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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04:37
완전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끼리 주선해서 약혼한 사인데 크면서 점점 빠그라지는...그런 게 보고싶다.

대만이네 집은 대대로 우성 알파가 많이 배출되는 알파 집안이었지. 가문도 주조장을 크게 운영하고 있어서 그 지역 내에서 정대만네 집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 그런 집안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난 대만이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집안들이 나이 생각 안하고 혼담부터 들이미는 경우가 많았지. 대만이가 아직 열살도 채 안되었을 때에도 스무살 넘은 오메가들한테 혼담이 들어오곤 했으니까. 대만이네 집안 어른들은 차마 자기네 귀한 장손을 팔아넘기듯이 줄 순 없다고 꽁꽁 싸매고 있었겠지. 그러다 대만이가 15살이 되던 어느 날, 집안 어른 중 한 명이 좋은 상대를 찾았다며 저녁 식사도 끝난 늦은 시각에 부리나케 달려왔음. 대만이네 부모님은 상대가 얼마나 좋으면 이럽니까 하고 차를 내왔지. 
대만이는 자다가 목이 말라 부엌에 가다가 부모님과 집안 사람이 얘기하는 걸 어쩌다 보니 엿듣게 되었음. 나이는 대만이보다 한 살 어린 열 넷에 몸집은 조금 작지만 눈에 기개가 있는 소년이라고 했어. 성격도 순해 보이니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을 거라고 했지. 거기다가 요즘같이 오메가를 구하기 힘든 시기에 무려 우성 오메가라는 거였음. 대만의 부모님은 안그래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좋은 짝을 찾아줘야지 하는 맘은 굴뚝같은데 눈에 차는 사람이 없어 곤란하던 참이었음. 차라리 어릴 때 짝을 맺어두면 귀찮은 혼담도 더는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 부모님은 그 아이의 있는 곳과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지.
대만은 목마른것도 잊고 이불속에 들어가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음. 내 신부래. 신부가 온대. 어떻게 생겼을까? 나보다 어리다던데. 농구를 좋아하면 좋겠다. 대민이는 그렇게 이불 안에서 신부로 올 아이를 생각하면서 키득키득 웃다가 잠들었음.

일이 어찌저찌 진행되고 드디어 태섭이가 집에 오게 되었는데 태섭이 오기 하루 전부터 잠도 못자고 기다리던 대만이는 집 대문이 열리자마자
부인!!!
하고 뛰쳐나갔으면 좋겠다. 헐레벌떡 나간 것 까지는 좋았는데 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 하다가 시선을 내려보니, 자기가 소리친 것에 겁먹었는지 움츠린 조그만 곱슬머리가 눈에 보였음. 태섭을 데려온 대만의 부모님이 그렇게 애 놀라게 큰소리내면 어쩌냐고 나무라는데 정대만 듣지도 않고 네가 내 신부구나! 안녕~하면서 손부터 덥석 잡았으면. 어린 태섭이 가뜩이나 극 내향인이라 처음 본 사람이랑 눈도 잘 못마주치는데 갑자기 손을 잡고 위아래로 붕붕 흔드는 자기 신랑 보면서 귀가 새빨개진채로 손을 덜덜 떨며 네....할 수 밖에 없었음.
그렇게 태섭이가 대만이네 집에 와서 살게 되는데 문제는 둘 다 히트도 러트도 안온 어린애들이라 당장 결혼시키는건 좀 그렇고 일단 약혼만 시키자는 얘기로 갔으면 좋겠다. 대만이는 ?약혼이나 결혼이나 그게 그거지 하고 태섭이 손 붙잡고 마당에 있는 농구장에 농구하러 놀러감. 쪼그매서 공을 잘 다룰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재빠르고 머리도 잘 돌아가서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음. 그래서 맨날 자기 공부할 거 끝나면 태섭이 방으로 달려가서 목기침 큼큼 한 다음에 부인~ 부르면 문 드르륵 열고 태섭이가 얼굴 빼꼼히 내밀겠지. 대만이는 그거 보고 파하하 웃다가 손잡고 같이 농구하러 갔으면.
태섭이는 갑자기 어린 나이에 결혼이랍시고 남의 집에 와서 무서운 것 투성이었는데 남편인 대만이가 상냥하게 잘 대해줘서 점점 맘이 풀려갔음. 만약 정말 결혼을 하고 애를 낳게 된다면 정대만이 상대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됐지. 
그리고 4년 후, 대만이가 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병원에 몇 달 입원까지 해야 할 정도라 그 소식 들은 태섭이는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겠지. 대만이는 편지로 태섭이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금방 나아서 가겠다고 보내왔기에 태섭이도 그걸 굳게 믿고 있었음. 그런데 요양 차 있던 병원에서 약속했던 몇 달이 지나도 대만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음. 점점 태섭이 보내는 편지에 답장도 뜸해지기 시작했어. 태섭은 혹시 대만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안절부절하던 찰나 새벽에 몸종들끼리 대화하는 걸 듣게 된다.

"이 집 도련님. 다리 때문에 요양갔다가 새 신부 얻었다더라."

대만태섭 알오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