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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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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웅 어릴적부터 친구인 정대만한테 최근 들어서 사과향이 점점 더 짙게 난단 생각 했겠지 어릴땐 우유 냄새가 났던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던 태웅이가 생각해보니 자기도 모르게 앞서 걷고 있는 대만이의 뒷목덜미를 빤히 보거나 손으로 슬슬 쓸곤 했던거 같을거야 그때 딱 깨닫겠지 정대만 이제 오메가가 되는건가? 하고.
그건 사실 희소식이었음 이 세계에서 알파와 오메가는 베타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곤 했고 저녀석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농구에 미친놈이였으니까. 제친구가 앞으로도 코트 위에서 같은 길을 걷겠단 생각이 들자 서태웅은 오히려 짜릿한 감정도 느꼈을거야

그런데 서태웅 그때부터 이상하게 대만이가 받아오는 러브레터들이 거슬리기 시작했음 좋겠다 자기도 아침마다 신발장에 쌓여있는 편지도 많으면서 이상하게 옆에서 꾸준하게 몇개씩 받는 그 편지들이 거슬렸겠지 선물에 묻은 그 향들이 포장을 풀어내는 대만이의 손에 묻는게 싫어졌을거야 그래도 서태웅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몰랐으면 좋겠다 곧 대만이가 정말로 오메가로 발현해서 한동안 앓느라 학교에 오질 않았겠지
며칠만에 본 정대만은 전과 같아 보였어 주변에서는 분위기가 훨씬 우아해졌다고 했지만 서태웅한테는 똑같이 농구바보였으니까 그러다 나란히 복도를 걸으며 교실 이동을 하던 태웅이 버릇처럼 오른손으로 대만이의 뒷목덜미를 쓸자 잘만 떠들던 대만이가 멈칫하더니 제 목에 가있는 태웅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아다 제 어깨에 걸쳤지 그 부드러운 살의 감촉이 빳빳한 교복천으로 바뀌자 태웅은 좀 아쉬웠지만 덕분에 거리감이 좁혀져 대만이의 사과향이 잘 느껴지는건 좋았을거야

얼마후 서태웅은 기분이 굉장히 저조한 상태가 됐음 요며칠 정대만이 자신의 버릇을 계속 막는게 짜증났거든 사실 정대만이 왜 막는지 아예 모르겠는건 아니였음 알파가 오메가의 뒷목에 막 터치를 하는건 무례한거긴 했거든 뒷목을 물고 각인을 하면서 서로의 반려가 되는거고 그 각인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거였으니까 민감한 부위였어
'하지만 난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치원때부터 지겹게 함께해온 난데.
둘의 인생에서 정대만이 서태웅에게 다른 사람이 보면 놀랄 스킨십을 막 하는 것처럼(뒷통수 때려서 깨우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음 서태웅의 입술이 불만스레 툭 튀어나왔어

부활이 끝난후 둘은 늘 그렇듯 남아서 일대일 연습을 했음 그러다 저녁이 되는걸 느끼고 공 정리를 하고 있었지 태웅이 약간 낡은 공 하나를 잡아다 넣고 남은공이 있나 고개를 돌리자 대만이가 아쉬운듯 공 하나를 들고서 대기타임 없이 바로 슛을 날리는게 보였어 둘의 시선이 깔끔하고 아름다운 포물선에 꼿히고 림의 소리를 생략한 그물이 흔들리는 소리가 울려퍼졌지

"정대만 그 공이 마지막이야"

통통 바닥에서 튀다 구르는 공을 향해 대만이가 다가가자 태웅이 말했어 그러자 대만이가 알았어 하고 순순히 다가왔지
손에 든 공을 통에 넣는 대만이가 고개를 숙이자 서태웅의 눈길이 하얀 목덜미에 닿았어 땀에 젖고 조명에 빛을 받은 피부가 약간 빛나고 있는것 같았지 태웅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으아악 미친 서태웅 미쳤냐!!"

체육관 안에 정대만의 경악한 외침이 들렸어
얼굴을 잔뜩 붉힌 정대만은 자신의 뒷목에 닿았던 말캉한 감촉에 깜짝 놀라 손으로 그 부위를 감췄음 그 모습에 서태웅이 뚱하니 입술 좀 닿은게 어떻다고 하며 적반하장의 눈길을 보내자, 정대만은 잠시 으으 하고 좀더 짜증을 내더니 이내 다시 서태웅의 곁으로 돌아왔지

"넌 진짜.. 후 그러지마 진짜 나 아니였음 너 주먹 맞았다 나 이제 오메가라니까"
"... 다른 사람한테는 안그래 못난아"

서태웅의 말에 정대만은 잠시 말없이 태웅을 곁눈질로 쳐다봤어 묘한 표정을 하던 대만이는 곧 입을 한쪽으로 비죽이 끌어올리곤 가자 한마디를 남긴채 공이 담긴 무거운 상자를 쉽게 밀며 앞서 걸었지


자각없이 소유욕 끓는 알파 서태웅이랑 어릴때부터 서태웅이한테 못난이란 소리 듣고 자라서 저자식은 이제 눈도 더 높아지고 고백도 많이 받으니까 난 더 못생겨 보이겠지 생각하는 정대만 보고 싶다 그래서 서태웅은 절대 자기 오메가로 안볼거라고 생각하겠지
저 상태로 정대만 유죄짓 하고 다녀서 서태웅 속 타들어가는데 자기도 자기가 왜 그런지 몰라서 둘이 계속 티격태격하는거 보고싶다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