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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7 17:33
이거 약압해 : https://hygall.com/543149160

고양이 행동 알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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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산고 자전거 거치대 쪽에는 언제부터인가 검정고양이가 서식하고 있었어. 웬일로 자지 않고 멀쩡한 정신에 자전거로 등교를 한 날 태웅은 그 고양이를 처음으로 발견했어. 빤히 바라보다 손을 내밀어봤지만 고양이는 바로 도망가버렸지. 처음 발견한 이후 어떻게 이제껏 못 볼 수 있었던거지 싶을만큼 자주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고양이는 태웅의 손길을 외면했어.
전국대회를 앞둔 어느날 태웅은 어느때 처럼 대만과 원온원을 했어. 씻고 천천히 옷을 갈아입은 후 자전거 거치대 쪽으로 향하자 의외의 인물이 보였어. 대만이었지. 이제 자전거를 타고 다니나, 하는 의문을 가지고 근처에 다가가자 익숙한 두 존재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지. 대만이 그 검정 고양이를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어. 태웅은 자기에게는 가까이 오지도 않는 고양이가 대만의 손에는 얌전한걸 보고 신기해서 쳐다봤어. 대만은 고양이와 이미 친숙한지 오랜만이라며 웃으면서 쓰다듬고 말을 거느라 태웅의 존재를 늦게 발견했어. 그때동안 태웅은 그냥 대만과 검은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었지. 
"어, 언제왔냐. 얘 귀엽지. 사람 손 엄청 좋아해."
"아니던데.."
"응?"
대만의 물음에 태웅이 고양이에게 손을 뻗자 고양이는 고롱고롱하던 그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갑자기 휙 뒤로 내뺐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벙쪄 있던 대만은 크게 웃었어. 
"야, 내가 서태웅을 인기로 이겨보네. 저 고양이가 너 별로 안좋아하는구나."
바보같은 웃음이라 생각하며 태웅은 작게 쳇, 혀를 찼지. 그 모습에 대만이 더 크게 웃으며 인기 많은 이 형님이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마,라고 말했어. 그 날 태웅은 자전거를 끌고 대만과 나란히 편의점까지 걸어갔어. 대만은 태웅의 의외의 모습을 본 게 신기하다며 장난스럽게 놀리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

태웅은 그 날 이후 가게에서 고양이 간식으로 유명한 제품을 하나 사서 가방 속에 넣어다녔어. 인기에 연연하고 이런건 아니지만 그냥 호승심이 생겼어. 하필 그때 선을 밟을걸 봤네 못봤네 유치한 언쟁을 했던 상대가 그러니 더 신경쓰였나 싶었지.  그리고 지난번 처럼 부 활동이 끝난 후 태웅은 오랜만에 그 고양이를 발견했어. 태웅을 본 고양이는 다시 이동하려다 태웅이 꺼낸 간식을 보고 멈칫했지. 하지만 다가오진 않고 가만히 정지한 채로 태웅을 쳐다보았어. 태웅은 순간 이러다 고양이가 이 간식 사냥하듯이 가져가면 내 손 다치진 않나,란 생각을 했어. 농구선수에게 손은 소중하니까 그냥 간식을 까서 앞에다 주고 가려고 했어. 그때 뒤에서 대만이 나타났어. 대만은 태웅이 손에 들린 것을 보고 뇌물 준비했냐라며 웃었지. 왠지 정곡을 찔린거 같아서 태웅은 그저 입을 다물었어.  
"얘 이거 엄청 좋아하는데. 이거 보고도 안와?"
