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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02:03
타싸에 쓴적 있



대만은 침대에 얌전히 이불을 목까지 끌어안고 침을 꼴딱꼴딱 삼켰다. 자야지- 하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건 두둥실 구름처럼 떠다니는 수플레 케이크의 모습뿐이라 대만은 어둠속에서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아, 침나와. 상상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군침이 고일수가 있나? 근데 이 시간이면 문 닫았을텐데. 요즘 편의점 잘나와서 괜찮으려나?



대만은 고개를 돌려 옆자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안그래도 잠귀도 어두운 제 연인이 며칠째 야근하고 와서 쓰러지듯 곤히 자는데 그 누가 감히 깨울수가 있을까. 그리고 가슴 한구석에 깨우면 호열이가 귀찮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자는데 귀찮게 구냐고 짜증내거나 화내면 어떡하지? 호열이 대만의 생각을 읽는다면 허튼생각한다고 핀잔주다가도 표현 못한 본인을 탓하며 대만에게 미안해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줄테지만 그는 이어진 철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수마에 빠져든 상태였다.



마음의 크기가 다른 상태에서 시작한 관계에 대만은 습관처럼 말을 아끼고 혼자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완벽하게 고쳤다고 한 습관이 다시 호르몬으로 인해 삐걱거렸고, 그 결과 대만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적당한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나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호열을 대만이 깨웠다면 진작 깨우라고 하면서 수플레 케이크를 직접 구워줬을테지만 널뛰는감정에 거기까진 생각이 닿지 않았다.

귀찮아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가만보자..근처에 편의점이 어디어디 있더라-

우울해하기도 잠시 다시 머릿속을 지배하는 수플레의 향연에 홀리듯 대만은 지갑을 챙겨 문을 열었다.







수플레 케이크는 결국 없어서 못 먹었지만 다른 조각케이크는 나름 먹을만 했어서 대만은 기분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도착했다. 혹여 호열이 깰까 조심조심 문을 열었고, 다행히 제 연인은 깨지 않고 곤히 자고 있었다. 아직 자고 있네. 귀여운놈. 누가 업어가도 모를거라니까. 아 도지마롤도 맛있던데 다음엔 다른 맛으로 먹어봐야지.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듯 대만은 식은 잠자리에 들면서도 웃으며 이불을 덮었고, 곧 색색 거리는 소리만이 침실을 채웠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은 쉬웠다. 그 뒤로 종종 대만이 먹고 싶은 것이 생길때마다 직접 나가서 사고 먹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호열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왜 그런날 있지 않은가. 이유없이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새벽에 깬다거나, 갑자기 타는 듯한 갈증으로 인해 물을 마시려잠에서 깰때. 그 날 유독 뒤척이던 호열은 잠에서 깨버렸고 이불을 들춰 일어설때 대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갔지? 화장실갔나? 대만군...어디있어요? 비척비척 나와 화장실로 향했지만 화장실 불은 꺼져있었다. 자고있나? 대만군? 소파에서 자고 있나 싶어 거실로 발을 들이는데 저의 말만 퍼지고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응? 대만군? 거실에도 화장실에도 침실에도 베란다에도 그 어디에도 정대만이 없다. 집이 궁전같이 큰 것도 아니고 이 작은집에 정대만이 없다. 혼자 어디갔지? 그것도 이 야심한 밤에? 그것도..날 두고.



결국 내가 싫어졌나. 그래서 도망갔나. 표현이 부족했던걸까? 아니면 내가 주는 사랑이 부족했나. 아니면 질렸거나. 근데어떡하지. 나는 대만군 없으면 안되는데.. 내가 더 사랑한다고 했어야했는데. 작은 마리통으로 많은 생각 갖고 있는걸 까먹으면 안됐었는데. 패닉이 온 호열이 할수 있는 건 자책밖에 없었다. 야 대만군한테 잘해- 이 말없는 녀석 좋아한다고 고생이 많아 대만군! 호열이랑 만만쓰랑 사귄다고?에 안어울려! 예전 백호군단들이 저를 놀리던 말이 날카롭게 귓가를 스친다. 우왕좌왕하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다 침실에서 들려오는 벨소리에 호열은 무작정 옷을 걸쳐 밖으로 향했다.



잠이 덜 깨고 마주한 충격에 호열은 대만이 임신 한것도 까먹었을 뿐더러 입덧 때문에 밖에 나갈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호열은 떡하니 주차공간을 차지한 자신의 차를 보고 말을 잃었다. 차도 놓고 갔네. 차도 버리고갈 만큼..나를..



호열은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나와 무작정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만군없는 집은 사치지. 그래 원래 이래왔잖아. 원했던것은 다 손에 빠져나갔잖아. 자조적인 말을 속으로 내뱉으며 자신을 책망했다. 오랜만에 담배가 땡겼다. 아 대만군 임신하면서 담배도 못 핀지...어?



