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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23:07
보고싶다


호열이가 백호 태웅이랑 잘 되는 거 보고 씁쓸히 돌아서는데
이제 딴 생각 안 하려고 알바 열중하다가
오토바이 어떤 차에 갖다 박아버림
근데 그게 철이 차였던 거지
하 오랜만이다?
그러다 말 트고 철이가 호열이 자기 집에 들여다 놓음
그런데 둘이 진짜 집만 같이 쓰고 별 대화는 없었겠지
그냥 뭐... 진짜 그냥

근데 어느 날 새벽에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 들려서 철이가
나가보니까 화장실 변기 붙잡고 웩웩 거리고 있는 호열이

야 어디 아프냐?
대답도 못하고 허옇게 질린 손으로 들어가라는 건지 휘휘 손 내젓는데 그 꼴 보다 못한 철이가 대충 점퍼 챙기고

대충 헹구고 나와 그러다 죽겠다

호열이 옷 입혀서 택시 타고 응급실 감

택시 안에서도 괜찮다고 미안하다고 다 죽어가는 얼굴로 자꾸 내리려는 호열이 허벅지 세게 쥐고
아픈 놈 때리는 데는 취미 없다 하고 낮게 으르렁거리겠지

응급실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대충 링거 꽂아두고 쌩 가버리는 간호사
그리고 또 한참은 지나서야 의사 얼굴 보는데
의사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철이를 보네

... 영양실조네요 젊은 남성분이 영양실조는 흔치 않은데
링거 다 맞고 가시고 식사 영양가 있게 잘 챙겨 드셔야 해요. 하고 감

철이도 어이가 없음 지금 시대에 무슨...

야 너 밥 안먹냐? 하긴 뭐 먹은 꼬라지를 본 적이 없긴 하다만 너 일은 몇 개나 하냐
하... 아니다 자라 하고 밖으로 떠나는 철이

호열이 그냥 링거 뽑고 나가고 싶은데 그 생각하다 까무룩 잠들겠지

점심때 다 돼서 눈 뜬 호열이
집에 갔다 온 건지 호열이 겉옷 하나 더 챙겨와서
옆에 앉아있는 박철

가자

말없이 조용히 따라가는데 택시 안 타고
병원 앞 죽집에 들어가는 철이에

집에 안 가?
의사 말은 똥구멍으로 들었냐 서른도 안돼서 요절하고 싶지 않으면 밥이나 먹어

식당 들어와서 고개 푹 숙이고 별말 없는 호열이 슥 보더니 젤 비싼 죽 시켜서 호열이 앞에 두는 철이

그날 이후로 그렇게 살짝 충격받은 철이의 일방적인 보살핌이 시작되는데

알바 끝나면 데리러 와
반찬 사다놨다고 먹으라고 냉장고에 쪽지를 붙여두질 않나
점심시간 지나면 밥 먹었냐고 전화 걸어
안 먹었다 하면 자기 퇴근하고 와서 쳐 맞기 싫으면 먹으라고 혼을 내질 않나
이런 관심은 또 처음인데 ...

아직 어려서 그런지 사람 손 타니까 금방 살도 좀 붙고
봐줄만한 사람 몰골 되어가는 호열이 보고 마음 한구석이 묘해지는 철이겠지

어느 날 호열이가 철이 앞에 돈 봉투 하나 스윽 내밀고
이거 밥 값... 이러는데
철이 웃으면서

야ㅋㅋㅋㅋㅋㅋ 이런 건 모아뒀다가 대학 등록금이나 해라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얻는 게 뭐 힘들다고
집에 오면 니가 청소해놔 빨래해놔 돈은 니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철이 보고 호열이는 또 따뜻해지는 마음 한구석 때문에 기분 이상해지겠지

야 그리고 너 앞으로 알바 하나만 해
3개에서 2개로 줄였잖아
그러니까 이제 1개만 하라고 고3이라매 이제
그게 뭔 상관인데
참나 평생 알바만 하게?
...
주말에 우리 카센터 일 도와주면 시급 쳐 줄 테니까
하나로 줄여 그 식당 서빙 보는 거 그거만 해
...
어이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대답 안 하냐?
어른은 무슨
쓰읍
...
아 알겠어

야 점심 나가서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냐?
음 피자?
그런 거 말고
떡볶이
ㄴㄴ
아 지 먹고 싶은 거 먹을 거면서 진짜
응 삼계탕 ㄱ

하나에서 둘이 되어
차갑던 집안에 조금은 온기가 돌게 되는 철호열이 보고 싶다



철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