대만은 태웅의 손에 들린 간식을 보더니 자기에게 줘보라며 가져갔지. 간식을 살짝 까서 앞에 흔들자 고양이는 태웅을 보며 잠시 경계하는듯 하더니 슬금슬금 대만에게 다가와 간식을 먹기 시작했어. 태웅이 그 모습을 뒤에 서서 멀뚱히 보고있자 대만이 조용히 자기 옆으로 와보라며 손짓했지. 별 말 없이 옆에 쪼그려 앉자 대만이 태웅의 손을 잡더니 고양이 간식을 잡은 자기 손에 올려놨어. 갑자기 대만의 손을 잡게 된 태웅이 살짝 놀란 눈으로 대만을 쳐다보았지만 대만은 고양이 먹는것만 즐겁게 보며 이러면 그래도 너가 주는거 같지 않냐며 웃었지. 다행히 고양이는 간식을 먹느라 그랬는지 피하진 않았어. 어느새 간식을 다 먹은 고양이가 기분 좋은 울음을 내고 사라지자 대만은 자기 덕분에 고양이랑 처음으로 교감도 했는데 포카리나 하나 사주라고 너스레를 떨었어. 태웅은 그저 손만 얹고 있었던거 아닌가 하며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군말없이 자전거를 끌고 대만과 같이 근처 자판기로 걸어갔어. 가는 길에 자꾸 대만의 손에 닿았던 자신의 손을 쳐다보게 되었지. 농구하면서 몸 닿는건 일도 아닌데 신경이 쓰여서 의아했어. 대만의 말대로 처음으로 고양이가 도망가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했지.
그 이후 태웅은 종종 간식을 사왔고 대만은 그때처럼 간식을 주며 태웅이 자신의 손을 잡고 같이 주게 했어. 그러다가 어느날은 이렇게 하다간 별 도움 안되겠다며 간식을 태웅이 잡게 한 후 태웅의 손을 감싸 잡으며 고양이를 유혹했지. 잠시 망설이던 고양이는 천천히 다가와 간식을 먹있었어. 자신의 손에 간식이 있기에 고양이의 혀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태웅은 그 날 고양이를 보지 않고 오, 먹는다!!하며 즐거워 하던 대만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지.

이제 전국대회가 정말 코앞이어서 훈련도 강도를 조절하고 있었어. 잠시 부원들이 쉬는 시간을 가지는데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지. 집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한 부원이 듣더니 엄청 괴로운 울음소리라며 무슨 일 있는거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어. 그 말을 듣자마자 태웅과 대만은 서로 눈이 마주쳤고 누가 먼저라할 것도 없이 자전거거치대 쪽으로 향했어. 갑자기 뛰쳐나간 둘을 보며 몇 부원들도 같이 따라 나섰지. 거치대 쪽 화단 깊숙한 곳에 고양이가 앉아있는데 얼굴 쪽에 피가 묻어있었어. 깜짝 놀라 대만이 다가가자 고양이는 아픈 상태여서 예민해졌는지 날카롭게 울었지만 움직이지는 못했지. 뒤에서 아까 어떤 애들이 돌을 던지는걸 봤다는 소리가 나왔어. 하여간 나쁜 새끼들은 어디에나 있다니까. 대만은 걱정스레 고양이를 살펴보다 여기 근처에 동물 병원이 있는지 다른 부원에게 물어봤지.
"어... 좀 나가면 있긴한데 걸어가기에는 살짝 멀어요."
그 말에 대만은 태웅과 그의 자전거를 쳐다봤어. 하지만 태웅이 가까이 다가가려하면 털이 바짝 서도록 울어서 차마 손을 댈 수도 없었지. 대만은 고민하더니 자기가 안고 뛰어간다고 말했어. 그 말에 아까 대답했던 부원이 뛰어 가기에는 좀 멀거라고 말하며 대답했어.
"그러지말고, 부실에 남는 가방 있을테니 제가 고양이 들어갈 수 있게 뭐 깔아 놓고 그럴게요. 거기 넣고 자전거 뒤에 태우면 좀 낫지 않을까요?"
"아무리 가방 고정해도 동물만 태우면 위험하지 않나?"
"누가 안고 타는게 좋을거 같기도.."
