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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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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물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화를 억누르는 마성지의 모습에 권준호는 술기운이 달아난 얼굴로 마성지를 바라 보았다.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차갑도록 가라앉은 목소리가 권준호의 이성을 깨웠다.


프라이드 높은 리그의 에이스, 코트 위의 별

막연히 짐작하는 미지의 인물과 실체가 명확한 이는 다르다. 그 대상이 막연한 학창시절 풋풋한 첫사랑일 때와 자신과 더불어 리그 순위를 다투는 슈터라면 또 다른 문제지.


주제 넘게 내가 널 대만이의 대체품으로 삼았다 생각하겠구나. 그런 게 아닌데, 그건 아닌데. 하지만 자긍심 높은 너한테는 다른 문제겠지.


"미안해, 성지야."

"왜 나한테 사과해, 권준호?"

"너를...누군가의 대체품으로 삼으려던 건 아니야. 하지만 내가 네 프라이드에 상처를 냈으니까. 미안해 성지야. 너한테 상처주려던 거 아닌데, 그냥 장난처럼 시작한 내 욕심에 너한테 상처줬어. 미안해 성지야, 미안해."

"권준호, 너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이건 나한테 사과할 문제가 아니지."

"성지야."


오늘은 더 이야기 하기 어렵겠다는 말을 남기고 마성지는 권준호를 남겨 두고 돌아갔다. 홀로 바닥에 주저 앉아 권준호는 그 동안의 일들을 하나 하나 되새겼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무엇을 놓친걸까. 성지는 나에게 왜 저리 화가 났을까.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서재로 향한 권준호가 빼곡하게 꽂힌 서류철에서 문서 하나를 꺼냈다. 그 날, 마성지의 집을 되돌려 받으러 간 날 농담처럼 오갔던 말들, 그리고 성지와 반쯤 농담처럼 장난처럼 웃으며 작성했던 문서. 서류철에서 꺼내든 문서에는 빈틈없이 작성한 조항들과 두 사람의 사인이 말미에 자리했다. 



'기억은 의외로 빨리 휘발되고 말은 바뀔수 있거든. 문서가 제일 정확해.'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난 분명 선 넘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그 기억 그 자신감은 이제 다 어디로 가버린거지

호언장담 했는데, 분명히 선 넘지 않을 수 있다고. 문서로 남겨놓으면 괜찮다고 그랬는데

활자는 변한 것이 없는데 내 마음과 내 주변은 왜 이렇게 온통 뒤바뀌어 버린거지




'나는 한 번 주는대로 받아보고, 너는 해주고 싶었던 것 다 해보고.'


분명 그랬는데. 주제넘게 너에게 받는 연애 알려준다고 큰 소리 치고 시작했는데.

정신차려보니 내가 받고 싶었던 그걸 네가 다 해주고 있었어. 



'딱 6개월만. 그 뒤론 전처럼 그냥 평범하게 지내는거야.'


6개월이 이제 한 줌도 남지 않았다.

이 시간이 지나고 6개월 전과 똑같이 돌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이야. 이제 돌아갈 수 없어. 

너랑 함께 하면서 같이 보내는 시간의 즐거움을 다 알아버렸는데 어떻게 되돌아가.


손에 든 문서의 글자를 활자 하나하나 곱씹는 시야가 점점 희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하얀 종이위로 뚝뚝 물자욱이 번지기 시작했다.

아, 안되는데. 이거 번지면 안되는데.
아니 그냥 번져서 버려버렸다고 할까.
그럼 없던 일이 되는걸까.



처음 시작했을 땐 그저 한풀이에 가까웠다. 해보지도 못했던 것들 접어야만 했던 게 너무 아쉬워서. 그래서 그거 다 쏟아내보자는 마음으로 코트위에서 가장 반짝이는 너에게 그걸 다 주고 나면 아쉬움이 없을 거 같았다.

땅위에 발을 딛고 사는 평범한 나와 하늘위에 반짝이는 너 사이의 거리가 손 닿을만큼 가까워지는 황홀한 기적같은 시간.

내가 해주는 별 것 아닌 것들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며 웃어주는 네가 좋았다.

