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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16:16
멀리 아는 사람 없는 조용한 동네로 떠나버려서
그 이후로 대만이는 철이 아예 못 보고 하... 철이 보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고 있었음

철이는 그 동네에 하나 있는 카센터에 취직해서 일하면서 나름 착실히 살고 있는데
어느날 사장이 모처럼 쉬는날인데 나오라고 전화를 전화를... 하 어쩌겠냐 까라면 까야지

철이는 몰랐겠지만 국가대표 선수단 전지훈련지가 철이 사는 동네 근처였던 거
근데 오는 길에 그 버스가 퍼졌다네
제일 가까운 카센터가 철이네라서 사장님이 급하게 철이 불러가지고 그쪽으로 가게 됨

막상 가보니 엄청 심각한 건 아니라 사장님이랑 둘이서 금방 하겠다 하며 손 보고 있는데
버스 앞 유리에 끼워져있는 종이 한 장
[농구]
사장님이 그거 보시더니
아이고 농구선수들 타고 있나봐요?
예 전지훈련지가 여기 근처잖아요
철아 니 농구 보잖아 여기 다 타고 있는갑다 가서 싸인 해달라 그래
제가 무슨 농구를 봐요... 하고 말끝 흘리는 철이

버스 안에서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배고프니 지루하니 어쩌니 떠들고 있는데
창 밖 가만히 내다보던 명헌이가 철이를 딱 본 거지
뿅? .... 쟤 정대만이 예전에 사진 보여준...걔 아닌가... 보고 싶다고 난리를 친...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만이는 내일 도착하는 후발대라 그 버스 안에 없었음

명헌이 지금 자기가 주장이란 사실에 감사해하며 차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볼 명분이 있다며 버스에서 홀랑 내리고 철이 옆으로 감

버스는 좀 어때용?
아 심각한 건 아니라 한 5분 뒤면 다시 출발 할 수 있을겁니다
아 금방 되네용 실력이 좋으신가 보당
혹시 명함 한장 받을 수 있을까용?
예? 제 명함이요?
넹 저도 이 근처 살아서 혹시 필요할까봐용
아...예 뭐... 하고 건네 받은 명함에 적힌 이름
박 철
뿅! 수고하세용~ 하고 버스에 다시 올라탄 명헌이가 정대만한테 이거주고 뭘 뜯어낼까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이제 버스는 다 수리 됐고 출발 준비를 하겠지

다음날 도착한 대만이에게 명헌이가
정대만 줄게 있으니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점심먹고 내방으로 오도록 해용
ㅋㅋㅋㅋ뭔데 기대까지?

별 기대 없이 명헌이 방에 들어간 정대만
3
2
1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야!!!!!!!!!!!!!!!!!!!!!!!!!!!! 이게 뭔데!!!!!!!!!!!!!!!!!!!!!!!!!!!!!!!!!!!!!!!
하는 고함소리에 다들 싸움난줄 알고 방문 두드리고 난리가 남

뿅... 싸우는 거 아니니까 다들 신경 꺼도 돼용...
야 이거 어디서 났어? 진짜 박철이야????
니가 보여준 사진이랑 똑같이 생겼던뎅 ... 좀 더 인상이 덜 사납긴 했지만 머리는 여전히 길고 키도 크도 몸도 좋고
귀걸이. 귀걸이 있었어??
뭐가 반짝 거렸던 거 같긴한데... 전화를 해봐용 목소리 들으면 알겠죵

받...받을까? 내 번호 차단해 논 거면... 아님 내 번혼 거 알고 안받음 어떡해
그럼 내껄로 해용 하고 뭘..그런 걸로 고민을... 하는 표정으로 자기 휴대폰 내미는 명헌이에
대만이 손 덜덜덜 떨면서 명함에 적혀있는 번호 누르겠지

신호음이 몇번 가더니
자고 있었는지 잠긴 목소리로 여보세요 하는 낮은 음성이 들리는데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자기가 아는 철이라 대만이는 벌써 눈에 눈물이 맺혔음
그거 보고 있는 명헌이 ... 로미오와 줄리엣이 따로없군용...

여보세요....하고 한번 더 묻는 목소리에
철아.... 철이 맞지? 하고 메이는 목 쥐어짜서 말 꺼내는 대만이
그거 듣고 몇초 정적이 흐르더니
대만이냐? 하고 답하는 철이
대만이 대답도 못하고 철이 목소리 듣고는 그저 눈물 흘리며 훌쩍이는데

왜 울고 그러냐... 그 전지훈련인가 그거 한다며
멀리까지 와서 고생이 많네
아프지 말고
잘 해라...

...
끊을게 이만

아니 아니 철아 끊지마 우리 만나면 안돼? 어? 내가 여기 가게로 찾아갈게 어... 한 번만 만나줘....
두서없이 그저 애원하는 대만이

... 여기 와서 뭐하려고 농구나 열심히 해
싫어 너 보러 갈래 나 오늘 저녁에 나갈 수 있어 응? 언제 가면 볼 수 있어? 응? 제발 나 한번만...만나주라
...
7시까지 영업하니까 8시...에 와 그럼
응 알겠어
하자마자 뚝 끊긴 전화

대만이는 웃다가 울다가 소리지르다가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전화 끊은 철이 휑한 제 집 거실 멍하니 바라보며
박철 니가 미쳤구나... 미쳤다고 보자는 약속을
하 어떻게 끊어낸 마음인데 목소리 한번에
하... 정대만 진짜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냐... 하고 벅벅 마른세수나 하다가 담배 꺼내 물고 몸 일으켜 침대에 기대 앉아
한숨에 지워지지 않는 상념을 내뱉겠지

그렇게 오후에 잠깐 가게 나가서 일 봤다가 마무리 해주고 문 닫고
안에서 씻고 나오니 7시 40분 ... 정대만 만나기 20분 전.

7시 55분 정도 됐을까 가게 앞에 서는 택시 한대
저기에 누가 타고 있을지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

차 문이 벌컥 열리고
티비에서 가끔... 보던 거 보다 더 잘생기고 한층 더 어른스러워진 대만이가
자신과 눈이 마주친는 순간 그때 그 열일곱 아이 같은 웃음을 단 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데

야 뛰지마 ... 다쳐
그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와다다다 뛰어서
철아! 하고 안기는 정대만

키가 더 컸나보다
잘 지냈니

또 보네
스포츠맨


철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