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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1:55
태웅이는 모르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만이 생각 깊은 애고 천성이 착한 애임
태웅이가 먼저 고백을 해서 시작한 관계긴 하지만 그 고백이 있기까지 대만이도 태웅이 좋아했고 그래서 여지도 줬겠지

태웅이의 첫 번째 고백에 대만이는 거절을 했었음
자기보다 어린 후배였고 둘은 남자니까 이건 아니라고 느낀거지..근데 자꾸만 서태웅한테 마음이 가니까 대만이도 매몰차게 쳐내질 못한거야
그렇게 총 세 번의 고백을 받았고 윈터컵 마지막 경기날, 서태웅의 마지막 고백에 펑펑 울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지

그렇게 둘이 사귀게 됐는데 철저하게 비밀연애를 하기로 한 거
다른것보다 태웅이는 아직 미성년자고 국가대표고 앞날이 창창한 선수인데 불미스러운 소문이 돌게 하고 싶지 않았지

근데 이런 이유들을 태웅이한테는 일절 티를 내질 않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태웅이 입장에서는 좀 서운하다고 느낄정도로 철저하게 둘 관계를 숨겼음



학교에선 태웅이가 어깨에 손이라도 댈라치면 '아 끈적거려 만지지 마.' 이런식으로 쌀쌀맞게 굴었고 둘이 같이 걷다가도 태웅이 집 근처쯤 왔다 싶으면 여기서 헤어지자고 손 흔들고 가는거지
태웅이는 그 때마다 조금 부루퉁해지기는 하는데 대만이가 소문 날까봐 스트레스 받는다는 건 알았으니까(이유는 몰라도..)그냥 맘속으로 서운해하고 맘. 사실 자기가 먼저 좋아했고 여러번 고백했었으니까 선배는 나를 아직 덜 좋아하나보다..싶어서 속상했는데 그래도 티는 안내는거ㅠ



그러다 태웅이가 대만이를 조르고 졸라서 태웅이 집에 놀러가게 됐는데 태웅이 부모님이 자기를 너무 잘 맞아주시는거야
대만이는 그 화목한 가족들의 모습과 아무것도 모르고 날 태웅이 친한 선배인 줄 알고 챙겨주신다는 것 때문에 혼자 많이 울적해짐 그래도 태웅이한테 말 안 했음
근데 얘도 미성년자고 어린애잖아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고 그 날이 딱 그런 날이었던 거지..



태웅이 집이 빈 날이었고 여느때처럼 골목을 들어서기 전 미리 손을 흔드는 대만이었는데 태웅이가 집에 왔다가라고 대만이를 붙잡았고, 정대만은 자기 어깨에 고개를 포옥 파묻으며 '선배 같이 있다가 가면 안돼요..?' 라고 말하는 서태웅을 외면하질 못했음
그렇게 따라 들어온 태웅이네 집, 몇 번 와보지 않았지만 늘 부모님이 계셨었고 둘은 태웅이 방에서 간식을 먹으며 잡지를 보다가 금방 공을 가지고 다시 나갔었어. 이렇게 빈 집은 처음이었지

빈 집의 서태웅 냄새가 잔뜩 밴 방에서 둘이 있자니 당연하게도 몸이 가까워졌고 둘은 교복 셔츠가 반쯤 풀어진 상태로 키스를 했지
근데 그렇게 정신 없이 입을 맞추느라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거야...

아들 왔냐며 방 문을 연 태웅이 어머니를 무방비 상태로 마주치고 맘



둘은 놀라서 허둥댔고 어머니도 놀라서 바로 방 문을 닫고 나가셨는데 대만이 갑자기 온갖 생각들과 감정이 휘몰아쳤겠지
당장이라도 도망쳐 달아나야하나, 잘못했다고 말씀드려야하나, 오해라고 해야하나 수많은 생각들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두려움에 입술이 달달 떨렸음
손이 자꾸만 미끌어지는 대만이를 대신해서 태웅이가 셔츠 단추를 채워주려하는데 대만이는 뿌리치고...


