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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7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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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정회장님한테 얘기했던대로 태섭이랑 대만이는 카센터에 같이 왔음. 만삭이라 배가 불러서 거동이 조금 불편한 대만이를 차에서 먼저 내린 태섭이가 보살피듯 챙겨줌. 먼저 도착해있던 직원들에게 대만이가 인사하자, 다들 형 왔냐고 반겨줌.
태섭이네 직원들 첨 만났을 때 직원들은 대만이한테 사모님(?)이라 불렀는데ㅋㅋ 대만이가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그냥 형이라고 부르라 해서 다들 형이라 부름ㅋㅋㅋ

센터 안쪽 사무실로 들어가려면, 전날 저녁 즈음에 정회장네 운전수가 맡겨놓은 차 옆을 지나가게 되는데, 태섭이는 혹시라도 대만이가 할아버지 차를 알아보지않을까하고 잠깐 생각했어. 근데 무심한 정대만은 걍 사무실 안으로 쏙 들어감. 그래, 요즘 고급 외제차가 뭐 보기드문 것도 아니고... 아니 근데 롤0로0스 세단인데? 아니지, 정대만은 저런 차가 흔한 곳에서 살다 왔으니 익숙할 만도... 저를 쫓아다니던 알파가 싫다는 이유로 슈퍼카 기스냈던 인간이잖아, 내 오메가는... 태섭이는 그냥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했음.

먼저 들어간 대만이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가니 가장 푹신한 의자를 차지하고 앉은 대만이가 편한 자세를 찾는지 몸을 이리저리 뒤척임.

- 형, 불편해요? 쿠션 등 뒤에 껴줄까?
- 아니, 괜찮아... 아니다, 쿠션 줘봐.

결국 태섭이한테서 쿠션을 받아 등뒤를 받치니, 썩 편한 자세가 되었음. 몸이 편해지니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생각났는지, 대만이는 태섭이한테 조잘조잘 떠들어. 옆집 애기가 이제 잘 달려다니더라는 말을 끝으로 한참 기분 좋게 들어주던 태섭이가 자리에서 일어났음. 태섭이도 일할 시간이지.
직원들한테만 맡길 수는 없잖아. 자기 일하는 동안 우리 형 심심해서 어떡하지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대만은 이미 "네가 차 고칠 때 너무 섹시해서 그거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얼른 일해봐. 빨리 보고싶어."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딱히 걱정 안됨ㅋㅋㅋ

태섭이는 정회장님 차 고치려고 나가려다가, 대만이한테 "형, 저 차 알아요?"하고 차를 가리켜봐. 그럼 그 차를 본 대만이가 말하지.

- 음? 어? 외제차네?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투박한게 내 취향은 아니다. 마크가... 롤0... 오~ 송태섭~~ 능력 좋네?? 이제 우리 센터 꽃길 걷나??

음, 이 형은 아무 생각 없군. 그래야 내 정대만이지. 태섭이는 대만이 볼에 쪽-하고 뽀뽀하고는 사무실을 나갔어. 후다닥 고치고 연락드리자.

1년도 안된 작은 카센터치고 태섭이네는 고급차를 고칠 일이 제법 많았음. 그 이유는 집에서 쫓겨났다고, 주변 인간관계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잖아?? 정대만의 부자사람 친구들이 가끔 차에 문제가 생기면 태섭이네 카센터로 왔어.
차도 고칠 겸, 대만이가 잘지내는지 확인하는 거야. "봐봐~ 내가 또 인생 허투루 살지는 않았다~~"하고 대만이가 신나하면, 태섭이는 "그러네, 우리 와이프 잘 살아왔네요."하고 맞춰줬음ㅋㅋ
뭐 어쨌든 태섭이 솜씨가 좋으니 대만이 지인들은 자연스레 단골이 되었겠지. 차 고칠 일이 크게 없는 이상, 자주 오지는 않겠지만 말이야ㅇㅇ
가끔씩 "정대만 그렇게 콧대 높게 굴더니 겨우 저런 알파 애 가짐?"하고 비웃는 놈들(대부분 대만이에게 까인 걸로 추정되는 알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인간자석 정대만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썩 괜찮은 사람들이었어.


아무튼, 할아버님 차도 완벽하게 수리하리라 마음 먹은 송태섭은 직원에게 도색 작업하고, 찌그러진 뒷 범퍼도 살폈음. 근데 직원 중 하나가 슬쩍 다가와서 말함.

