는 강한 척 할 때 웃는 게 버릇이었지
아라는 본능적으로 이 새끼가 우리 오빠 앞니 한 개 날려먹은 그 새끼란 걸 눈치채고 포크 내려놓은거.
근데 그 마음을 정대만이 알리가 있나 아라가 웃으면서 궁금해하길래 또 털어놓은 거지 대충.

농구 내려놓고 막 살던 나를 태섭이가 진짜로 다쳐가면서 마음으로 품어줬다, 
(정대만 지가 말하면서 조금 울먹거림) 나는 너희 오빠한테 진짜 잘 할거야... 믿어주라.
거기까지 말했을 때 태섭이 자리로 돌아옴. 아라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어쩐지 빙글빙글 웃고 있음.
태섭이 어? 본능적인 감각으로 오? 뭔가 좆됐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우선 한 손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 앉음
아무렇지 않은 척 "둘이 무슨 얘기 했어요?" 하고 물어보는데 아라는 계속 빙긋이 웃고 있음

대만이가 대신 말하려는데, 아라가 불쑥 뱉어냄.
"태섭 오빠 너는 뭐 이런 놈이랑 사귀어?" 그럼.
태섭이도 대만이도 순간 얼어서, 잘못 들은 건가 하는데.
아라가 이젠 먹고 있던 파스타 접시를 스윽 천천히 테이블 밖으로 밀어냄.
쨍그랑, 소리와 함께 접시는 산산조각이 나고 음식물이 바닥으로 다 튐.
대만이도 놀라서 굳고, 태섭이는 송아라! 뭐하는 짓이야. 소리치는데.

"엄마랑 나한테서 오빠 뺏어가려고 했던 놈이 너구나, 정대만."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식당 밖으로 나가는데 태섭이 쫓아옴
얼빠진 얼굴로 대만이도 따라서 태섭이랑 아라 쫓아옴

그게 무슨 말이냐고 욱하는 거 누르고 태섭이 물어봄
대만이가 창백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먹은 걸 게워버릴 것 같이 불안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고 주춤거리는 모습이 아라의 시야에 걸리지 
그래서 그냥 뱉어버림 . "오빠나 이제 얘기해봐, 그 날. 
오토바이 사고 난 날 말이야. 왜 그렇게 빨리 달렸어?
왜 눈을 감아버렸어? 왜 핸들에서 손을 놓아버렸냐고.
... 왜 죽으려고 했어? 왜 우릴 떠나려고 했냐고."

우리 가족 때문이야, 정대만 때문이야? 정대만 때문이라고 말해. 라는 뒷말은 삼켰지.


"이게 다 무슨 말이야, 태섭아?" 
이제는 대만이가 절망보다 더한 마음을 품고 태섭이에게 물었지.
아라랑 대만이 사이에 선 태섭이가 눈을 질끈 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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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잘쌌다...
오빠 자살시도에 대한 책임을 정대만에게 모두 전가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어리고 약한 아라가 보고 싶음
태섭이가 오토바이 사고 난 건 알았지만 정확한 사고 내용까진 몰랐던 대만이가 태섭이 죽으려 했던 거 알고 
개멘붕오는 거 보고 싶다 하... 대만이 자괴감에 돌아버리는 거 보고싶당
대만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