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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11:22
졸업하고 백호도 미국가버려서 삶의 방향성을 통째로 잃고난 뒤에 한번쯤은 음지 길로 들어섰을거 같음. 싸움 실력은 말할 것도 없는 데다가 애 눈빛이 살벌해서 조장 눈에 금방 들거 같음. 그게 아니더라도 아버지가 조장이라 이미 정해져있던 길이었다던가.

아무튼 백호 떠나고나서 인생이 통째로 들어내진 기분에 방황하다가 이레즈미도 새기겠지. 만약 아버지가 조장이나 오야였다면 고등학생 때부터 있었는데 그땐 등에만 했다가 지금은 딱 반팔로 가려질 발뚝있는 부분까지만 새겼을거 같다.

그때도 여전히 백호 못 잊은 건 마찬가지라 벚나무랑 바다 새긴 채로 싸우는데 고등학생 때 주먹질하던 거랑은 차원이 다를듯. 진짜로 칼춤 추는 데라 자칫 잘못하면 진짜 어디 하나 크게 다치면 다행이고 죽을 수도 있는데 꼭 그런 데만 가면 좋겠다. 꼭 진짜 죽으려고 가는 것처럼.

아무튼 백호군단은 물론이고 백호랑도 연락 다 끊고 잠적해선 몇년간 칼질하다가 차기 조장으로 낙점 받았을 땐 이미 까맣게 죽은 눈 하고 있을듯. 간혹 농구경기를 챙겨보긴 했지만 좋아서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틀어놓을서 같고. 어렸을 땐 실제로 가서 보고 응원하기도 했는데 이젠 그럴 사람도 없고 사실 그렇게 농구를 좋아한 건 아니었어서. 그래도 그때 관성이 남아있는지 보진 않더라도 틀어놓긴 할거야.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가서 돈도 벌만큼 벌고 사람도 만나볼 만큼 만나봤을때쯤 원래도 공허했던거 다 허무해져서 조장 자리도 내치고 나와서 음식점이나 차리면 좋겠다. 왜 음식점이냐 하면 그래도 어릴때 알바했던것도 경험이라고 실력 안 죽은 데다가 중학교 때부터 혼자 살면서 쌓은 자취 경력에 가정식 가게 열겠지.

사실 이런 이유도 컸지만 그보다는 야쿠자 생활할 때도 가끔 조직원들 집에 들여 밥 해먹인 적이 있어서. 형님이 무슨 요리냐며 저들이 하겠다는거 누구 죽일 일 있냐 하곤 손수 밥 짓고 음식해서 애들 먹이는데 처음엔 황송해서 법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던 애들도 어느새 식사에 집중해서 너무 맛있다고 하고 심지어 어떤 새파란 애는 울기까지 해서.

걔랑 잤는지 안 잤는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덩치가 산만했던 애가 우는건 좀 기억에 남아있겠지. 아무튼 누굴 먹이고 재우고 챙기는 그 모든 행동에서 한때 같이 있었던 강백호가 생각나서 그냥 충동적으로 음식점 차리면 좋겠다. 그리고 호열이 가게 오는 사람들 중 사연있는 사람들도 꽤 많을텐데 그냥 묻지도 않고 밥 내어주고.

그러다 백호군단이랑 다시 연락돼서 얘네도 찾아오고 어쩌다 우연히 가게 들어온 만만쓰 때문에 치수랑 준호도 찾아오는데 백호 얘기에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할듯. 진짜 모르니까. 그거 듣고 대만이 그래도 너넨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줄 알았는데. 하곤 백호녀석 미국가서 완전 날아다닌다고 언제 국내 들어오면 같이 밥먹기로 했다면서 여기로 와도 되냐 하겠지.

호열이 내심 당황해서 네? 하는데 애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대만이 그거 보고 너네 싸웠냐? 하는데 싸운 건 아니지. 일방적으로 호열이가 끊은거지. 아무튼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그리 건전하진 못하니까 대만이 보고 또


- 저 여기 있다는 거 백호한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이러는데 그걸 들으면 정대만이겠음? 얘한테 무슨 사연이 있는진 몰라도 저 공허해빠진 눈 보면 딱 그만큼 빈자리에 백호 그림자가 보여서 가만히 두고볼 수가 없겠지.

그리고 백호 귀국 기사 본 호열이 백호 돌아갈 때까진 가게 문 닫을 생각으로 마지막 마감하고 문 닫으려는데 드르륵 소리나서 영업 끝났습니다. 하는데도 등 뒤에서 아무 말이 없겠지.

그리고 뒤돌아보니까 더 멋있어지고 어른이 된 백호가 있어서 좀 아득해질듯. 그러다 공항에서 나온 그대로 짐 한가득인 백호 보고 자기도 모르게


- 배고프지. 백호야. 밥 먹을래?


하는데 밥이고 뭐고 거대티라노한테 바로 멱살부터 잡히는 호열이 보고싶다ㅜㅜ 그리고 뭐 호열이 다시 행복인생 살겠지





호열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