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hygall.com/522762652



단 하룻밤 사이에 귀비를 대하는 황실군의 태도는 손바닥 뒤집듯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귀비마마를 알아서 모시려고 하였다. 모르는 척 함구하고는 있지만, 황제와 귀비의 열렬한 애정행각을 보고듣지 아니한 자가 없었다. 그 모르는 척도 귀비마마가 계시지 않은 자리에서는 열띤 쑥덕거림으로 변하였다. 머저리가 아닌 이상 귀비마마가 받는 총애가 허울뿐인 관심이라 치부할 수는 없었다. 조금 머리회전이 빠른 자들은 숙비가 실세라는 소문과 달리, 실권을 쥐고 있는 후궁은 귀비임을 눈치챘다. 황후 간택이 코 앞이니 어쩌면 지금 귀비가 쥐고 있는 실권은 더 크고 강력해질지도 몰랐다. 


권력 아래로는 늘 사람이 모이는 법. 장수들은 귀비마마께 촉각을 곤두세우고 저마다 눈에 들기 위해 앞다투어 시중을 들었다. 이건 황후가 될 예정이지만, 지지세력이 없어 고생인 귀비에게 대단히 고무적인 상황이었다. 황실군은 제국군과는 달랐다. 그들은 오직 황제에게만 충성하고 황제의 직권으로만 움직이는 황실 친위대다. 친위조직인 만큼 내무 구도 상 신료들과 섞일 일이 없고, 그런 까닭에 정치적 위세는 전혀 없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대신 황제의 충복으로, 하달받은 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하는데는 특화된 자들이다. 황제의 눈과 귀를 넘어 손과 발까지 되어드리니 이는 아무도 감히 넘보지 못할 특권이었다. 


황실군을 등에 업으면 마치다에게는 요긴한 패가 생긴다. 신료들에게 직접적으로 내세울 공격적인 패로는 써먹지 못한다. 황실군은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어하는 패, 즉 안위를 지켜내는 데엔 이들을 능가할 세력이 없다. 마치다는 암살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은 그게 무엇이든 가서 조사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그건 정말 큰 힘이었다. 


"귀비에게 접근하는 자들을 잘 보아두었다가 쓸 만한 인재가 있거든 잘 규합하여 그대의 사람으로 거두시오. 귀비는 뒷배경이 없으니 그렇게 세력을 만들어야 하오."


황후로 살아남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필수요소, 그것은 사람이었다. 마치다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아직 그는 공식적으로 황후로 간택되지 않았고 책봉식도 한참 멀었다. 그럼에도 황후로서의 첫걸음은 지금부터 내딛지 않으면 안 되었다. 황후가 된 후 사람을 모으면 권세만 보고 굽신거리는 쭉정이들을 대거 걸러야 하겠지만, 황후가 되기 전, 그것도 귀비의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지금 사람을 모으면, 어려운 시기에 귀비마마께 충성을 맹세한 충복으로서 오래도록 큰힘이 되어주리라.


"명심하겠나이다."


작전회의에 들어가기 전, 부부는 가볍게 군영을 산책했다. 마치다는 황제가 직접 물려주는 동결건조 육포를 벌써 다섯 개 째 받아먹으며 육안으로 미오산을 관찰했다. 드물게 씩씩하게 고기를 먹는 귀비를 황제는 쉴 새 없이 어루만졌다. 용건이 있어 찾아온 자들은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난감해하며 헛기침으로 주의를 돌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들이 용건을 미치고 돌아가면 황제는 또 다시 귀비의 오물거리는 입에다 육포를 물렸다. 


"나무가 너무 없어서 산짐승도 못 버티겠구려. 동란군이 저기 숨어있는 게 신기하군."
"병충해로 산림이 파괴된지 오래입니다. 예전에 남부에서 수입한 나무가 자생식물로 자리잡았사옵니다만 아직 숲을 이루기엔 턱없이 부족하지요."


