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23247671
view 5431
2023.01.31 23:28
넋이 좀 나간 남종주를 키우게 된 강종주의 사정

- 설정파괴주의 / 양음인 설정 믹스


재생다운로드46BFBE40-752B-4DA9-8497-FE320231D109.gif

운심부지처의 아침은 해도 들기 전에 시작 되었다. 허나 이 날은 수사들이 교대를 바꾸기도 전에 손님이 들이닥쳤다. 바로 삼독성수 강징과 운몽의 수사들이었다. 부사와 네 명의 수사가 강징의 뒤를 따라 금칠이 된 작은 도자기를 안고 나타났다. 성질이 급하긴 해도 한 가문의 종주로서 예의를 져버릴 수 없던 그는 운심부지처의 부사가 그들을 마중 나올 때까지 손톱을 깨물며 어울리지 않게 불안에 떨었다.

“남선생님께서”
“난실에서 기다리겠네.”

기다릴 것도 없이 말을 거는 부사를 지나친 강징은 제 사람들을 이끌고 난실로 향했다. 어둠이 걷히기도 전이기에 길을 헤맬 법도 한데 그들은 아직 불도 올리지 않은 난실을 귀신같이 찾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강 종주.”

한참 후, 남망기가 남계인과 함께 난실로 동행했다. 물론 이는 남계인이 묻는 것이었다. 남망기는 남계인의 뒤에 가만히 앉아 그들의 대화를 경청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저만 알고 있기가 좀 찝찝하여 급히 방문하였습니다. 이해해주시지요.”
“무엇인가. 말해보게.”

남계인의 말에 강징은 부사가 조심스레 안고 있는 작은 도자기를 건네받고는 남망기에게 눈짓을 했다. 남망기는 한 참을 빤히 강징을 쳐다보다가 숙부의 헛기침 소리에 손을 뻗어 도자기를 받았다. 참나무로 조각한 마개를 열어젖힌 것은 역시나 성격이 급한 강징이었다. 작은 도자기 안을 바라보기 위해 어른 셋이 머리를 모아 안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푸른빛의 기운이 권운문 모양으로 일렁였고, 그 위로 작은 메추리 한 마리가 앉아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설명을 해보게 어서.”

웬일인지 답답함을 느낀 남계인이 강징을 재촉했다.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용건을 말하게!”

강징의 말은 이러했다. 어렵게 잠이 든 어느 날 밤 기이한 꿈을 꾼 것이었다. 마치 꿈속에서 꿈을 꾸는 기분이 들어 잠에서 깨기 위해 한참이나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그 때 침실의 문이 열리고 하얀 안개가 방안을 매웠다. 게다가 본적 없는 어린 동자가 이 작은 단지를 건네며 자신이 다시 올 때까지 이 아이를 잘 키워 놓으라 했단다. 워낙 신묘한 일이기에 며칠은 이 메추리를 키워보겠다 강징이 나서 보았지만 어째 권운무늬만 짙어질 뿐 메추리가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리 불안한 마음을 안고 운심부지처로 들이닥친 것 이다.

“그 꿈을 언제 꾸었는가?”
“닷새전입니다.”
“닷새 만에 이 메추리가 크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처음에 없던 권운무늬가 이리 진해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이리 걸음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찌 보십니까.”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제자이자 한 가문의 종주 앞에서 딱히 확답을 해줄 수 없던 남계인은 한숨만 푹푹 내 쉴 뿐이었다. 

“이 메추리를 꿈에서 받았다 했나?”“받기는 꿈에서 받았고, 깨어보니 머리맡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상식적으로 이루어질 일인가 말일세. 누군가의 장난일 가능성은 전혀 없는가? 그냥 봐도 그냥 메추리 같아 보이는 것 같은데.”
“선생님, 닷새 동안 저희도 가능성을 다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장서각의 자료들을 잠시 연화오로 옮겨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시지요.”
“안 된다.”

남계인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남망기가 딱 잘라 답했다.

“장서각의 문서들은 출입을 하지 않는다.”

꽉 막힌 그 대답에 강징은 커다란 눈을 살벌하게 굴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목에 채워진 자전이 파지직 보라색 전류를 내보냈다. 그러자 남망기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강징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더 얹었다.

“하지만 장서각의 자료들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이가 있다.”

남망기의 말에 남계인은 오랜 폐관과 마음의 상처로 종주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첫째 조카가 떠올랐다. 더 이상 폐관이 길어지는 것도 종주로서의 체면에 누가 되는 일이거니와 더 이상 과거에 매어있는 모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는 빠른 머리 회전과 함께 강징을 바라보았다. 작은 도자기 안에 있는 메추리에 혼을 빼앗겨 심각한 표정으로 그 안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 유난히 순박해보였다. 조금 미안하지만 계인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현재의 운몽강씨 종주는 어린나이에 가문의 멸문을 딛고 일어서 과거의 영광을 배로 되찾을 정도로 정신력만큼은 수선계에서 견줄 자가 없었으니, 이러한 강징과 함께라면 억지로라도 제 첫째 조카 희신이 과거의 늪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근거없는 희망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장서각의 자료는 외부로 출입이 어려우니, 그 내용을 외우고 있는 희신을 데리고 가게.”

그리하여 강징은 그렇게 아침 해가 떠오르는 운심부지처에서 고소남씨의 가주이자, 선문 세가 공자 용모 순위 1위인 남희신을 얻게 되었다.

-

남종주는 안 나왔지만 희신강징이 맞음. 다음에는 꼭 남종주님 등장. 
나만파나봐...희신강징...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