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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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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없음 걍 드문드문 보고싶은것만 있음 호칭 이름 한국어 일본어 섞임ㅈㅇ





눈이 뜨여 깜빡깜빡 정신을 차려보니 어스름한 새벽녘이었음. 다시 잠들어보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이 들지 않자 다시 눈을 떴지. 고개를 돌려보면 아직 정신없이 자고 있는 우성이 얼굴이 있었음. 닿을 뻔 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애 깨울까 싶어 얼굴을 조금 뒤로 물렸고.... 명헌이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며 우성이 쪽으로 돌아누웠음. 웅크리고 누워 한쪽 팔은 제 위에 두고 한쪽 손은 자기 턱 밑에 곱게 모으고 자는 모습은 명헌이 눈엔 아직도 아이 같았지. 본인이 들으면 싫어하겠지만...아주 싫어하겠지만. 반듯한 이마나 단정하게 감은 두 눈이나 조금 벌어진 야무진 입매 같은 걸 보고 있던 명헌은 얼마 전 일을 떠올렸음.



그날 명헌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며칠동안 울 수 있을법한 양의 눈물을 단시간에 몽땅 뽑아낸 우성이는 다 울고 나서도 한참 고개를 들지 않았음. 어르고 달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갈 때에도 마찬가지였지. 세수 할 물과 깨끗한 천을 부탁한 명헌이 물에 적신 천을 들고 우성이 앞에 앉아 얼굴에 손을 뻗자 우성은 고개를 물리며 팔을 뻗어왔음. 내가 할게요. 명헌은 단호했음. 아니, 이리 대. 그러자 푹 수그리고 있던 우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고... 명헌은 할 말을 잃고 말았음. 둥그렇고 크던 눈이 반밖에 뜨이지 않았기 때문임. 허. 명헌의 입에서 기어이 헛웃음이 터졌고 우성은 질색을 함. 웃지 마요..! 대번에 터지는 코맹맹이 소리에 명헌은 우성이가 또 서러워지기 전에 얼른 그 손을 잡아 끌어다 얼굴에 천을 대었음. 홧홧한 눈에 찬 기운이 닿자 우성도 얌전해져선 명헌이의 손길을 받았겠지. 눈가에 물기로 차가워진 천을 가만히 대고 있다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살살 쓸어주니 심란하던 얼굴이 조금 괜찮아지는 것도 같았고... 물론 반밖에 안 뜨이는 눈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좀 자고나면 내일은 가라앉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있는 때였음. 우성이 우물우물 하더니 머뭇거리며 그러는거임. 안 울려고 했는데. 코딱지만한 목소리였으므로 명헌이 되물었음. 응?



...아까...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그랬던 것 치고는 꽤 잘 울던데.. 명헌은 다시 되물었음.



왜.

그냥.......애 같잖아요.



시선을 감추며 하는 대답에 명헌은 또 할말이 없었지. 아까 그렇게 기를 쓰고 얼굴을 파묻고있던게 그래서였나, 그래서 안 보여주고 싶었던건가.. 명헌이는 우성이가 우는걸 애 같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었음. 어릴때랑 똑같다고 생각해본적은 있어도. 물론 우성이는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명헌이 생각은 그게 철없음도 아니고 애 같음도 아니고 그냥 그게 우성이답다는 것이었지.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깊이도 폭도 흐름도 다 다르고 드러내는 정도도 다를텐데 그냥 우성이는 저보다 그게 조금 더 깊고, 폭이 크고, 흐름이 빠르며 잘 드러낼 뿐인거라고.. 그걸 달리 판단해본적은 없었음. 명헌이 손을 멈추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우성이 명헌의 눈치를 슬 보더니 손을 끌어다 제 얼굴에 다시금 대어왔겠지. 자연스레 다시 우성의 얼굴을 씻겨주던 명헌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음. 울음이 나오면 울어야지, 뿅. 우성이 명헌을 쳐다봤음. 그 얼굴을 마주보던 명헌이 다시 말을 뱉었음.