미오산은 아침해를 받아 가장 밝아야 할 시각임에도 유독 그늘지고 어두웠다. 앙상한 암반이 드러난 구간도 많아 숲이라기엔 너무 듬성듬성해 보였다. 마치 산 전체가 출입하는 자를 가두고 잡아먹는 황폐한 덫 같았다. 마치다는 큰 암반과 절벽을 발견하면 위치와 특징을 머릿속에 그려넣었다. 그리고는 과거에 미오산을 누빈 기억과 어제 수정한 지도 등과 대조해 혹 더 신경쓸 부분은 없는지 치열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귀비는 쓸 만한 작전을 생각해 둔 것이 있소?"
"예. 어제 병사들을 시켜 필요한 물건도 준비시켜두었사옵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시간이 다 되었구려. 장수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소. 준비 되셨소?"
"예, 폐하!"


마치다는 당차게 대답하였다. 그들은 함께 작전회의가 열리는 막사로 들어갔다.






귀비의 작전은 기가 막히게 특이했다. 과거 미오산을 제 집 놀이터처럼 뛰어다니며 생존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판에 박힌 전술전략을 아득이 뛰어넘는 까닭이었다.


"거기에 내려놓아라."


어제 심부름을 다녀온 병사들은 귀비마마가 찾는 물건이 잔뜩 든 함을 내려놓았다. 함은 작은 것과 큰 것이 있었다. 모두들 뜬금없는 함의 등장에 어리둥절해진 사이, 귀비는 거두절미하고 큰 함부터 열었다. 그 안에는 긴 흰색 천이 가지런히 쌓여있었다.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장수들은 얼떨떨하게 용도를 물었다. 귀비는 싱긋 웃어보이고는 지도가 펼쳐진 탁자를 가리켰다. 


"어제 제가 지도에 표시한 거점들은 장군들께서도 막사를 오가며 한번씩 눈에 새기셨으리라 믿습니다."


대부분 고개를 주억거리며 귀비마마의 다음 말씀을 기다렸다. 허나 막사를 왔다갔다 하면서도 지도에 눈을 주지 아니한 장수들은 뜨끔하였다. 마치다는 머쓱하여 눈치를 보는 자들을 모두 기억속에 넣었다. 이들은 주의력이 떨어지거나 게으른 자들이다. 


"그 거점들의 특징을 저에게 설명해줄 장군은 아니 계십니까?"


귀비가 우아하게 하문하자 장수들은 아주 잠깐 대답을 망설였다. 조금씩이지만,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은근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귀미마마의 위세는 비단 황제의 총애를 받아서 이룬 것만은 아니었다. 속에 갖춘 내실로부터 나오는 자신감과 품위가 조곤조곤한 말투와는 다르게 보통내기가 아님을 절감케 하였고, 이는 황제의 총애가 없었어도 귀비 스스로가 휘두를 수 있는 위세였다. 어느 새 장수들은 귀비의 위세에 눌려 있었다. 그들은 지목당하지도 아니하였는데 괜히 나섰다가 지혜의 수준이 비교되면 체면이 떨어질까 염려하였다. 


"아무도 없습니까?"


그러나 명색이 황실군이다. 황제에 충성을 맹세한 인재들만 모였는데, 재차 묻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으면 이제부턴 그냥 창피다. 


"근처에 벼랑이 많아 매우 위험하지만 전투를 치르기 좋은 터가 중간중간에 위치한 자리입니다."
"황실군은 물론이고 산길에 밝은 동란군도 피하는 지역이옵니다."


대답을 듣고 귀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군과 동란군이 미오산에 대해 얼마나 파악이 되어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장군들께서는 잘 들으십시오. 저의 작전은 이렇습니다. 우리군은 지도에 표시한 거점을 중심으로 동란군을 유인할 것입니다. 절벽이 있는 줄도 모르고 아둔하게 이곳으로 도망치는 척 하면, 동란군은 우리군이 지리에 어둡다고 생각하여 자신들이 전투에 유리하다고 확신할 것입니다. 그 대단한 황실군을 벼랑에서 밀어내어 몰살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방심하여 끝까지 쫓겠지요."
"...."
"동란군을 충분히 유인했으면, 그 때는 주저 말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십시오."
"예?"


