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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1 20:05
근데 이제 검은 수트 빼입은 서울 남자 최실장 눈에 띈...



최실장 팔자에도 없이 교외 여관방에 잠깐 짱박혀 지내... 심각한 일은 아니고 다른 조직 잠입했다가 얼굴이 팔려서 보름 정도 보스 계획 끝나실 때까지 잠시만 내려가 있으라고... 최실장은 오히려 좋다고 횡재라고 웃었어 이게 얼마만에 쉬는 겁니까 느믈대며 보스한테서 용돈 두둑히 받고 어슬렁어슬렁 내려감... 근데 아는 사람 하나도 없고 도박장도 없고 시팔 심심해 죽겠지... 그러다가 최실장이 그나마 찾은 낙이 희여멀건 애기 하나야

여관방에 짐 풀자마자 담배 쳐물고 아니 씨 뭔 현철이 센스 시발 뭔 이딴 동네에 방을 잡아ㅋㅋ 싶어서 현타오던 때에 동네 어르신 심부름으로 술 사들고 쫑쫑쫑 걷는 머리 빡빡 민 남자애 하나가 눈에 띔... 눈썹 쳐지고 입술 도톰한 것이 저짝 세계 살다 온 최동오 보기에는 영락없이 그런 일 하게 생겼어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빡촌도 하나 있었지... 그래서 피우던 담배 바닥에 탁 버리고 성큼성큼 다가가서 걔 손목 잡음

밤바람 쏴 하고 부는데 걔는 놀라서 눈 크게 뜨고 최실장 올려다보고 최실장은 생각보다 더 순하고 어린 인상에 인상쓰고 그래... 정신차리고 더듬더듬 놔달라고 하는 목소리가 희한해서 최실장은 그만 큰 손으로 아래턱 잡고 이리저리 돌려봐... 값을 물으니까 그런 거 아니래 가는 길이 급하다고 눈 깔면서 속삭이듯이 이야기해...  최실장 픽 웃으면서 어디서 일하는지 물어봐... 너 저기 빡촌에서 오는 길 아니야? 하니까 아니라구 울상이 되어서 변명해... 한참 실랑이하다가 결국 그날은 입맛 다시면서 놔줬지 뭘

근데 바로 다음날 동네 한바퀴 돌아보던 최실장 눈에 다방으로 출근하던 거 딱 들켜야지ㅋㅋ 최실장 신이 나서 바로 거기 들어가 두 잔 시키고 애 앉혀... 근데 애가 우물쭈물하면서 저 그런거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하길래 최실장도 이제 재미있어서 누가 뭐래? 그냥 말이나 섞자고~ 하고 손목만 턱 쥐어봄 애는 최실장 뜨거운 체열에 심장이 졸아붙고 최실장은 그틈에 확 끌어안고 아이구~ 실수했네 하고 느믈느믈 그애 납작한 아랫배나 더듬다 놔주고
그러다가 서울 친구들 이야기도 해주고 최실장 하는 일도 두루뭉실하니 말하게 되고... 현철이한테 연락해서 과자 좀 보내라고 서울 과자 갖다가 애 하나씩 먹이고... 그때 그 과자 또 먹고 싶지 않냐고 무릎에 앉혀보고ㅋㅋ...

애가 순해... 이 동네에 소꿉친구가 많대 그래도 한번은 서울 가보고 싶은데... 하고 말끝 흐리는데 최실장한테 자세한 사정은 굳이 알 바가 아니지... 진짜 빡촌 출신이든 아니든 이런 동네에 이렇게 허옇고 어린 애가 혼자 헐렁하게 돌아다니는 꼬라지 보니 대충 어떻게 지내왔을지 뻔해... 알면 더 재미없어질 것 같아서 안 물어봐

최실장이 애 데리고 하는 이야기 별거 없음... 나른하게 손에 깍지나 껴보고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하다가 기껏해야 너 형 따라서 담배 피워 볼래? 놀리듯이 묻는거야 애가 살래살래 고개 저으면 응 아쉽네~ 하고 자기만 혼자 뻑뻑 물고 애 얼굴에 후 뱉으면서 장난 치고... 그날 다방 문 닫을 때까지 죽치다가 진짜 안 피워보겠냐고 한번 더 묻더니 한개비 테이블에 놓고 가고...

보름 다 되어갈 때 애가 더듬더듬 지난번에 말씀해주신 책 빌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 최실장 말없이 갖다줘... 어려워... 읽고 이해는 하겠니? 웃으면 그냥 말없다가 한참 안 갖다준다... 그러다가 최실장 올라가기 직전에 여관방 밖에서 담배 피우고 바람쐬는데 애기 처음으로 최실장 묵는 곳까지 찾아오더니 고앞에서 책만 주고 가려면 좋겠다

형 이제 서울 간다~ 하고 느긋하게 말하면 애 말없이 고개만 숙여... 비싼 담배 준다니까 그건 안 받는 희한한 애야 읽어도 이해도 못할 프랑스서 건너온 야매 번역책이나 빌려가더니 읽은 건지 아닌지... 최동오 충동적으로 "형 따라올래?" 하고 물어보면 애 고개도 안 든다... 한참 있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제가 서울 가서 무슨 일을 해요 하는데 최실장 또 충동적으로 한마디 해 자기 커피 타주고 자기랑 놀면 된다고... 사람들 다 빠져가는 교외 죽은 동네에 뜬금없이 나타난 젊고 잘생긴 형이 하는 그런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 본인은 아나 몰라...

그애는 끝까지 고개도 못 들고 미적미적...하다가 서울 조심해서 가시라고 웅얼대고 느릿하게 돌아서는데 이번에야말로 그 쏴ㅡ 한 밤바람 맞으면서 얼굴 어두워진 최동오가 이명헌 허리춤 덥석 감고 여관방으로 들어가버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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