울어. 뭐 어때.



그러자 잠시 멍하던 우성의 입매가 꾹 다물리더니 아래로 호선을 그리며 이지러졌음. 그 다음엔 명헌의 손에 얼굴을 폭 묻었고, 그 다음엔 한참 그러고 있다가 웅얼거렸겠지. 지금은요? 뭐? ...나 울 것 같은데. 안돼 너 아까 너무 많이 울었어. 뭐 어떠냐면서요. 아니야, 아껴뒀다 내일 울어. 비죽 나오는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놀란듯 잠시 고개를 뒤로 뺀 우성이 곧 불퉁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고는 손가락 끝에 입을 맞춰왔음. 그러다 그 입이 손바닥과 손목으로 타고 올라오기에 명헌이가 얼굴을 밀어냈었고..



여튼 그날 퉁퉁 부었던 얼굴은 금방 다시 멀끔해졌겠지. 명헌은 아직 잠들어있는 우성을 물끄럼 쳐다보다가 그때 우느라 부어올랐었던 눈두덩이를 가만가만 매만졌음. 지금은 눈동자를 덮은 얇은 살갗만 만져졌지. 울고싶으면 울어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명헌은 그래도 우성이가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울고싶은걸 감추는게 아니라 그냥 얘 앞에 웃을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것임. 그러자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할때쯤이었음.



형...뭐해요?



우성이 눈을 감은채로 말을 걸어왔음. 언제 깼는지 몰라 명헌은 조금 놀랐지만 손을 떼지는 않았지. 깼어? 미안. 눈을 뜬 우성은 이제 제 눈썹께를 만지는 명헌의 손에 자기 손을 얹으며 물었음. 언제 깬 거예요? 아까. 아까부터 나 만지고 있었어요? 응. 덤덤하게 답하며 다시 눈가를 만져오는 손길에 우성은 입매를 새침하게 맞물었다 짐짓 근엄하게 말했지. 어허 그만해요, 부인. 신랑 닳겠네. 말은 그렇게 해놓고 표정은 설렌 기색이 가득한 우성을 보며 명헌은 하마터면 웃을 뻔 했음. 말과는 달리 저를 잡고 있는 손은 떼어내려는게 아니라 꼭 붙들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우성의 얼굴을 묵묵히 들여다보던 명헌은 그래, 하며 모르는 척 미련없이 제 손을 거두었음. 몸을 돌려 바로 눕기 전 얼핏 본 우성의 표정이 망연해지는것도 같았고... 바르게 누운 명헌이 태연하게 가슴께에 두 손을 얹고 눈을 감았고, 조금 뒤에 옆에서 아니야 형 조금만 더 해줘요. 하며 제 손을 잡아오는 것에 속으로 웃음을 삼켰음. 더 버텨보려 했다가 우성이가 제 얼굴 여기저기 입술을 대며 몸 위로 겹쳐 올라와 누르는 통에 지고 말았지만.



.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우성에게 소식이 전해졌음. 명헌에게 다시 아이가 생긴거지. 근데 시종에게서 소식을 전해듣는 우성의 표정이 오묘했음. 예전에는 소식을 듣자마자 명헌이를 껴안고 방방 뛰었던 애가 아, 그래? 하며 웃어보이고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으니까. 명헌이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겉옷을 벗어 시종에게 넘긴 우성이가 가깝게 다가와 앉으면서 물었음. 몸은 괜찮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명헌의 머리를 조심스레 받쳐안으며 이마에 입술을 꾹 대었을 뿐이었음.



이후로도 명헌이는 우성이를 살폈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겠지. 예전에는 하루에도 일과중에 몇 번씩 찾아와서는 끌어안고 있더니 이번에는 그런 돌발행동도 없고 일과 후에도 평소같았음. 어쩌면 평소보다도 더 치대오는 행동이 없는거임. 별 내색 없이 가만히 지켜보면서도 얘가 지금 두번째 겪는 일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는 건지 명헌이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아 아리송했음.