막사의 분위기가 술렁였다. 모두들 너무도 과격하고 막무가내 같은 이야기를 들은 탓에, 아무도 귀비마마의 책략에 토를 달지는 못하고, 그저 제 귀가 뭘 잘못들었나 의심하고 있었다. 결국 총사령관인 키류 대장군이 나섰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저희 병사들을 절벽 아래로 떨어트리라는 말씀이십니까?"
"떨어트리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떨어지라는 것입니다. 떨어진 병사들은 무사히 생존하여 군영으로 귀환하고, 벼랑에 가까워진 동란군을 뒤에서 칠 아군은 매복하였다가 때를 보아 공격하면 됩니다. 동란군은 필시 방심해 있을 터이니 그 틈을 타 진압하십시오."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리가 없다. 장수들은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허면 뛰어내리고도 생존하지 못한 병사들은 그대로 희생되는 것입니까?"
"안타깝지만 그리되겠지요."
"마마. 뛰어내린 병사들이 모두 사망하리라는 건 자명하지 않사옵니까!"


황제도 함께 지켜보는 자리라 쉬이 언성을 높이지는 못하였지만 울긋불긋해진 얼굴들은 고함을 열번 쯤 내지르고도 남을 색이 되어 있었다. 장수들은 분통이 터지는지 어렵게 한마디씩 더하기 시작하였다.


"귀비마마! 동란군을 유인하는 미끼가 된 우리 군사들은 그 길로 자결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병사들에게 너무 잔인한 작전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귀비는 일련의 상황을 흥미롭고도 진지하게 지켜보는 황제를 잠깐 돌아보았다. 황제는 아직 흥분하거나 말리려는 기색이 아니었다. 


"모두들 고정하시지요. 여러분은 황상께 충성을 맹세한 귀한 심복이신데, 제가 어찌 그리 가혹한 명령을 내리겠습니까. 저의 설명을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마치다는 함에서 흰천 하나를 집어들었다. 어찌나 길이가 긴지 꺼내도 꺼내도 끝날 기미가 없었다. 그는 길이를 넉자 쯤 가늠하여 그 부분에 매듭을 묶었다. 묶인 매듭 사이로 고리 모양의 천이 길게 빠져나왔다. 다시 넉자 정도의 길이를 잡아 같은 매듭을 묶었다. 그렇게 매듭을 여러번 반복하여 묶자 엄청나게 길었던 천은 사람의 키 정도로 짧아져 있었다. 구간마다 매듭이 묶인 흰 천을 장수들은 영문도 모르고 빤히 지켜보았다.


"이 정도면 시범을 보이기에 적당하겠군요. 그대들 중 힘이 장사라고 손꼽히는 장수가 누굽니까?"


장수들을 돌아보며 묻자, 키류 대장군은 계급이 낮아 막사 구석에서 회의를 지켜보던 한 장수에게 손짓하였다. 그는 타카노라는 이름의 젊은 장수였다. 그는 중앙으로 와 황제와 귀비마마, 그리고 대장군에게 한번씩 목례를 올렸다. 마치다는 타카노 장군에게 흰 천을 내밀었다. 


"장군. 이 천을 힘껏 당겨 매듭을 한 개만 풀어보시오."


타카노는 명령대로 귀비마마께 받은 천을 힘껏 당겨 매듭을 풀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매듭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안간힘으로 천을 잡아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곧 깨달았다. 그 매듭은 힘으로 당겨서는 절대 풀리지 않았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신의 힘으로는 풀지 못하겠나이다."
"그렇겠지요. 타카노 장군의 탓이 아닙니다."


장수들은 당기기만 하면 쑥 풀릴 것 같은 그 간단한 매듭을 어째서 풀지 못하는지 호기심이 동하였다. 그들은 저마다 매듭을 가져가 당겨보았다. 심지어 황제도 직접 매듭을 당겨 풀어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성공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매듭은 신기할 정도로 탄탄하게 묶여 있었다.


"장군들. 이 매듭을 푸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귀비는 매듭을 힘주어 당기되 약간의 조치를 가하였다. 그러자 매듭은 언제 꽁꽁 묶였냐는 듯 수월하게 풀렸다. 황제는 귀비가 한 것을 그대로 따라해보았다. 정해진 방법으로 시도하니 쉽게 매듭이 풀렸다. 