대만의 임신을 불현듯 깨달은 호열의 입에선 채 발음되지 못한 소리만이 나왔다. 점퍼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뒤지려던 호열은 그대로 뜀박질을 하며 대만을 찾기 시작했고, 우연찮게 아파트 주변 놀이터 정자에 앉아있는 대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뭘 먹었는지 모를 쓰레기들이 옆에 구겨져있었고 대만은 익숙한듯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정대만!!!!!! 새벽이란 것도 잊은채 호열이 대만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벼락같이 들리는 제 이름에 대만은 깜짝 놀라 그대로 고꾸러질뻔한걸 호열이 잡아챘다. 잔뜩 흐트러진 머리하며 사나운눈빛. 야차같은 모습이 먼 옛날의 체육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딸국- 너무 놀란 나머지 딸국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딸국- 흡- 아, 딸국- 그게”

“어떤 마음으로 찾아다녔는지 알아요?”



야차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물기를 잔뜩 머금은 애기같은 얼굴에 더 놀라 나오던 딸국질도 멈췄다.



“너 울어???”

“대만군. 난 대만군에게 대체 무슨 존재에요?”



보자마자 안도감과 서러움에 눈물이 호열의 눈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아,아니 나는 너가 피곤하고 귀찮을까봐...대만이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줄줄 이어서 나온 말에 호열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쩐지 익숙해보이더라니 심지어 몇번이나 이런 짓을 했다고. 진짜 이 인간을 어쩌면 좋지.. 한숨 처럼 뱉은 숨에 대만의 몸이 움찔했다.



“..미안.”



눈을 돌려 대만을 바라보자 대만이 부푼지도 모를만큼 판판한 배를 껴안으며 죄인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울고 싶은건 난데 말이지. 정말 제가 사랑한 이 남자는 생각이 너무 많다. 의자에 앉아있는 대만의 앞에 호열이 쭈그려 앉은채로 그를 쳐다봤다.



“안추워요?..춥겠다. 들어가요, 우리.”









“밤중에 뭐가 그렇게 먹고 싶었어요?”

대만을 식탁에 앉히고 호열은 그에게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쥐어준 채였다.

“몰라. 매번 다르더라고. 은근 까다로운게 나를 닮으려나. 근데 이거 어디서 사온거야? 맛있다!“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요. 체할라.”

“바쁠텐데 언제 사왔어? 진짜 맛있는데 안 먹을거야? 한입줄까?”



뭐가 그렇게 궁금한게 많은지 쫑알쫑알 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살풋 웃음이 터져나왔다.



“대만군 주려고 사온거니까 다 먹어요. 먹고 싶어하는 것 같길래. 전에 사다놨어요.“



그래야 힘을 쓰지. 하는 뒷말은 삼킨채 대만을 바라보는 호열이었다.















아니,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대만은 호열의 밑에서 허우적 거리며 잠시,잠깐만 이라고 말하며 호열을 밀어내려애썼다. 하지만 진득하게 다가오는 입술에 제 가슴께로 오는 손길에 속절없이 무너져 입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음만이 터져나왔다. 감질맛 나게 손가락으로 뒤를 쑤시다가도 가려고만 하면 그만두길 여러번. 대만은 호열에게 가고 싶다고, 넣어달라고 애처롭게 엉엉 울면서 매달렸지만 호열은 그런 대만의 눈물을 혀로 햝아줄 뿐이었다. 대만군, 대만군이 잘못했잖아. 나 두고 대만군 혼자 나갔잖아. 호열은 손가락을 구멍 주변에 문지르며 대만의 가슴께에 톡 튀어나온 빨간 유두를 입에 머금었고, 대만은 그 날 호열의 밑에서 울다지쳐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이정도면 밤중에 안깨겠지. 호열은 대충뒷처리를 마치고 대만의 몸을 꽈악 껴안은 채 저도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도 대만을 찾으려 손으로 옆을 더듬은 호열이 대만을 못 찾자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딨어.. 주위를 둘러보자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떨어져 얌전히 자고 있는 대만이 보였다. 흐트러진 이불을 다시 꼼꼼하게 덮어주고 호열은 요새 달달한 디저트류를 찾는 대만을 생각해서 과일타르트나 크림브륄레를 하기위해 주방을 뒤적였다. 그때 때마침 대만이 비척비척 걸어와 호열의 등을 껴안았다.



“깼어요? 조금 더 자도 되는데.”

“우음- 배고파서. 뭐해?”

“대만군 디저트 좋아하는 것 같아서. 따로 먹고 싶은거 있어요?”

“어 나 그 뭐지 볶음밥.“

”마늘쫑 넣고?“

”어어! 그거!“

”알겠어요. 하는동안 앉아서 쉬고있어요.“



하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땐 그랬지 하면서 웃는 거 보고싶다..





호열대만은 사랑을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