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권태기가 비슷한 시기에 왔다는 설정임

잘 준비 하고 자리에 누워서 우성이 인스타 보고 푸슬푸슬 웃다가 아무 생각 없이 전화 받은 이명헌...전화를 받았는데 빗소리만 들리고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서 정대만? 하고 물었는데 한참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물기 어려 있음. 명헌아, 나 공항이야. 미안한데, 시간 되면 데리러 와줘. 이명헌은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침대에 앉았지. 왜냐면 정대만은 이틀 전에 미국 가는 비행기를 탔었거든. 몇달동안 권태기 때문에 고생 고생을 하고는, 직접 만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애써 웃으며 간 미국이었어. 대만, 무슨 일 있었어 뿅? 정대만은 대답하지 않았어. 그냥, 그냥 돌아왔어. 나중에 설명할게.

이명헌 차 얻어 타고 돌아오는 길은 삭막함 그 자체일 것 같음. 공항 앞에 나와있는 정대만 눈이 퉁퉁 부은 거 보고 이명헌도 답지 않게 당황해서 라디오 같은 거 틀 생각도 못 했을듯. 멍하니 신호등 앞에 멈춰서서 붉은 빛 신호등 불이 빗방울에 맺히는 걸 바라보는데 정대만이 말 꺼냈으면 좋겠다. 명헌아, 내가 공항에서 내려서 걔 집을 갔거든. 이명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야기 해보라는 듯 정대만을 넌지시 바라봤어. 똑같았어. 사랑을 나누고, 몸을 섞고. 그냥 모든 게 똑같았어. 난 행복했어. 두려웠거든, 몇 달 사이 끊겨버린 편지도, 이제 다시 걸지 않는 국제전화도. 그 애가 그냥...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게 걱정이 되서. 그래서 그 애를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몸을 섞는 과정만으로도 행복했어. 근데 잠들기 직전에 생각난 게 있었어. 송태섭이 나한테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말했던 게 언제였었지.

명헌아, 그게 기억이 안 나더라고.

잠에서 깨어나니까 오전이었어. 거실에서 소리가 들리길래 나갔더니 전화를 하고 있더라. 안 방에 들어가 숨 죽이고 소리를 들으니 어렴풋 전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송태섭이 말하더라고, 언제 헤어지자고 이야기 할지 고민했던 게 죄스럽다고. 근데 이제 더 이상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날 찾으러 미국까지 와준 정대만을 보고도 심장이 뛰지 않아서. 그게 무섭다고.

...그 길로 나가서 제일 빠른 비행기 타고 돌아왔어. 급한 일 생겼다고 하고, 그냥 가치가 없는 것 같아서.

꽤 길게 이어진 이야기에 언제인지도 모르게 이명헌이 헨들을 쥔 손에 힘을 주었어. 정대만은 울지 않았어. 우리 집으로 가자, 뿅. 한참 동안의 침묵 후에 이명헌이 말했어. 정대만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지.

그로부터 3일, 이명헌이 정우성에게 편지로 이별 통보를 했어.

정우성은 쉴 새 없이 부재중 전화를 남겼어. 문자도 수십 통을 날렸어. 형, 형. 내가 미안해요. 헤어지지 말아요. 전화 좀 받아봐요, 명헌이형. 이명헌은 답장하지 않았지. 두려웠어. 언젠가 이 골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졌을 때 정대만과 비슷한 형식으로 그 골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명헌은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거든. 슬프지만, 이명헌은 사랑 앞에서 정대만처럼 강인하고 성숙하게 행동할 자신이 없었어.

핸드폰을 끌까 말까 고민하던 중 정대만의 전화에 이명헌이 통화 버튼을 눌렀어. 명헌아. 무슨 일, 뿅. 나랑 도망갈래? ...뭔 헛소리야? 그냥, 도망가자. 정우성이랑 송태섭 생각 안 나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아.

이렇게 시작하는 명헌이랑 대만이의 여행 및 자낮삽질 타임과 뒤늦게 연상들 찾아 굴러굴러 쇼 하는 연하들이 보고싶음 제발아무나써주라

우성명헌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