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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5 21:43
우성태섭 우태
ㅅㅅㅊㅈㅇ 선동날조ㅈㅇ 현대 쬐금 섞임 개연성은 농구신이ㅇㅇ
사귀는 사이 아닌 하우스메이트 우태





멍하다. 덥다. 힘들다.

요 며칠 전부터 송태섭의 컨디션이 난조였다. 환절기라 일교차가 커서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감기정도야 잘먹고 잘쉬면 금방 낫는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송태섭은 오늘에서야 그 생각을 뼈저리게 후회 중이었다. 겨우겨우 오늘치 훈련을 끝내고 물먹은 솜, 비맞은 쪼코푸들마냥 축축 퍼지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다. 풀타임 출전을 한 거 마냥 몸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 익숙한 짙은 회색의 현관문이 보이자 주머니를 더듬어서 열쇠를 찾았다.
시야마저 가물가물 흐릿해져서 열쇠가 열쇠구멍에 잘 맞지 않고 계속 헛물을 켰다. 몇 분을 현관문 앞에서 잘그락거렸을까, 문 안쪽에서 사람 말소리가 들려왔다.


‘도둑인줄 알았더니 송태섭이네’

‘술 마셨어? 취했냐 왤케 문을 못열어? 지금 열어줄게!‘


아무래도 계속 현관문과 씨름했더니 소리를 듣고 도둑으로 오해받은 듯한 송태섭이었다. 안에서 정우성이 인터폰으로 외부를 확인하니 하우스메이트가 틀림없었다. 분명 오늘은 야간연습까지 하고 온다고 들었는데 그새 술을 저렇게 마시고 들어왔다고? 의아함에 물들은 얼굴로 정우성은 서둘러 현관문을 열었다.


”뭐야 술을 얼마나 마신, 우아아악?!! 송태섭!!!“


이라고 송태섭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하우스메이트 정우성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송태섭의 정신은 전원을 내렸다. 현관 문이 열리자마자 쓰러지는 송태섭을 운동선수의 미친 반응속도로 간신히 받아낸 정우성 덕분에 송태섭은 기절로 인한 뇌진탕은 면할 수 있었다.


“태섭아! 괜찮아?!”

“……“


놀람반 걱정반으로 살짝 흔들어 송태섭을 깨워봤지만 잇새로 신음만 흘릴 뿐 눈을 뜨진 못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흐르는 식은땀과 밭은 숨소리로 정우성은 [송태섭이 진짜 많이 아파서 쓰러졌다.]라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응급실부터 데리고 가야… 아 맞다 여기 미국이지. 일단 정우성은 그를 방안 침대로 옮겨 눕혀놓고 다음 단계를 생각하기로 했다. 정우성이 근래에 웨이트를 증량한 효과를 여기서 보일 줄은 몰랐지만 흔히 말하는 공주님 안기로 송태섭을 번쩍 들었다. 미국에 와서 송태섭이 체격을 키웠다지만 정우성보다야 기본적인 뼈대가 얇고 체구가 작았다.


”너 진짜 작다 태섭아“


아마 송태섭이 말짱했을 때 이 말을 했다면 아마 제 강냉이가 털렸으리라. 그치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송태섭은 손도 제 손보다 한마디는 더 작았으며, 발 사이즈도 260이 될락말락하게 작았다. 머리통도 작아서 브로콜리같이 왁스로 세팅한 머리스타일이 아니었다면 제 한 손으로도 다 가려질 정도였다. 몸무게도 고교시절보다 훨씬 증량했다고 했는데, 그래봤자 70kg도 안넘을게 뻔했다. 웨이트때 드는 덤벨보다 지금 아파서 축 늘어진 송태섭이 훨씬 가벼웠으니까.
품에 들린 송태섭은 작고 가볍고 뜨거웠다. 이 몸상태로 야간훈련까지 하고 왔다면 미친놈이었다. 선수는 몸관리를 잘하는 것도 능력인데, 이렇게 한계까지 몰아붙이다니 정우성은 도대체 송태섭의 작은 머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한 숨을 내쉬며 정우성은 송태섭을 송태섭의 방 침대에 살며시 눕혔다. 함께 살게된지 몇 달이 지났지만 이렇게 아픈 송태섭은 처음 봤다. 온 몸이 불덩이라 일단 땀에 푹 젖은 송태섭의 옷부터 벗겨내기로 정우성은 마음을 먹었다.


“태섭아…나 니 옷 벗긴다…”


괜히 죄짓는 것도 아닌데 쫄려서 제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을텐데 미리 예고를 해줬다. 아니 왠지 자는 사람 옷 벗기는게 변태같고 그렇잖아. 얼른 옷부터 벗기고 수건에 찬물 적셔서 좀 닦아주던가 이마에 올려주던가 해서 열을 좀 빼야 덜 괴로울 것 같았다.
조심스레 정우성은 하나씩 송태섭의 옷을 벗겨나갔다. 발바닥 아플 거 같은 컨버스부터 휙 벗겨주고 양말도 홀랑 벗겨버렸다. 자주입는 나*키 바람막이, 아 이건 저번에 나랑 같이 세일한다고 샀던 반팔인데 오늘 이거 입고 나갔구나.