"사장님, 저기 저 차요..."
"음? 뭔 차?"

직원이 손으로 슬쩍 가리킨 방향을 보니, 검은색 고급 세단이 카센터 건너편 갓길에 서있는게 보임. 그러고보니 출근할 때도 저쪽에 세워져있었던 것 같은데...

"00아, 저 차 언제부터 저기 있었냐?"
"모르겠어요. 저 출근했을 때에도 이미 있었어요."
"...그래?... 음, 00아."
"네?"
"카페 좀 다녀와라. 음료 마시자."


직원들은 카페에서 사온 음료 마시면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어. 태섭이도 자기가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대만이가 마실 고구마라떼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갔음. 대만이는 출산 전 태교를 해보겠다며 뜨개질하고 있었음. 물론 잘 안되는지 실을 풀고 있었지만...

"형, 이거 마셔요."
"오~ 땡큐~~ 여기 고구마라떼 좋아."
"형, 잠깐 나가서 마실까요? 힘들면 무리하지말고."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도 사무실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 나가고 싶었어. 나가자."

대만이가 끙차하고 일어나니, 태섭이가 몸을 받쳐줘. 둘은 음료를 들고 사무실을 나왔지. 센터 주변을 잠깐 걷다가 야외 의자에 대만이를 앉혔음.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면서 음료를 홀짝였는데, 태섭이가 먼저 말했음

"형, 꼬물이 태어나면 다시 코코아 마시려나? 형 원래 코코아파였잖아요ㅋㅋ"
"그러게ㅋㅋㅋ 나 고구마라떼 진짜 안좋아했는데 신기하다니까? 저번에도 말했지만, 꼬물이가 진짜 우리 할아버지 입맛 닮았나봐. 우리 할아버지는 고구마라떼만 마시거든. 이런 것도 격세 유전인가?"

대만이가 웃으면서 고구마라떼를 홀짝여. 기분 좋은지 앉은 상태로 다리도 살짝 흔들었지. 정대만 정말 귀엽다니까? 제 오메가를 보며 태섭이는 웃었음.

그리고 태섭이가 제 오메가를 향해 한없이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보고있는 걸, 건너편 갓길에 세워진 세단에 타고있던 정회장님이 보고있었음. 허이고 참, 꿀 따러 벌 날아오겠어, 아주. 툴툴 거리듯 혀를 차던 정회장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제 남편과 떠드는 제 손주로 시선을 옮겨. 보고 받은대로 만삭인데, 딱히 아픈 구석은 없어보여서 안심이 되었어. 지 엄마아빠랑 할애비 걱정시키는 녀석이 좋단다!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며 혀를 차던 정회장님은 들고있던 테이크아웃 잔에 입을 가져다 댔음.
달달하고 고소한 고구마라떼가 입맛에 딱 맞아. 운전석에 앉아아메리카노를 마시고있던 운전수에게 말 걸어.

"이거 맛나네. 그것도 맛나나?"
"예, 회장님. 아메리카노도 맛있습니다."

이 음료들은 대만이한테 고구마라떼 가져다 주기 전, 직원들 음료 나눠준 뒤 태섭이가 조용히 와서 전해준 거였음.

태섭이는 세단에 다가와서 똑똑-하고 노크를 했고 차창이 내려갔음. 태섭이가 정회장님을 향해 인사했음.

"안녕하셔요, 어르신?"
"흠, 뭐야?"
"저희 센터 오픈 전부터 여기 계셨다면서요? 피곤하시지는 않으셔요?"
"알아서 뭐하게? 자네가 차 잘 고치는지 감시하는 거야."
"하하, 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저희 잠시 쉬는 시간이라... 음료 마시는데 같이 드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테이크아웃용 캐리어에서 꺼낸 고구마라떼를 정회장님에게, 아메리카노를 운전수에게 주었어. 고구마라떼의 달달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음. 싫은 척 컵을 받아든 정회장님이 퉁명스레 말했음.

"돈이 남아 돌아? 남까지 챙기면 언제 모아?"
"하하, 미래의 단골께 이 정도 서비스도 못해드릴까봐요?"

넉살 좋게 웃으며,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태섭이는 정회장님께 윙크했음. 허, 참나... 누가 제 귀한 손주가 고른 놈 아니랄까봐, 하는 짓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정회장님은 웃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