서로 의견을 나누는걸 듣고 있던 대만은 그럼 자기가 안고 타겠다며 가방 준비해달라고 말했지.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고양이 케이지를 만들고 대만이 그걸 품에 안은채로 태웅의 뒤에 올라 탔어. 가방을 놓치지 않게 잘 안고 균형을 잡아보던 대만은 안되겠는지 태웅에게 야, 기분 나빠도 이해해라. 라고 한마디 건네더니 태웅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은채로 태웅과 대만의 사이에 가방을 안정적으로 놓았지. 태웅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지만 그건 기분이 나쁘단 뜻의 끄덕임이 아니었지. 아무래도 운동을 하는 건장한 고등학생이라 자기가 무거워서 뛰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태웅은 자전거를 몰고 빠르게 동물병원에 도착했지. 다행히 고양이는 흘린 피의 양에 비하며 상처가 크진 않았어.  간단히 치료를 한 후 다시 학교로 데리고 와 원래 살던 곳에 내려주자 고양이는 아까와 다르게 편한 울음으로 대만의 다리에 고개를 비벼댔어. 그러다 태웅을 보더니 태웅의 다리에도 머리를 한번 스윽 갖다댔지. 
"야 웬일이야! 서태웅 드디어 간택당했네."
그 말에 태웅은 그저 뒷머리를 긁적였어.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계속되었어. 다행히 고양이는 크게 다치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대만이 감싸 안았던 팔의 감촉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며 생각했지.

이제 당분간 전국대회 진출로 고양이를 볼 수 없어 인사나 할겸 찾아갔더니 역시나 대만이 먼저 와있었어. 자기는 이제야 고양이가 다리에 머리를 부비고 가끔 쓰다듬는 수준인데 대만은 아예 고양이를 안고 있었지.
"너도 인사하러 왔냐."
"네."
"야 이렇게 챙겨주니까 무슨 우리가 엄마아빠 된 것 같다. 아, 우리 둘 다 남자니까 엄마아빠는 좀 아닌가.."
말끝을 흐리면서 대만은 고양이 앞발을 흔들대며 '꼭 우승하고 와!'라고 목소리를 변조했지. 태웅은 그 모습을 보고 대만에게 성큼 다가갔어. 가까워진 거리를 대만이 인지하기도 전에 태웅은 고개를 살짝 숙여 입을 맞추었지. 갑자기 다가온 큰 인영에 고양이가 놀랐는지 휙 튀어 나가 덩달아 태웅도 멀어졌고 그제서야 빨개진 얼굴을 한 대만이 보였어.
"아, 그게.."
"야, 너 피!"
대만의 자신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태웅도 자연스레 시선이 향했지. 더워진 날씨에 부 활동 후 얇은 옷을 입고 나왔는데 갑자기 다가온 태웅에 놀란 고양이가 그만 발을 크게 휘둘러서 안쪽에 살짝 상처가 난거였어. 하얀 옷이어서 그만 피가 바로 묻어나왔지.
"아.. 별 거 아니에요. 살짝 긁혔네요."
"아니 살짝 긁힌게 그렇게 피가 묻어 나와?"
"괜찮아요. 긁힌지도 몰랐어요."
그 말에 대만은 얼굴을 붉히며 살짝 민망한듯 웃었어.
"나랑 뽀..뽀 한게 떨려서 긁힌지도 몰랐냐."
"네. 떨려서요. 선배는요?"
당황해서 반은 농담으로 한 말에 태웅이 진지하게 대답하고 묻자 대만은 얼굴이 더 빨개졌지. 대답을 못하고 눈을 피하자 태웅은 지긋이 바라볼 뿐이었어. 결국 대만은 바닥을 한 번 하늘을 한 번 보고 태웅을 보더니 손으로 태웅의 얼굴을 잡은채로 살짝 입을 맞추었지. 그러고서는 대답이다 됐냐! 외치고 재빨리 뒤돌아 움직였어. 그 날 자전거를 놓고 같이 가는 둘는 그 어느날 고양이 간식을 주던 날 처럼 손을 맞잡은채 하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