"잘 풀리는군. 헌데 이건 무슨 연유로 실험하시었소? 방금까지 우리군이 벼랑 아래로 몸을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폐하의 말씀대로, 우리군이 벼랑 아래로 몸을 던지고도 안전하게 생존할 방도를 여기 계신 분들께 직접 보이기 위함입니다."
"뭐라?"


황제는 여전히 알쏭달쏭하게 흰천을 노려보고 있었다. 귀비는 활기차게 설명을 이어갔다. 


"미오산의 절벽에는 본디 남부에서 자라는 나무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그 나무는 뿌리가 질기고 무성하여 지표면 밖으로 뿌리가 들고 올라오는 특성이 있는데, 그 때문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큰 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허나 그 단점이 큰 장점으로 쓰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과거에 저는 그 나무의 뿌리에 고리를 걸고, 긴 밧줄을 달아 절벽에서 뛰어내리곤 하였습니다. 즉 나무 뿌리는 걸대가 되고, 흰천은 구명줄이 되는 셈이지요."


귀비가 미오산에서 생존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장수들은 깜짝 놀랐다. 설마 미오산을 직접 돌아다녀 지형을 파악하였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한 까닭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게 아닌 황제도 놀랐다. 그 험한 산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했더니 벼랑에 매달리고 뛰어내리는 등 기인열전을 펼쳐놓지를 않았는가. 자신이 아는 귀비는 당최 어떤 사람인지, 그 속을 까도 까도 매번 새로웠다.


"대체 어찌 살아남으셨소, 귀비.."
"소첩도 본의는 아니었고, 왕실에서 보낸 군을 따돌릴려면 때로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아니 될 때가 있었사옵니다." 


마치다는 기함하는 장수들과 황제의 반응이 재미있어 조금 웃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아무리 구명줄을 달고 뛰어내린다 해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받는 충격은 상당합니다. 그래서 이처럼 구간마다 매듭을 묶는 방법을 고안해냈지요. 지면에 도달하기까지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며 조금씩 내려가면, 충격을 완화시켜 무사히 낙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작전에는 밧줄 대신 천을 쓰게 하였는데 경험상 천을 사용할 때 매듭을 조정하기 수월하였기 때문입니다." 


장수들은 참신하다 못해 이상야릇한 이 작전의 실행가능성을 점쳤다. 좋든 싫든 귀비마마의 책략을 따라야하는 건 변함없지만, 자기 자신과 부하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안 되겠다 싶으면 지금 상량해주시라 청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상고 끝에 꽤나 쓸 만한 방법이라고 수긍하며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들은 귀비의 작전을 신뢰하며 적극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저 작은함은 무엇이옵니까? 저기에도 흰천이 들어 있습니까?"


귀비는 반색하며 작은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홍색 천이 들어 있었다. 길이는 짧았고, 매우 눈에 잘 띄는 점이 특징이었다.


"이것은 여러분들의 길을 안내해줄 표식입니다."


장수들은 의아해하며 귀비마마의 설명을 기다렸다.


"미오산에 직접 올라본 장군들이라면 동감하실 것입니다. 미오산은 코앞에 있는 목적지도 현혹시키는 마굴입니다. 이길 저길 헤매다 보면 어느덧 같은 자리를 돌고 있거나,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서는 일도 비일비재하지요."


실로 그러하였다. 동란군과 싸우다 전사한 자는 한명도 없다. 그러나 동란군을 추격하다 길을 잃고 실종되거나, 실족하여 사망한 자는 꽤 있었다. 그들의 죽음은 동란군에게 당하는 것보다 불명예스럽고 안타까웠기에, 기실 장군들은 무슨 작전보다도 당장 미오산의 길을 돌아다니는 것부터가 큰 부담일 정도였다. 그런데 귀비는 장수들의 약점과 불안을 정확하게 짚어내어 해결책을 마련해 둔 것이다.


