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을 둘만 쓰는 것도 아니고 2명 더 있는데도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겠지. 왜냐면 태섭이는 대만이 옆자리에서 자야되거든. 어쩌다보니 자는 자리 배정도 그렇게 받게 되버려서 미친듯이 두근거리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게 특기인 태섭이는 잘 숨기겠지. 다만 밤에는 제대로 못 자고 뒤척일 거임. 몇 번이나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천장을 보며 멍하게 눈을 꿈뻑이다가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대만에게 향했음.

대만이는 태섭이 속도 모르고 푸푸거리며 잘 자고 있었지. 나는 선배 때문에 못 자는데 누구는 잘 자네. 그 생각에 억울해서일까 태섭이는 불쑥 용기가 솟아올라 자신의 이부자리에서 벗어나 대만이 가까이로 꿈틀거리며 다가갔어. 대만이의 이부자리에 몸을 반만 걸치고는 대만이의 얼굴을 감상했지.

객관적으로 봐도 참 잘생긴 미남이었어. 특히 자신이 만들어놓은 턱의 흉터가... 미안하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지. 그 흉터가 부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 언제든 지나갈 사람일 자신과 다르게 정대만에게 영원히 남을 흉터.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흉터를 만졌나봐. 저와 다르게 대만이와 평생 함께 할 이 흉터에 질투가 나서 말이야.



나도 계속 선배 곁에 있고싶어. 선배가 졸업하고도 같이 있고싶어.



마치 한숨 같은 말도 흘렸어. 난 선배랑 함께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게 아쉬운데 흉터는 그런 게 없잖아. 이거 내가 만든 건데 불공평하지 않나.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하면서 계속 대만이의 흉터를 어루만지는데 순간 태섭이의 손이 붙잡혔어.



...태섭아.



잠에서 덜 깼는지 잠긴 목소리로 대만이가 불렀지. 태섭이는 이미 심장이 쿵 떨어진 상태라 몸이 굳고 입도 굳어버렸어. 어쩔 줄 모르는 태섭이 눈은 잔뜩 흔들리는데 아직 어둠에 적응 못 한 대만이는 반쯤 감긴 눈을 뜨는데 집중하고 있었지. 한 박자 늦게 태섭이가 몸을 파드득 떨면서 잡힌 손을 빼려고 하는데 도저히 놓아주질 않는 대만이었어.



가만히 좀 있어라...!



대만이가 작게 소리를 쳐도 태섭이 귀에는 들리지도 않았지. 태섭이의 움직임이 커지자 대만이는 힘을 주고 당겨서 태섭이를 제 이부자리 안에 완전히 들어오게 했어. 두 팔로 태섭이를 꽁꽁 묶고서야 태섭이의 움직임은 잦아들었지. 사실 태섭이는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가만히 있는 상태였음. 자신이 지금 정대만 품 안에 있다는 게 믿기질 않았어.



태섭아.



머리 위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태섭이는 다시 한 번 몸을 떨었지. 태섭이의 심장소리가 아주 크게 태섭이 귓가를 때리고 있었어. 대만이의 손이 태섭이의 등을 타고 목을 지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게 느껴지자 태섭이는 손도 벌벌 떨겠지.



내가 졸업해도 나는 너랑 같이 있을 거야.

내가 너 맨날 찾아갈 거니까.

태섭아, 송태섭.

네가 내 흉터 만진 거. 내가 졸업해도 같이 있고 싶다는 거.

내가 생각한 이유, 맞아?

네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해도 돼?



어떡해. 태섭이는 말도 못 하고 입술만 꾹 물다가, 정말 조심스럽게 대만이 옷자락을 붙잡았어. 지금 당장 뭐라도 잡지 않으면 온몸에 힘이 풀려 흐물흐물 녹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아주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이제 어둠에 익숙해진 대만이 눈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지. 동시에 태섭이를 안은 팔에 힘이 더 들어갔어. 태섭아.



나도 너 좋아해.



얄밉게도 태섭이의 확언을 듣고서야 하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태섭이는 제 짝사랑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에 그만 눈물이 나버렸지. 옷소매로 벅벅 눈을 닦으면 그러다 눈 상할라, 하고 걱정할 정대만이 곁에 생겼다는게 꿈만 같았으니까.








대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