한동안 우중충하더니 모처럼 화창한 날이었음. 명헌은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딱히 몸이 보대낀다거나 힘든 건 없었지만 아무래도 이전 일도 있고 나이도 있는 편이다 보니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차였음. 의원도 위험요소는 최대한 줄이는 게 마음이 편할거라고 했고... 그러나 명헌은 겉옷을 어깨에 걸치면서 그래도 뜰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음.



마루에 좀 앉아있다가, 신발을 꿰어신고 정원으로 나가 걸어보다가 가만히 서서 풀밭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렸음. 형. 목소리에 명헌이 고개를 돌려보면 우성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왜 나와 있어요.



명헌의 상태를 살피듯 들여다본 우성은 명헌의 어깨에 걸쳐진 옷을 끌어올려 깊숙히 덮어주었음.



답답해서.



명헌의 말에 우성은 조금 가라앉은 표정을 했지. 그래도 들어가요. 라고 말한 우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명헌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왔음. 말 그대로 조심스럽게. 명헌은 그간 의아했던 우성의 행동이 어떤 지점에 모이고 있었는지를 알 것 같았지. 우성은 저를 대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고 있었음. 이전같았으면 들어가자는 말을 하면서 제 허리를 감아왔을텐데 지금은 손 하나 잡는 것도 이렇게 망설임이 가득한 거임. 손을 잡고서도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명헌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듯이 그냥 잡고만 있었고.... 명헌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음. 제가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것은 얘도 익히 겪어 잘 알고 있을 텐데.



명헌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우성이 명헌을 쳐다봤음. 돌아가자는 의미인지 잡은 손을 조금 흔들기에 명헌은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가 오히려 제쪽으로 천천히 끌어당겼음. 우성은 조금 당황한듯 하면서도 버티지 않고 명헌쪽으로 끌려와주었고... 이내 명헌은 우성을 끌어안았음. 형? 우두커니 안겨온 우성이는 손을 어떻게 할지 몰라 잠시 헤매다가 명헌이 허리에 가만히 올려두었겠지. 그러다 조금 뒤에 우성이가 형, 하며 몸을 물리려는 걸 놓지 않은 명헌이 왜, 싫어? 하고 묻자 아잇..무슨 그런 말을 해요.. 하는 반응이 돌아와서 명헌이는 우성이 어깨에 얼굴을 숨기고 좀 웃었음. 그리고 조금 뒤에 명헌은 제 허리에 감기는 우성의 팔을 느꼈겠지. 그렇게 잠시 말이 없던 우성이 입을 열었음.



형. 괜찮아요?

응? 뭐가?

이렇게 있어도...불편하다거나...힘들다거나.



무슨 의미인지 얼른 감이 오지 않아 이번엔 명헌이 몸을 물리려고 했지만 우성이 팔을 풀지 않았음. 아마도 여태까지의 행동을 살펴보면 우성이는 지금 이렇게 몸을 맞닿고 있는 것에 대해 물어보는 것 같았지. 명헌이 우성의 기색을 살피며 답했음.



안 힘든데. 왜?

....아니야, 그럼 됐어요.



한 박자 늦게 따라붙는 우성의 목소리에 명헌은 뭐라고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저를 조금 더 힘주어 끌어안으며 어깨에 얼굴을 묻어오는 우성에 그저 그 등을 마주안을 뿐이었음. 다만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야 명헌이는 어느 생각에 닿았을테지. 이 애는 예전 그때 내가 자기 때문에 힘들었을거라 생각하는건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그게 기억에 남아 저한테 다가오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그걸 구태여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음. 우성이 정말로 그런 생각을 했든 하지 않았든 그런 생각에 직면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명헌이 스스로 그때 일을 끄집어내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임. 대신 그저 우성이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먼저 손을 내밀 뿐이었지. 시간이 지날수록 우성이 행동거지가 아이가 생기기 전만큼 많이 편해졌으므로 명헌은 그거면 되었다 여겼음.



