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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04:04
그게 본인 아이가 아니라면




대협백호는
오히려 좋아함. 백호를 확실하게 묶어둘 구실이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알아도 모르는 척 하고 백호한테 자기 아이 낳아줘서 고맙다고 죄책감 잔뜩 심어준 다음에 둘째, 셋째는 반드시 자기 씨 품게 만들듯. 그렇게 백호 발목 완전히 묶었다고 생각했는데 백호가 흔들릴 낌새 보이면 슬그머니 첫째가 자기애 아니라는거 알고 있다고 알려서 첫째 때문이라도 백호가 스스로 다시 자기 발목에 족쇄 매달게 만들거같음.

대협이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다 사랑함. 진짜로ㅇㅇ. 심지어 그 크기도 똑같음. 첫째가 본인 씨가 아니더라도 둘째랑 셋째랑 똑같이 사랑해줌. 그도 그럴게 윤대협의 1순위는 백호라서, 자기 씨가 있든 없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똑같이 사랑함. 씨가 다르면 뭐 어때 백호 묶어둘 역할만 제대로 하면 그만인 걸. 그래서 가끔 첫째를 더 챙길 때도 있음. 백호의 역린이니까. 일부러 백호 앞에서 첫째를 더 챙겨서 죄책감과 불안을 자극시켜서 자기를 못 떠나게 만들기도 함.

첫째는 어릴 때는 몰랐고 어지간히 큰 뒤로도 자기가 씨 다른 형제라는거 몰랐을듯. 대협이가 차별없이 똑같이 사랑해주고 생김새도 크게 티가 나게 다른게 없어서. 오히려 첫째랑 둘째는 흑발인데 막내가 빨간머리라 이질감 드는 쪽은 셋째임. 그런 첫째가 위화감을 느낀 건 백호가 북산 삼촌이라고 소개해준 사람들 중에 유난히 자기를 빤히 바라보는 남자와 만났을 때였음. 유명한 농구 선수라 그런가 첫째도 어쩐지 그 사람에게 자꾸 시선이 가겠지. 원온원 해달라고 하니까 좀 놀라더니 어색해하면서도 금세 어울려주는게 좋아서 또 실력이 좋기도 하고 그래서 그 삼촌을 유난히 잘 따랐는데 그 삼촌을 만나고 오면 백호가 조금 어색하게 굴어. 근데 막지는 않고. 아빠 닮아 좀 멍한 면이 있는데 백호 한정으로 예민한 첫째라 그런거 금방 알아챘을듯. 근데 굳이 막진않으니까 가끔 삼촌 보러 놀러가겠지. 그렇게 삼촌이랑 실컷 원온원 하고 온 날, 목이 말라서 밤에 깬 첫째는 안방을 지나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음.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애원같기도 하고, 아양같기도 한...백호 목소리.

내가..내가 더 잘 할테니까... 첫째한테는 말하지마...제발...

그 말을 끝으로 늘 그렇듯 부모님이 들려주는 찐득한 스킨십 소리가 났음. 평소같으면 으엑 하고 도망갔을테지만 오늘따라 발이 쉽사리 떨어지지않아. 뭘 잘 하겠다는거야? 나한테 뭘 말하지말라는거야? 왜 우는 소리가 나는거야? 내가 서태웅 삼촌 보러갈 때마다 슬픈 표정 짓는 이유랑 연관된거야?
한참동안 안방 앞에 있던 첫째는 백호 울음소리가 짙어지자 그제야 무언가에 쫓기듯 도망쳤지.

다음날 늦잠 자는 백호를 대신해 아침으로 오믈렛을 만들어준 대협이에게 물어보자 대협이는 웃으면서 첫째 머리를 쓰다듬었음.
백호가 슬퍼할테니까 비밀로 할까?
그렇게 말하며 새끼 손가락을 내미는 대협이에게 처음으로 꺼림칙함을 느꼈지만 첫째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걸었음. 새끼손가락을 꼭 감싼 대협이 첫째를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음.
응, 착하다. 우리 아들. 조금 있다 엄마 보러가자.
그렇게 말하는 대협이는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고 있었음.




