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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00:14
백호 복귀하고나서부터 태웅이 거의 자기 집에는 빨래만 하러 갈 정도로 백호 집에 눌러앉는데 둘 다 무자각이라 사귀진 않음
밥 먹고 만화책이나 느바 비디오 보면서 같이 시간 보내는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가끔 백호가 너네집 좀 가라며 태웅이 쫓아내도 안가고 버틸듯
그러다 처음으로 백호가 태웅이 집 가보는데 여우자식 어림짐작한것보다 더... 가구며 장식이며 다 고급인 거 막눈인 백호도 피부로 느낄 정도였음
딱 봐도 감각있는 사람이 정돈해놓은 그런 느낌의 집일거같음
태웅이 방은 그나마 남자애 방이라고 조금 어질러져있긴 했는데 그래도 밝고 산뜻함
백호가 생전 처음 만져보는 보드라운 침구 손으로 슥슥 쓸면서 얜 도대체 우리집에 왜오는거지? 싶은거
백호 조금 놀라긴했지만 놀라울정도로 꼬인 구석이 없는 애니까 막 자낮해진건 아님

야 넌 우리집 왜오냐 도대체? 내가 너같으면 절대 밖에서 안 잔다 ㅋㅋㅋㅋ
어느새 태웅이 침대에 올라가서 온몸으로 이불을 즐기고 있는 백호가 물어봄
그 말에 태웅이는 기분이 팍 나빠져서 대답 없이 서랍이나 뒤적거렸겠지. 예전에 쓰던 워크맨 백호 주기로 해서 들린 거였거든
태웅이가 기분 나빠진 이유는 만약 상황이 반대였으면 쟤는 우리집 안올건가? 답지않게 빈약한 상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인데
그런 속내는 꺼내지않고 이불 마음에 들면 너네집에 가져가라고 함
백호는 이렇게 좋은 것들에 익숙한 녀석이 상대적으로 구릴게 뻔한 백호집에 군말없이 눌러앉는 둔함이 뭐랄까...가끔은 짜증스러울 때가 있었음
남들이 꿈만 꾸는 것들을 저 여우자식은 아무렇지도 않게 갖고있단 말이지. 그리고 그것들에 무심하고.
괜시리 소연이가 생각나고 더 못난 마음이 치고 올라오기 전에 백호는 낙제를 면하려고 삐질삐질 같이 공부하던 모습이나 매일밤 혼자 연습하던 여우의 모습도 떠올림

내가 거지냐? 됐거든

그렇게 말하자마자 태웅이 내민 워크맨을 받아들려니 좀 웃긴 모양새라 백호가 피식 웃었음
태웅이는 침대에 기대 앉아서 조용히 기분 나빠하고 있고 백호는 누워서 워크맨 이리저리 살펴보는동안 정적이 흐름
그 날은 곧 나가서 농구나 하고 말았고 백호는 금방 잊었는데 태웅이가 한동안 백호 집에 안갈것같다
한 일주일 쯤 지나니까 백호가 자기가 한 말은 기억도 못하고 너 요즘 왜 안오냐? 묻겠지
태웅이는 유치하게도 니가 오지 말라며. 라고 대꾸하고 싶은 자신을 놀라워하면서 흠. 한마디로 얼버무림
무심해보이는 태웅에 백호가 뭐 오라는건 아니고. 홱 돌아서가는데 서운해하는게 티가 나는 걸음걸이라 거기에 기분이 풀려버리는 태웅일것같다
둘 다 아무말없이 걷다가 갈림길에서 태웅이가 말없이 백호 쪽으로 붙으니까 백호 표정 확 풀어지고 걸음걸이도 달라짐
보폭을 쫙 늘려서 걷다가 가볍게 콩 뛰기도 하고
태웅이는 그런 백호 보면서 좋으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임
백호 저러는거 보면 뭔가 하고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둘이 마음 자각하기 전부터 이런 이상한 밀당 같은거 하고 자빠졌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