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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14:15
악명높은 조자기업을 퇴사했을 때, 놀랍게도 퇴직금은 고작 500골드였다. 놀랍게도 법에 저촉되지 않았다. 계약서를 이잡듯 뒤지고 변호사 두명과 이야기한 후 알아낸 사실이었다. 내 젊은시절을 모두 바친 결과가 고작 이거라고? 주주시티의 물가를 버티느라 저축해둔 돈도 별로 없었기에, 정말로 이게 전 재산이었다. 허탈한 마음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그래도. 농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이제 자신에겐 농장이 있었다. 그곳은 평화로울 것이다. 매일 야근하다 과로사 직전에야 쪽잠이나마 겨우 자지 않아도 된다. 시간에 쫓기고 생활비를 아낀다고 거지같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농부의 마음엔 희망이 차올랐다. 조그맣더라도 자신의 밭에서 난 채소를 먹고, 닭과 소를 기르며 신선한 달걀과 우유를 마시겠지. 밤엔 별을 보다 잠들고, 쫓기지 않고 일어나 느긋하게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실 것이다. 시골 사람들의 정을 느끼며 주점에서 다 함께 한 잔하고, 사회생활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의 안부를 묻게 될 것이다. 스타듀밸리는 진정한 자신의 집이 될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아름답게 핀 들꽃이 자신을 반겼다. 맑은 공기가 도시생활에 지친 자신을 달래는 것 같았다. 이장님도, 동네 목수인 로빈도 자신을 반겨주었다. 시작이 좋았다.
“그럼 이만 쉬게나.”
쉬라고? 여기서? 지금? 농장의 이름만 단 폐허에서, 아연해진 농부는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신이 허락한다면 할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지금 손녀에게 이딴 걸 농장이니 마음의 고향이니 하면서 남기신 겁니까? 사방에 나동그라진 돌이며 나무, 저 혼자서 푸릇푸릇한 잡초. 집은? 할아버지, 이곳에서 그 노년을 보내셨나요? 부엌은 커녕 침대하나 놓으면 끝인 이 ‘오두막’에서? 농장주는 현실을 부정하며 잠에 들었다. 이것은 꿈일 것이다. 퀴퀴한 이불 냄새를 맡으며, 농부는 울지 않기 위해 애썼다.
닭소리가 들렸다.
아침이었다. 용기를 내어 눈을 떴다. 낡은 한 평짜리 오두막이 눈에 보였다. 꿈이 아니었다. 눈물이 찔끔났다. 여전히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이불로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한 가운데에 선물이 놓여져 있었다. 그래, 좋은 일도 있구나 … 파스닙 씨앗을 챙기고 밖을 나섰다. 그런데, 선물이 왜 집안에 있지...? 시골의 정엔 프라이버시가 없다는 사실에 몸서리치면서도 깊이 생각하진 않기로 했다.
자신은 이제 농부다. 우선 씨를 뿌릴 만큼은 밭을 골라야했다. 십년은 쓴 것같은 농기구들로 돌을 깨고 나무를 패고 잡초를 베고 … 고작해야 한 뼘되나 싶은 크기의 밭을 골랐을 뿐인데 벌써 탈진할 것 같았다. 온 종일 앉아서 일하던 연약한 도시 사람에게 농사는 중노동이었다. 배가 고팠다. 뭐라도 먹어야 씨라도 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두막을 뒤져봐야 부엌도 없는 곳에 먹을 게 있을리 없었다. 그나마 걷기는 걷겠기에 마을 사람들 얼굴이라도 익힐 겸 마을로 향했다. 가다가 먹을 거라도 좀 사먹고.