"우리군이 유인 작전을 펼치는 동안, 저는 먼저 정상에 올라 여러분께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바로 이 홍색 표식을 단 화살을 나무에 쏘아서 말입니다."
"...."
"여러분은 이 표식을 참고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올바른 길만 따르는 표지판이 되어줄 것입니다."


장수들은 깊이 탄복했다. 귀비마마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오산 지형에 대한 지식,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지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실력과 지위. 귀비는 훌륭한 지휘관이기도 하였고, 윗전으로서도 존경심을 갖게 하는 면면이 두루 빛났다. 마치다도 장수들의 눈빛이 변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황제의 총애를 받는 후궁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믿고 따를 위인으로서 귀비마마를 섬기고 있었다. 


'황실군이 귀비의 권위에 무릎을 꿇는구나. 폐하. 이것도 저를 황후로 맞아들이고 세력을 형성해주시려는 계책이옵니까. 마치 내명부의 사건 하나하나가 폐하의 감찰 아래 조정되는 것처럼 이번에도 처음부터 포석을 두셨사옵니까.'


마치다는 상석에 앉은 황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황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장수들을 지켜보다가 귀비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보여주었다. 


"작전에 대한 설명은 충분한 듯 하니, 장군들은 이제부터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범과 멧돼지의 습격을 받지 않으려면 꼭 유인작전 때문이 아니어도 협곡으로 다녀야 합니다. 그리고 어둠 때문에 발을 헛디디지 않으려면, 정오부터 일몰이 시작되기 한 시진 전까지가 우리가 벌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제법 촉박하니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합니다."
"귀비마마. 활솜씨가 좋은 사수를 붙여드리겠습니다."


장군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산길 마다 홍색 표식을 달아줄 사수였다. 출정을 앞두고 그들은 귀비마마께 사수를 붙여드리고자 하였다. 물론 귀비는 사수가 필요없었으므로 사양했다.


"사수는 어느 지점을 겨냥해야 하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활은 제가 직접 쏘겠습니다."
"하오나..."
"사수는 되었고, 호위병을 몇 데려가지요. 혹 활 솜씨의 검증이 필요합니까?"


장수들은 입을 모아 검증 따위는 필요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역시나 귀비의 활쏘기 실력을 믿지 못했는지 호위병이랍시고 사수와 창병을 모두 붙여주었다. 그리고, 황제의 지목으로 타카노 장군이 실질적인 호위로 추가되었다. 그렇게 귀비를 따라 정상으로 향할 원정대가 구성되었다. 원정대가 바삐 등산을 준비할 무렵, 타카노 장군은 황제의 막사로 따로 불려왔다. 그 면대에서 타카노는 황실군에 처음 배속되었을 때처럼 다시 한번 충성을 맹세했다. 단 그 맹약은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황제가 아닌 귀비를 온전히 지켜내야 한다는 맹세였다. 


"귀비의 존체에 터럭 하나라도 상한 곳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알겠느냐!"
"예, 폐하. 모자람 없이 귀비마마를 보위하도록 하겠나이다."


황제는 일부러 더 엄히 맹세를 받아내었다. 잘 모르는 자의 눈에는 있던 정도 떠나게 겁을 주는 광경으로 비춰지기 쉽겠지만, 마치다는 황상께서 타카노 장군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신다는 의미로 이해하였다. 신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의 황후를 맡길 리 만무하고, 또 타카노 장군은 객관적으로도 괜찮은 재목이었다. 실은 마치다도 작전회의 중 처음 알게 된 타카노 장군이 퍽 마음에 들었다. 우직한듯 하면서도 속에 감춰진 야망에 찬 눈빛을 빛내며 상전께 예를 갖추는데,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영리함 그리고 묘한 자신감이 선하고 믿음직한 인상을 주었었다.


타카노를 내보내고 황제는 마지막으로 귀비를 안아주었다.


"그대를 저 괴물 같은 산에 보내자니 내키지 않는군."
"소첩 무사히 폐하께 돌아오겠습니다.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말려도 산에 오르겠지?"
"예."


