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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01:58
무진년 신월 축일. 정오라. 아드님을 아주 좋은 날에 낳으셨습니다, 후카츠 공.


성함이 카즈나리. 하나의 이룸이군요. 작명운도 아주 훌륭합니다.


생김도 너무나, 외람된 말씀이나 아름다우십니다. 관상학에서도 보기 드문 단정함과 정갈함입니다. 눈으로는 지혜가, 코로는 재화가, 입으로는 인복이 들어올 것입니다.


일곱 살이 되기 전에 중용과 대학을 읽으셨다구요. 창검도 벌써 4척짜리를 쓰고 계시고요. 예, 그러셨을 것입니다. 총명, 기지, 시재, 무재, 재물, 명성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괘이십니다. 장차 아주 큰 자리에 오르게 되실 것입니다. 문을 펼치실지 무를 펼치실지가 문제겠군요.


그리고, 이런 말은 그냥 지나가는 헛소리로 흘려 주셨으면 합니다만... (점쟁이는 목소리를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추었다) 궁에서 살게 될 사주입니다. 허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이 괘는 재상이 된다는 뜻이니까요. 재상이 되면 황상이 계신 궁궐에서 내내 살게 되지 않습니까.


이렇게 좋은 사주는 제가 주역을 공부한 이래 감히 처음 볼 정도입니다. 미리 감축드립니다, 후카츠 도련님. (감사합니다. 카즈나리는 담담하게 마주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



하지만 말입니다.


기억하셔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도련님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십니다.

혼인을 하지 않으실 것이라면 모르되, 하시게 된다면 반드시 이 늙은이의 말을 귀담아 들으셔야 합니다.




도련님의 괘에는 아들이 없습니다.



아들을 갖게 된다면 이 사주는 근원부터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혼인을 하실 때, 절대 도련님께 아들을 갖게 할 수 있는 자와는 하시면 안 됩니다.
도련님처럼 괘에 아들이 없는 이를 찾아 여식을 낳아 잘 기르십시오.
그러면 도련님과 여식의 앞날은 결코 풍랑 없이 만세의 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제 말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후카츠 카즈나리는 채 옷고름도 정리하지 못한 채 궁의 대전각 앞마당에 내던져졌다. 그를 끌고 온 군사들이 창을 고쳐 잡고 정렬해 기립했다. 후카츠는 벌벌 떨며 고개를 들었다.


젊은 황제가 뒷짐을 진 채 그를 내려다보고 거대하게 서 있었다. 평소의 환한 눈빛이나 유쾌한 웃음은 온데간데없이 무시무시한 위압감만이 황제의 주위를 휘감았다. 후카츠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찍었다.




"폐하. 제발... 제발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짐은 황명을 거둘 의사가 없다, 후카츠."

"폐하, 저 말고도 귀한 집의 여식들이 많사옵니다. 소인은 그저 폐하를 모시는 일개 관리일 뿐이옵니다."

"곧 태사(太師)가 될 일개 관리였지. 일어나라, 후카츠."

"폐하, 제발. 제발...."




후카츠가 애원을 거듭하자 황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본 환관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네가 일을 잘해서 집안이 좋아서 명망이 있어서 고른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폐하...."

"내가 너를 원하는 것이라. 단지 그뿐이라고."




황제가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추었다. 호송을 하던 궁인들과 환관들, 병졸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후카츠는 제 어깨에 올라오는 커다란 손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라."

"...."

"황명이다. 고개를 들라."




후카츠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그 눈앞에 황제의,

사와키타의 정욕적인 눈동자가 있었다.





"내 황후가 되어 내게 후사를 낳아줘."










우성명헌 사와후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