시골마을의 텃세를 마주한 농부는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 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마을 사람과 안부를 나누는 다정한 시골 생활?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마을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람이 손녀랍시고 내려왔단다. 그 ‘조자기업’을 때려치고. 타자나 겨우 치던 사람이 밭을 갈겠단다. 퍽이나. 정신이 어찔했다. 게다가 물가는 왜 이 모양인지 밥 한끼 사먹으려고 퇴직금을 날릴 판이었다. 데면데면한 인사를 나누고 맥주 한 잔 사마시지 못한 채 주점을 나섰을 때 셰인을 만났다. 오늘 처음 본 제 또래의 남자였다.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줄, 어쩌면 맥주라도 한 잔 같이 할 지도 몰랐다. 조금 지저분하지만 그게 또 사람을 당기는 구석이 있는, 까칠해보이지만 그래도 제법 어울려봄직한. 농부는 들뜬 마음으로 말을 걸었다. 하필이면 셰인에게.
“뭘 봐? 꺼져.”
그 때 결심했다. 니 인생은 내가 조져주겠다고.
버스에서 내리자 아름답게 핀 들꽃이 자신을 반겼다. 맑은 공기가 도시생활에 지친 자신을 달래는 것 같았다. 이장님도, 동네 목수인 로빈도 자신을 반겨주었다. 시작이 좋았다.
“그럼 이만 쉬게나.”
쉬라고? 여기서? 지금? 농장의 이름만 단 폐허에서, 아연해진 농부는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신이 허락한다면 할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지금 손녀에게 이딴 걸 농장이니 마음의 고향이니 하면서 남기신 겁니까? 사방에 나동그라진 돌이며 나무, 저 혼자서 푸릇푸릇한 잡초. 집은? 할아버지, 이곳에서 그 노년을 보내셨나요? 부엌은 커녕 침대하나 놓으면 끝인 이 ‘오두막’에서? 농장주는 현실을 부정하며 잠에 들었다. 이것은 꿈일 것이다. 퀴퀴한 이불 냄새를 맡으며, 농부는 울지 않기 위해 애썼다.
닭소리가 들렸다.
아침이었다. 용기를 내어 눈을 떴다. 낡은 한 평짜리 오두막이 눈에 보였다. 꿈이 아니었다. 눈물이 찔끔났다. 여전히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이불로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한 가운데에 선물이 놓여져 있었다. 그래, 좋은 일도 있구나 … 파스닙 씨앗을 챙기고 밖을 나섰다. 그런데, 선물이 왜 집안에 있지...? 시골의 정엔 프라이버시가 없다는 사실에 몸서리치면서도 깊이 생각하진 않기로 했다.
자신은 이제 농부다. 우선 씨를 뿌릴 만큼은 밭을 골라야했다. 십년은 쓴 것같은 농기구들로 돌을 깨고 나무를 패고 잡초를 베고 … 고작해야 한 뼘되나 싶은 크기의 밭을 골랐을 뿐인데 벌써 탈진할 것 같았다. 온 종일 앉아서 일하던 연약한 도시 사람에게 농사는 중노동이었다. 배가 고팠다. 뭐라도 먹어야 씨라도 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두막을 뒤져봐야 부엌도 없는 곳에 먹을 게 있을리 없었다. 그나마 걷기는 걷겠기에 마을 사람들 얼굴이라도 익힐 겸 마을로 향했다. 가다가 먹을 거라도 좀 사먹고.
시골마을의 텃세를 마주한 농부는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 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마을 사람과 안부를 나누는 다정한 시골 생활?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마을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람이 손녀랍시고 내려왔단다. 그 ‘조자기업’을 때려치고. 타자나 겨우 치던 사람이 밭을 갈겠단다. 퍽이나. 정신이 어찔했다. 게다가 물가는 왜 이 모양인지 밥 한끼 사먹으려고 퇴직금을 날릴 판이었다. 데면데면한 인사를 나누고 맥주 한 잔 사마시지 못한 채 주점을 나섰을 때 셰인을 만났다. 오늘 처음 본 제 또래의 남자였다.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줄, 어쩌면 맥주라도 한 잔 같이 할 지도 몰랐다. 조금 지저분하지만 그게 또 사람을 당기는 구석이 있는, 까칠해보이지만 그래도 제법 어울려봄직한. 농부는 들뜬 마음으로 말을 걸었다. 하필이면 셰인에게.
“뭘 봐? 꺼져.”
그 때 결심했다. 니 인생은 내가 조져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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