황제의 목덜미에서는 묘한 사향 내음이 났다. 그것은 양인의 향기였지만 성욕을 부추기는 성질은 없었다. 보다 감미롭고 긴장을 이완시키는, 마치다는 처음 경험하는 향이었다. 


"그럴 것 같아 말리지 않았지요. 그저 무사히만 다녀오세요, 케이."



 
2023.02.01 22:02
ㅇㅇ
센세오셨어요ㅠㅠㅠㅠㅠ
[Code: 6967]
2023.02.01 22:15
ㅇㅇ
그럴 것 같아 말리지 않았지요. 그저 무사히만 다녀오세요, 케이.ㅠㅠㅠㅠ 노부 너무 다정해ㅠㅠㅠㅠㅠ
[Code: 6967]
2023.02.01 22:22
ㅇㅇ
모바일
노부는 다 계획이 있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즈그 케이 세력 형성해주는 노부 존멋이고 작전설명하는 마치다도 벌써 황후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698b]
2023.02.01 22: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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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 이제는 용건 있어서 찾아온 사람들이 있어도 즈그 케이 어루만지는거 염병천병ㅋㅋㅋ
[Code: e16d]
2023.02.01 22:34
ㅇㅇ
모바일
타카노도 등장ㅠㅠㅠ 타카노가 지금은 계급 낮아도 놉맟 눈에도 들었으니까 놉맟 최측근 장군 됐으면 좋겠다ㅋㅋㅋ
[Code: e16d]
2023.02.01 22: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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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비가 지랄할까봐 부케비 걱정이었는데 여기서부터 이미 노부의 후궁이 아니라 믿고 따를 위인으로 능력으로 존경받고 있어서ㅠㅠㅠㅠ 숙비는 걱정 안해도 될듯ㅋㅋㅋㅋ
[Code: 3ce0]
2023.02.01 23: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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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요즘살맛이난다 센세때문에
[Code: 0271]
2023.02.01 23: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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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비 존체에 상한곳 있으면 안된다고 맹세 받고 즈그 케이 긴장 이완시키는 향기에 무사히만 다녀오라고 해주는 부드러운 노부라니ㅠㅠ 개벤츠 노부ㅠㅠ
[Code: 4750]
2023.02.01 23: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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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 존나 황후감.... 노부는 원래 존멋 황제였고 황제황후가 놉맟인거 벌써부터 태평성대...
[Code: f3be]
2023.02.02 00:01
ㅇㅇ
무사히만 다녀오세요 케이ㅠㅠㅠ 무사히 다녀오자 다녀와서 또 꽁냥거리고 노부가 참은만큼 떡도쳐 놉맟ㅠㅠㅠㅠ 센세 사랑해ㅠㅠㅠ
[Code: 3038]
2023.02.02 00: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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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십팔나더.. 센세... 부케비는 센세가 십팔만나더까지만 더 주시면 좋겠어요.. 센세 돌아왔으니 부케비들하고 십팔만나더까지 같이있어ㅠㅠㅠㅠㅠ
[Code: 25f7]
2023.02.02 01:28
ㅇㅇ
일하는 동안도 은은한 염천의 놉맟 ㅋㅋㅋ 노부는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봐주고 마치다는 똑똑함 뽐내고 놉맟 완벽한 쀼 ㅠㅠㅠㅠ
[Code: e8d3]
2023.02.02 0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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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노부 이제 완전히 다정한 낭군님이 되어버렸네ㅠㅠㅠ
[Code: 581a]
2023.02.02 02: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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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맟 열렬한 애정행각 소문 다났다ㅋㅋㅋ 노부가 숙비 앞에서도 대놓고 즈그케이랑 애정행각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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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04: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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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 마치다 천재인가봐...대박 어떻게 저런 생각일 하냐.....미인에다가 유능하기까지 해......
[Code: 3c48]
2023.02.02 08: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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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부케비 내센세
[Code: cbe9]
2023.02.02 11: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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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 저렇게 사랑꾼인데 지금까지 어떻게 숨겼냐ㅠㅠㅠ 놉맟 꽁냥거리는거 회의하는거 다좋음ㅠㅠ 타카노 놉맟네 사람해라ㅠㅠㅠ
[Code: b4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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