내가 하고픈 것들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는 너의 상냥함에 속절없이 가슴이 뛰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감히 서보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옆자리에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너무 달아서 머리 속이 녹아내렸다. 동화속의 이야기가 이런 것일까.

장난처럼 시작한 반쯤의 한풀이가 점점 선명한 색채를 띄며 현실감 있게 내 손에 쥐어지기 시작하자 나는 욕심이 났다.

너의 현실에 내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너를 스쳐간 그 수많은 인연들 중 하나라도 내가 될 수 있을까.

그러면 안되는데 이 모든 것은 너의 친절이고 너의 상냥함인데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의뢰인과의 선은 넘으면 안되는데

문서로 박아버리면 나는 그것이 선을 지켜주리라 믿었다. 사람의 말과 마음은 믿을 수 없지만 문서는 믿을 수 있으니까

내 오판이다

내 과오다

내가 어리석었어 사람 마음이란 게 이런 문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너는 받고 싶은 거 받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오만했어 사람 마음이 그리 간단한게 아닌데

권준호 헛공부 했네 이런 기본도 놓치고

철 좀 들으라니, 그건 내가 들어야 할 말이었어



서재에서 홀로 서류를 읽어나가던 권준호의 몸이 무너져내렸다. 하얀 셔츠자락 소매가 다 젖도록 울음이 그치질 않았다. 울다 울다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서가 되어야 권준호는 세워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형편없이 다 젖은 손으로 전화를 집어 들었다. 목소리가 잠겨 나오지 않아 메시지를 남겼다.


'미안해. 우리 이제 그만하자.'


성지 정말 나한테도 소중해졌는데, 나를 위해 화내어주는 그런 사람인데, 내가 겪었을 그 상처를 이해해준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 상처 줬어

최악이다 권준호






집으로 돌아온 마성지는 끓어오르는 화를 진정시키며 홀로 머리를 차게 식혔다. 들끓어오른 감정이 사그라드니 왜 이토록 화가 났는지 무엇이 그렇게 아깝고 안타까웠는지 감정의 형태가 또렷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왜 화가 났지, 권준호가 나를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삼아서? 그건 이미 알고 시작한 일 아닌가. 권준호는 그것보다 더한 최악의 내 모습을 보고도 시작했는데. 정대만 때문에 화가 났나? 아니, 그건 핑계지. 아니잖아 정대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

준호가 누구를 위해 그렇게 맞춰왔는지 내가 다 봤잖아. 그 자긍심 높고 그 똑똑한 애가 무엇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수고와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그런 자리까지 가졌는데. 나 때문이었잖아. 내가 곤란해지는 게 싫어서, 나에게 피해 갈까봐 그 영리하고 고고한 애가 얌전히 머리 숙여 그걸 다 듣고 감내했잖아. 나 때문이었잖아. 그 모든 게 전부 다. 나 정말 권준호하고 이대로 끝내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난 아직 시작도 제대로 못했는데? 나 이대로 권준호 보내버려도 괜찮은건가? 괜찮을 수 있나? 


끝내고 싶지 않아 근데 끝내고 싶어

준호와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은데 기간이 정해진 이 말도 안되는 관계 그냥 집어치우고 싶어.

그 반짝반짝한 애를 엄한 놈 주기가 너무 아까워. 아니 아까운게 아니라 주기 싫어. 딴 놈 손 탄다고 생각하니까 돌아버릴 거 같아. 

혼자 그 말도 안되는 시간동안 속 썩이며 지내온 준호 문드러진 속 다른 놈이 들춰보는 게 싫어.
그냥 나만 알고 내가 그거 다 없는 것 처럼 덮어씌워주고 싶어. 그딴 기억 생각 안나게 내가 주는 것들로만 채워넣고 싶어.

영리하고 차분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권준호도, 냉정하고 틈 안주고 철저한 권준호도, 혼자 삭히고 인내하고 속썩이는 권준호도 그냥 내가 다 끌어안고 가지고 싶어. 내가 주는 좋은 것들만 받고, 내 안에서 그냥 웃으며 지내면 좋겠어.

근데 나 이미 권준호한테 바닥 다 보였잖아. 초반부터 어떤 놈인지 다 봐버렸잖아. 철 들어라 소리까지 들었는데.