“나도 오늘 이거 입고 나갔는데, 통했네. 하하하”


송태섭이 아파서 마음이 따끔거리는 와중에도 정우성은 오늘 송태섭이 자기와 같은 옷을 입고 나갔단 사실 하나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커플티? 그런 건 아니었다. 송태섭과 정우성은 사귀는 사이가 아닌 그저 하우스메이트였으니까. 아, 정우성이 일방적으로 송태섭을 향해 구애중이라고 덧붙여야겠다. 그래서 일부러 소속도 옮기고 빨리 집을 구해야하는데 괜찮은 매물이 없다며 송태섭한테 징징거렸다. 삐딱한 눈썹과 제법 강렬한 인상과는 반대로 송태섭은 마음이 여렸고, 정우성은 그걸 간파했기 때문에 이 방법은 통했다. 그렇게 정우성은 송태섭의 하우스메이트가 되었다.
상의는 다 벗겼는데, 어째 하의는 쉽게 못벗기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정우성은 끝내 송태섭의 츄리닝 바지 허리춤에 야무지게 매어있는 리본 끈을 풀러냈다.
그리고 정우성은 진짜 코피 터지는 줄 알았다.
아픈거 아는데 꼴려.
미쳤냐 정우성.
붉게 달아오른 뺨과 눈가, 훈련 후라 가라앉아 내려온 곱슬머리, 색색거리며 겨우 숨쉬느라 벌어진 통통한 입술 사이로 보이는 말랑한 혀, 땀에 촉촉히 반들거리는 구리빛 피부, 열을 식힌다고 옷은 제가 벗겨놔서 속옷만 입은 상태.


“미쳤다…“


대체 얘는 왜 이럴 때도 섹시하냐고…
정우성은 진짜 울고 싶었다.
송태섭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미국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매번 상상도 못하는 자극과 경험을 줬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짝사랑 상대가 아주 무방비 상태라 정우성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성은 적어도 병원에 갈 내일 아침까지는 간호를 해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본능은 이미 이 자극적인 관경에 서있었다. 그래도 정우성의 이성은 니가 환자를 덮치는 쓰레기는 아니지 않냐고 설득했다. 그리고 설득에 넘어간 정우성은 속으로 미친듯이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했다.
땀이 많이 흐르고 있으니 부엌에서 수분보충용 물과 이온음료
페트를 컵과 함께 가져오고, 화장실에서 수건 몇 장을 꺼내 너무 차지 않은 물에 적셔 꾹꾹 짜냈다. 바리바리 품에 간호할 물품들을 들고 송태섭의 곁으로 돌아온 정우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곤 적신 수건으로 살살 송태섭의 몸을 닦아내고 이마 위엔 얼음주머니를 올려주었다.
열심히 옷을 벗기고 땀을 닦아내도 영 열이 떨어질 기미가 안보였다.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할 거 같은 따끈함이었다. 정우성은 음, 하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자신의 천재적인 생각에 감탄하며 부엌 찬장에서 소란스레 약을 찾아왔다. 쓰러진 송태섭에게 약을 먹이려면, 강제로 먹어야하는데 물과 함께 넘겨줘야하니 자연스레 키스를 통해 넘겨주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경기 전에도 이렇게 긴장 안하는데 고작 약 먹이는 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비장하게 아파서 잠든 송태섭 옆에서 정우성은 약과 물컵을 들고 섰다.


“태섭아, 약! 약먹어야해서 그런거야, 진짜로!“


정우성이 또 한 번 들리지 않을 예고를 큰소리로 날리곤 제 입에 약과 물을 털어넣었다. 그리고 슬며시 눈을 감으며 송태섭의 살짝 벌어진 통통한 입술을 머금었다. 열로 바싹 건조한 입술인데도 겉은 바삭한데 속은 말랑말랑했다. 그 점이 정우성을 미치게했다. 벌어진 틈으로 물과 함께 약을 넘겼다. 그새 살짝 녹아 씁쓸한 뒷맛이 입에 남았다. 꿀꺽하고 물과 약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첫키스는 사탕처럼 달콤하다던데… 정우성의 첫키스는 쌉싸름하기만 했다.
정우성은 사심을 담았던 약 먹이기를 끝내려 고개를 들었다.


“읍?!!”


분명 고개를 들어 입술을 떼내려했는데, 뒷통수를 누르는 작은 힘에 의해 그대로 다시 송태섭의 입술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정우성은 눈을 부릅뜨고 송태섭을 쳐다봤다. 송태섭이 열에 달뜬 얼굴, 반쯤 감긴 눈으로 정우성과 눈을 맞췄다. 그리고 송태섭의 매끈한 발이 정우성의 다리 사이를 꾹 눌렀다.


”정우성, 섰네?“


살짝 떨어진 입술 사이로 송태섭이 나른하고 덤덤하게 말했다.
정우성에게 송태섭은 첫 만남부터 항상 자극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준다.
그리고 송태섭은 그 작은 체구와 머리로 짠 전술로 판을 뒤흔드는데 타고난 선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