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야?"
"응 정말이라니까. 한번 확인해봐."
유독 힘들었던 연습이 끝나고 녹초가 되어 앉아있는 대만을 보며 태섭이 말했어.
정대만이 파김치 상태일 때 말을 걸면 뭐든 다 오케이 해준다.라고.
자기도 그걸로 운동화 새거를 하나 얻어 냈다고 하자 주변에서 정말 그렇다고 들어줘?라고 의문을 표했지.
"응. 남자가 한 입 갖고 두말하냐고 말하면 별 수 없이 들어줘."
그 말에 백호가 옳다구나 하며 대만의 옆으로 가 말을 걸었지.
"대만군 나 저 시장 사거리 쪽 스테이크 집에서 밥 사줘."
"으응, 그래.."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한채 대만은 긍정의 대답을 내비쳤어. 백호가 아싸!! 외치는 바람에 그제야 고개를 들며 응? 뭐라 했어?? 라고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지. 대만의 성격에 방어 불가인 '남자답게 뱉은 말은 지켜야지.' 논리에 밀려 결국 그 날 대만은 모아두었던 용돈을 백호에게 털렸지.

주변에서 오 진짜네. 하며 신기하게 봤지만 그 이후로 대만에게 그걸 실행하는 사람은 없었어. 대만이 점점 체력이 붙어가는 것도 있었고 부 활동 안에서 하는 연습으로 대만이 파김치가 되는 것도 보기 힘들어졌지. 그래서 대만의 그 특성은 부원들에게 잊혀져갔어. 한 사람 빼고.

그날은 다른 학교 농구부와 연습 시합이 있던 날이었어. 치수가 없고 백호가 재활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서 북산의 골밑은 유독 약했어. 그렇기에 대만은 내외곽을 왔다갔다 많이 할 수 밖에 없었고 3점 슛을 쏘지 못하게 수비도 빈틈없이 달라 붙었지. 이대로 가다간 토하겠네. 라고 생각이 들 때쯤 경기는 끝났어. 아쉽게 북산이 졌지만 대만은 이 경기를 통해 보완해야 할 점을 잘 분석해보자고 다독였지.
다른 부원들이 정리를 하고 있을 때 힘들어서 잠시 기대 앉으있으니 태웅이 어느새 다가와서 1대1을 하자고 했어. 오늘 경기 감각 안까먹게, 지금.
"야, 나 오늘 힘들어서 못해."
"우!! 질거 같으니 밑밥 까는거지!!"
"맞아요. 태웅이도 체력 떨어진건 마찬가지인데."
"뭐?! 이것들이!!"
다리가 후들거리고 팔이 올라는 갈까 싶었지만 태섭과 백호의 도발에 넘어가 결국 1대1을 했지.
결과는 태웅의 승리였어. 하지만 대만도 만만치 않았고 남아있는 온 힘을 다해 이기려고 했다보니 끝나고 난 후 아 진짜 죽겠다 이러다가.. 중얼거리며 대만은 수건을 두른채 한 구석에서 주저 앉았지.
그 모습을 본 백호가 오 파김치 대만이다!! 하며 이번에는 스시집을 가자 해야지! 하며 다가오는데 오늘은 태웅이 빨랐어. 헉헉대는 대만에게 다가갔지.
"선배"
"왜..."
"뽀뽀해도 되요?"
"그으래... 응..? 어? 뭐?"
아무리 파김치 상태여도 방금 그 말을 듣고 순간 정신이 들어 급히 고개를 들었지만 눈 앞에 보이는건 태웅의 얼굴 이었지.
그대로 입을 맞추고 떨어지는 태웅을 보며 대만은 점점 얼굴이 빨개지면서 뭐,뭐,뭐야!! 를 외치고 주변은 모두 얼음이 된채로 바라봤어.
그 혼란한 와중에 태웅만이 호.. 이게 되는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게 선배 다음에 1대1 또 해요. 라고 말하며 다음번에는 뭘 물어볼까 속으로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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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파김치화가 잘 안되니 원온원으로 직접 파김치를 만들어버린 서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