우성이는 명헌이 손을 잡고 끌어안고 몸을 마주하는 것에는 편해졌지만 명헌이 배에 닿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러웠음. 그러나 이전보다는 용기를 내었겠지. 많이 용기를 내어서, 명헌이가 잘 때 이불위로 만져보는 것에 만족함. 큰 손으로 한동안 덮고 있다가, 살살 쓸어보다가, 기척을 죽이며 슬쩍 입을 대어보기도 하고... 명헌이 중간에 깰 때도 있었지만 명헌은 그럴때 그냥 자는 척을 했음. 제가 깨어 있는 걸 알면 또 부담을 느낄까봐,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하라고.



명헌은 잠이 늘었음. 낮잠을 자더라도 잠깐 눈 붙이는 것에 그쳤었는데 요즘은 우성이 일과를 마치고 들어왔을 때에도 잠들어 있을 때가 종종 있었겠지. 문을 열어보니 명헌이 잠들어 있어 우성은 조심히 들어와 명헌의 곁에 앉았음. 그리고 하나의 정해진 과정처럼 이제 조금 둥그렇게 태가 나는 위에 손을 대어 인사를 했지. 옷을 갈아입고 명헌의 곁에 앉아 책을 좀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부스스 옷감 쓸리는 소리가 나면서 명헌이가 깰것이고.... 깼어요? 물으니 언제 왔어? 라고 잠이 가득묻은 목소리가 돌아왔음.



방금. 더 자요, 아직 저녁 때 되려면 멀었어.



우성이가 다가와 이마에 입을 맞추자 응 아니..일어나야 되는데... 하면서도 눈은 이미 다시 감겨있는 명헌이었지. 느리게 팔을 한번 쭉 뻗더니 그대로 힘이 빠진 채 꿈나라 문턱을 밟는 움직임에 우성이는 문득 귀엽다는 생각을 했음. 그러나 명헌이 들으면 주먹으로 옆구리를 맞을 법한 생각이었으므로 입 밖으로 내진 않았고, 대신 소리없이 웃고는 명헌이 가슴께에 손을 대고 토닥토닥 두드릴 뿐이었음. 그러자 눈 감은 채 고요한 숨을 내쉬던 명헌이 맥없는 웃음을 뱉었고... 뭐하는거야? 형 잘 자라고 자장자장. 까불어... 하지 말까요? ...아니..계속 해봐. 둘이 실없이 키득거리다 보면 명헌이 얼굴에 천천히 긴장 풀리면서 다시 잠들것임. 우성이는 명헌이 잠든거 확인하고서도 한동안 계속 형 가슴께를 토닥였겠지.



.

명헌이는 한숨을 삼켰음. 대신 품 안의 아이를 들여다보며 어를 뿐이었지. 이제 막 한달쯤이나 된 아이는 낳을때의 아픔도 생각나지 않을만큼 너무나도 예뻤음. 너무나도 예뻤고, 예쁘고, 예쁜데. 명헌은 결국 입을 열었음. 에이지. 고개를 돌려보면 잔뜩 뭐가 또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한 얼굴이 있었고... 눈을 마주치고 빤히 쳐다보면 우성이 굳은 얼굴로 말하는거지.



그렇게 오래 안고 있지 말라니까요, 팔 아프게...



한달 내내 그게 불만인 우성이었음. 명헌이 애 좀 오래 안고 있을라치면 품으로 팔이 쑥 들어와 애를 안아 데려갔고 한번 애가 우성이 품에 들어가면 명헌이한테 돌아오지를 않았음. 방금도 애를 받아 안으려 하기에 명헌이 에이지, 이따가. 라고 했더니 차마 그 말을 거스르지는 못하고 옆에 내내 그렇게 앉아 있었던거임. 명헌이는 애가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다고 그러느냐 싶었지만 우성이는 또 우성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음.