태웅백호는
아무렇지않아함. 백호가 못참고 먼저 말하면 태웅이 묵묵히 듣고 있다가 내 아이로 키우고 싶어, 허락해줘. 라고 말하고 진짜 자기 아이로 키움. 태웅이는 백호가 말하든 말 안 하든 백호가 허락만 해준다면 자기 아이로 키울 마음이었음. 씨가 누구든지 강백호의 피를 이어서 태어났잖아. 그런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하지않을 수 없었음. 백호가 불안해한게 민망한게 아기 태어나자마자 본인 품에서 안 떼어놓으려고 해서 백호가 나도 좀 안아보자라고 말해야 직접 자기가 안겨주고 백호 팔에 무리간다는 핑계로 다시 자기가 끌어안고 있을듯.

둘째는 백호가 먼저 원할 때 생김. 친자인 둘째 생긴 이후에도 첫째를 소홀히 하거나 덜 사랑하지않음. 태웅이한테는 둘다 똑같음. 강백호의 반쪽을 타고난 아이들이니까. 태웅이 죽어도 좋을만큼 사랑하는 강백호의 아이들이라 똑같이 사랑함. 자기 피가 섞이든 섞이지않든 그건 중요한게 아님. 강백호의 아이들이라는게 가장 중요함.

첫째한테는 어느정도 크면 이야기해줄 생각이긴했음. 태웅이 첫째를 사랑하고 있는 것과는 벌개로 아이에게도 알 권리는 있다고 생각했음. 태웅이는 아이에게 앎의 권리와 선택권을 주고 싶었고 아이가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은 아이의 든든한 받침대가 되어줄 생각이었음. 하지만 예상치못하게 아이의 친부가 첫째에게 접근했고 첫째는 충격에 빠졌지. 자기가 알고 있던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렸으니까. 애가 한 번 크게 앓더니 갑자기 말수가 훅 줄더니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태웅이나 백호는 혹시나 애가 눈치챘나 싶었음. 근데 애가 한참 앓고 난 뒤에도 아무말도 안 하니까 좀 아리송하겠지. 날잡고 태웅이랑 백호가 물어봐도 애가 말만 흐리지 제대로 답을 안 해줘. 태웅이랑 백호는 결국 아이가 직접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자 라고 생각하고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주기로 했지만 그 와중에 친부는 계속해서 첫째와 접촉했음. 시간이 지날수록 태웅이와 백호를 보는 아이의 시선이 묘하게 변해갔음. 어린 동생을 구경하기보다는 관찰하는 눈으로 보았고 사진첩을 보는 때가 많아졌음. 종종 백호에게 행복해? 라고 물을 때도 있었고 태웅이와 원온원을 하다가 백호를 얼마나 사랑하냐고 묻기도 했음. 태웅이랑 백호는 그 대답에 당황하면서도 열심히 대답해줬고 첫째는 만족한건지 아닌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지었겠지. 어느순간이 지난 후로 아이는 더이상 이상한 질문을 하지도 않았고 고민에 잠기지도 않았음. 이전처럼 평범하게 지내는 모습으로 돌아와 태웅이랑 백호는 꽤나 안심했갰지. 아이가 이상하게 구는 동안 친부 이야기를 지금 말해줄까 고민했지만 상황이 안정된 것 같은 지금 바로 밝히는 건 역효과 같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말하자 라고 둘은 그렇게 결정했음.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가족의 평화는 와장창 깨지고 말았음.

안녕, 백호야. 오랜만이야. 우리 아들 데리러 왔어.

윤대협이 방긋 웃으며 경악한 표정의 첫째를 바라보았음.
첫째는 그 시선에 화살에 꽂힌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음. 대협이가 미소를 지으며 첫째를 향해 손을 뻗자 태웅이 첫째를 팔로 감싸 안으며 제 뒤로 보냈음.

여기에 네 아들은 없어.

태웅의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아주 단호한 목소리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