"태웅아, 형이 다 알아서 할게."
"...네?"
"...넌 아무것도 모르는거야."
"그게 무슨 ㅁ,"


태웅이가 말릴 새도 없이 거실로 나간 대만이는 부엌에 계신 태웅이 어머니 앞으로 갔어
어머니가 대만이를 보고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대만이가 냅다 무릎을 꿇어버렸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태웅이한테 영화에서 본 거 해보자고 한거에요. 앞으로 태웅이랑 같이 안 어울릴게요. 잘못했습니다."
"선배!'"


뒤따라 나온 태웅이가 얼이 빠져서 일으키려고 해도 꿈쩍도 안하고 무릎을 꿇은 대만이 무릎에 눈물이 툭툭 떨어졌음
대만이는 덜덜 떨리는 어깨로 눈물만 잔뜩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태웅이 잘못 없다고 계속 말하는데 태웅이 돌아버리는거지

사실 얘네 관계 태웅이 부모님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거
농구랑 잠, 밥 외에는 관심사도 없던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 누구보다 먼저 눈치챈 사람도 엄마였고 처음 대만이를 집에 데리고 왔던 날 아들 눈빛 보고 혹시나..?싶었던거지
며칠 고민을 하다가 태웅이를 불러다 앉히고 물어봤고 솔직하게 사귀는 사이라는 대답을 들었음
많이 놀랐고 속상했지만 태웅이가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걸 처음 봤고 태웅이 부모님 젊고 편견도 딱히 없는 분들이라 그냥 인정해주신거지


둘 키스하는 거 보고도 진짜 당황은 했지만 순전히 아들과 아들 애인의 스킨십현장을 목격한 게 당황스러운거지 그 이상의 다른 감상은 없었음
근데 대만이는 펑펑 울며 다 자기잘못이라며 용서를 빈거야



결국 그날 탈진할 기세로 우는 대만이 태웅모자가 진정시켰고 태웅이가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놀이터 가서 대화하는 둘이겠지
대만이 너무 많이 놀랐고 긴장했고 우느라 힘 다 빠져서 숨만 색색 쉬고 있는데 태웅이가 가만히 안아줬을듯

겨우 두살이 많다는 이유로 자기 애인이 혼자서 말도 못하고 맘고생한거 이제야 다 알아버렸으니까...


"태웅아...미안해."
"...뭐가 그렇게 미안해요 선배는."
"그냥..다...."


더이상 묻지 않고 꼬옥 안아주는 태웅이때문에 대만이 결국 쏟아내듯이 자기 진심 털어놓는거지
내가 너 많이 좋아한다, 너 앞날에 내가 걸림돌이 될까봐 무섭다, 계속 계속 더 많이 좋아지는데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고 근데 네가 너무 많이 좋아서 무섭다..


"..나는 선배가 아직 나를 덜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이날 결국 두사람 다 맘 속에 쌓아둔 오해 다 풀고 대만이는 앞으로 혼자 맘고생하지 말고 태웅이한테 말하기로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함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태웅이가 대만이 모르게 선수쳐서 둘 관계 주위에 다 털어놓았을듯
농구부에도 주장 된 태섭이 찾아가서 사실대로 털어놓고 영걸이 용이 등등 대만이 가장 친한 친구들한테도 다 얘기해놓고 대만이한테는 며칠 지난뒤에 친구들한테 얘기하자고 해서 같이 다시 얘기했을듯
애초에 진짜 이해해줄만큼 친한 사람들한테만 미리 털어놓은거고 그 사람들한테만 말할 생각이었던거라, 주위 친구들은 미리 다 듣고 마음의 준비도 했고 태웅이가 일단 선배한텐 모른척해달라는 부탁도 해서 교제사실 털어놓는 탱댐 얘기 차분히 듣고 반응해줄 수 있었던거지

이후에 대만이네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거는 한참 걸렸겠지만 그래도 태웅이 덕에 학교랑 태웅이네 집에서는 한결 마음 편하게 죄책감 가지지 않게 되는 대만이면 좋겠다..



쓰다보니 내용이 되게 우중충해졌는데 암튼..현실적인 이유로 맘고생도 많이 하지만 결국 모든 게 순탄하게 흘러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벤츠인 탱댐....




슬램덩크 태웅대만 탱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