애가 태어나던 날, 난산은 아니었으나 늦어지는 진척에 초조함을 견디다 못한 우성이 산실을 쳐들어갔겠지. 사람들이 놀라는 눈치에도 아랑곳없이 명헌의 등을 받쳐안은 우성에 명헌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너 여기 들어오면 안돼, 하고 중얼거렸지만.. 상관 없어요, 하며 품안의 몸을 단단히 고쳐안던 우성이었음. 우성이는 그날 명헌의 해산을 꿋꿋이 지켰으나 속으로는 혼돈이 몰아쳤을것임. 단단한 고목같던 사람이 앓는 소리와, 잔뜩 굳은 몸과, 아이가 나오고 나서 모든 것이 빠져나간듯 힘이 훅 빠진채 무너지는 몸에 겁을 먹었겠지. 이러다 형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우성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게 공포가 되어버린거.. 명헌이는 이후로 착실하게 회복을 했으나 우성이는 아직도 그때의 명헌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듯 명헌이만 보이면 자리에 눕히기 바빴음. 형 아프면 어떡해요. 그렇게 아팠는데 혹시 후유증이라도 남으면. 에이지, 괜찮다는 말 어제 같이 들은 것 같은데. 그 영감 말을 어떻게 믿어요? 뭐..아니 의원 말을 안 믿으면 뭘 믿어...?



두 사람의 눈이 한참 말없이 마주쳐 있는 동안 애가 잠들었고, 아이가 잠든 걸 확인한 명헌이가 조심스레 이불 위에 눕혔음. 순한 애는 품에서 벗어나도 울지 않고 잘 잤지. 애가 팔에서 내려오자 곧바로 다가와서는 명헌의 팔을 잡아 살살 주무르는 우성에 명헌은 기가막혀 웃었고... 너 이거 유난이야, 알지. 유난 좀 떨면 어때요. 형은 내 마음 하나도 몰라. 내가 너를 모르긴 뭘 몰라, 하고 생각하던 명헌은 진지한 우성이 표정에 그냥 뒷말은 삼키기로 했음. 스스로 느끼기에도 요새는 얘가 전만큼 내 손바닥에 있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해서.. 어릴때는 1이면 1이었던 단순하고 간단하던 생각의 길이 이제는 제가 쫓아가기 벅찰만큼 복잡해진것 같았지. 근데 또 그렇게 길이 하나씩 날때마다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티를 내는 우성이라 명헌은 슬 웃었음. 뭐예요, 왜 웃어. 웃는 명헌에 불퉁하게 묻는 우성이었지만 표정은 그를 따라 스멀스멀 웃고 있었음. 그러다 아니, 너도 많이 큰 것 같아서. 하는 명헌의 말에 뭐야, 그걸 이제 알았다구요? 하고 펄쩍 뛰다가 애 깨울뻔해 명헌이 손에 입을 봉인당했고..



.

뭐......그리고 우성이랑 명헌이는 아들 딸 잘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정우성 명헌이형 고생하는거 보고 둘째는 없다 선언도 했었음. 근데 막상 낳아놓고 보니 애 크는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것같고...아이 안고 있는 명헌이형은 너무 곱고... 둘째 거부 선언이 안그래도 약해지려 하는데 명헌이형이 에이지, 우리 둘째 가질까 하면 별 수 있겠음 안돼요안돼돼돼돼 하면서 만들어야지... 첫째는 저 빼다박았는데 둘째는 명헌이형이랑 똑같이 생겨서 제 생애 둘째는 없다 했던 정우성 맨날 둘째 둥기둥기 안고다님. 늦둥이로 셋째도 좋다...사람 일은 모르는거 아니겠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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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신랑 울지마 하는 우명이 보고싶었는데 구구절절이 됨.. 걍 보고싶었던것들의 나열이고 분량 많지도 않아서 완결이라 붙이기 뭐하지만ㅎㅎ 여기까지 읽어줘서 코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