권준호 누가 봐도 귀하고 반듯하게 잘 자랐는데. 어디 가져다놔도 빠지지 않는데. 그 까다로운 우리 여사님이 그럴 정도인데.

나 권준호 옆에 있어도 괜찮은건가.


홀로 감정을 삭히고 머리를 식히는 동안 휴대 전화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마성지는 뚫어지듯 그 말을 곱씹고 곱씹었다.


'미안해. 우리 이제 그만하자.'

 
너는 어떤 걸 그만두고 싶은걸까 준호야.





송태섭의 환영회가 끝나고 며칠 후,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되었다. 구단 자문 변호사에게 감사하다며 전해진 1차전 티켓을 권준호가 한참을 매만졌다. 고민 끝에 권준호는 결국 티켓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고 모니터 위의 서면을 채워나갔다. 감히 거기에 얼굴을 내밀 수가 없었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파이널의 결과는 종이 한장의 차이로 승패가 뒤집혔다. 며칠 전의 소동이 무색하게 마성지는 코트 위를 휘저었고,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권준호는 자신의 공백이 에이스의 기량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에 감사하면서 자신의 무게가 크지 않다는 사실에 씁쓸히 웃었다. 그래, 마성지에게 있어 내 무게는 이정도였지.


밤늦게 까지 사무실에 남아 서면을 작성하던 권준호의 전화가 울렸다. 마성지였다. 고민하다 받은 전화 너머에서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자신을 불러내는 말에 권준호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마성지는 잠시 머뭇거리는 권준호의 까슬한 목소리를 애써 못들은 척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던졌다. 침묵하던 권준호가 그러겠다 답변을 해왔다. 7전 4선승제의 마지막 남은 단 한 경기, 최종전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홈팀 경기장 근처 카페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며칠 사이에 얼굴이 말도 못하게 상한 권준호를 보고 마성지가 입술을 깨물었다. 할 말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권준호의 창백하게 가라앉은 얼굴에서 핏기 없는 입술이 달싹거렸다.



"중요한 일 앞두고 이렇게 속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이러면 안되는데."

"프로가 이 정도로 흔들리면 자격 내놔야지. 너야말로 잠은 제대로 자는거야? 얼굴이 왜 이래."

"괜찮아. 문자로 끝내자고 해서 미안해. 근데 너도 알다시피 계속할 수가-"

"아직 하루 남았어. 내일이 마지막이잖아, 우리."

"성지야."


권준호의 앞으로 하얀 봉투가 하나 내밀어졌다. 구단의 엠블럼이 찍힌 봉투를 바라본 권준호의 얼굴에 의문의 빛이 내려 앉았다 이내 놀라움의 빛으로 바뀌었다. 설마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니 마성지가 시선으로 봉투를 열어볼 것을 재촉했다. 봉투를 열어본 권준호의 낯빛에 경악이 내려 앉았다. 봉투 안에는 선수들 가족 몫으로 배분되는 VIP석 티켓이 들어있었다.


"이걸 내가 어떻게 받아."

"내가 받고 싶은 거 해준다고 했잖아."

"성지야."

"네 응원, 나 그거 받고 싶어."



파이널 경기 시작을 앞두고 코트 한 켠에서 몸을 풀던 마성지가 초조한 눈빛으로 관중석을 훑었다. 자신이 내민 티켓의 좌석 위치를 끓임없이 상기하며 자리를 살폈지만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머리를 한 번 털며 저지를 벗어두고 경기장에 도열할 준비를 하던 마성지의 눈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뛰어오는 수트 차림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는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한 경기만으로 우승컵의 주인이 결정되는 코트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다. 코트 위의 별, 타고난 에이스는 압박감과 호승심이 온데 뒤섞인 경기장을 자신의 무대처럼 휘저으며 골을 넣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전광판의 스코어가 서서히 한쪽으로 굳어졌다. 에이스는 승리의 여신의 손을 움켜잡았다. 

환호와 눈물과 감격이 뒤섞인 감정의 용광로 속에서 마성지는 가만히 권준호를 응시했다. 처음 보았을 때 처럼 단정한 모습의 젊은 변호사가 웃으며 축하를 건네는 것이 보였다. 마성지가 동료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밀려드는 카메라에 잠시 휩싸인 사이, 권준호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경기장의 엔돌핀에 휘말린 권준호가 평소보다 하이텐션으로 집에 돌아왔다. 겨우 고양감을 가라앉힌 권준호가 차가운 물로 몸을 씻으며 머리를 식혔다. 차갑게 가라앉은 이성이 다시 자신의 현실을 되새겼다.

다행이다, 성지가 내가 일으킨 일 때문에 중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 내가 성지 커리어에 오점을 만들지 않아 다행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 우울했던 며칠 간의 마음에 작은 행복감이 일었다. 오늘은 기분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정이 넘어 날이 넘어간 시각, 서면을 마무리하고 잠들려는 권준호의 귀에 벨소리가 들렸다. 새벽의 방문객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현관으로 다가섰다. 얼굴을 확인한 권준호는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마성지였다.




"계약은...어제로 만료되었는데."

"알아."


마성지가 손에 든 더플백에서 우승 메달을 꺼냈다. 놀란 눈빛의 권준호를 보는 잘생긴 얼굴에 시원한 미소가 걸렸다.


"계약은 이제 끝이고. 이건 계약이랑 상관없이 내가 해주고 싶어서 왔어."


이거 해보고 싶었다며-라는 말과 함께 마성지가 권준호의 목에 우승메달을 걸어주었다. 목에 걸리는 묵직한 무게감에 권준호가 잠시 말문이 막힌 채로 손가락을 뻗었다. 매만져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 현실감이 확 올라왔다.

정말 성지가 나 때문에 왔구나. 그게 뭐라고.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하게 해주려고. 이 밤중에 여기까지 왔구나, 그 말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메달을 만지작거리던 권준호가 다시 메달을 목에서 빼어 마성지의 손에 쥐어주었다. 


"고마워, 이렇게까지 안해줘도 되는데. 그게 뭐라고 이 시간에 여기까지."

"하나 더."

"응?"

"나 우승 축하 받으러 왔는데."

"아 그게..."


머뭇거리는 권준호의 앞에 마성지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바로 고개가 맞닿을만큼 좁혀진 거리에 선 마성지가 손가락으로 숙여진 권준호의 턱끝을 들어올렸다. 시선을 피할 공간과 여유를 주지 않은 채로 에이스는 공세를 몰아붙였다.


"내가 우승하면 뭘 해주고 싶었어?"


안경 너머로 사정없이 떨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는 잘생긴 얼굴에 근사한 미소가 걸렸다. 4쿼터를 1분도 남겨두지 않고 스코어를 벌리던 그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 권준호는 마성지의 저 미소를 좋아했다.

긴장감에 잠깐 눈을 감았던 권준호가 결심한 듯 눈을 뜨고 마성지를 바라보았다. 팔을 뻗어 목에 두르니 큰 키의 미남이 순순히 몸을 숙여 끌려왔다. 바로 앞까지 와닿은 얼굴의 거리감이 사라졌다. 까끌한 입술이 마성지의 입술 위에 살짝 내려 앉았다 떨어져 나갔다.


"우승 축하해."


살며시 웃으며 물러나는 몸이 긴 팔에 속절없이 끌려들어갔다. 커다란 손으로 말간 얼굴을 끌어당긴 마성지가 한 손으로는 권준호의 몸을 바짝 당겨 안고 한 손으로는 턱을 붙든 채 입을 맞추었다. 다물어진 입술을 혀로 벌리고 깊숙이 혀를 섞으며 삼킬 듯 이어나가는 키스에 마주안은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호흡이 딸려 숨이 가쁜 권준호가 팔로 잠시 마성지를 밀어내자 단단한 가슴팍이 숨통 틔우듯 살짝 밀려나 주었다. 진해진 눈빛이 뚫어지듯 바라보는 걸 의식한 권준호가 다시 팔을 뻗어 마성지의 고개를 끌어당겼다. 빨갛게 달아오른 입술 사이로 속삭이듯 한 마디가 마성지의 귓가를 파고 들었다. 젖은 숨소리와 함께 속삭인 한마디에 마성지가 거실 옆 방문을 쾅 소리 나게 열어젖히며 품에 안긴 몸을 떠밀어넣었다.


'나 오늘 연차야.'



슬램덩크 성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