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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7:42
위영.

네가 없는 16년.



1년째

한담동이 원래 이렇게 추웠구나. 등의 상처는 점점 더 심해졌고 이 한 해 동안 늘 비몽사몽한 상태였어. 어렴풋이 누군가 내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는 것 같았어.

너일까.



2년째

숙부께서는 동굴 앞에서 여러 차례 배회하셨어. 들어오시지는 않으셨지. 아마 숙부께서는 나한테 이렇게 묻고 싶으셨던 것 같아. 네 잘못을 알고 있니? 동시에 나는 내 대답에 또다시 화가 나셔서 품위를 잃으실까 걱정이 됐어. 내가 너에게 나쁜 심보들을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봐.



3년째

두문불출하며 반성하던 때에 큰 형은 늘 나를 찾아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어. 하지만 너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피해갔어. 무심결에 불야천에서 내가 한 일에 대해 실수로 이야기 할까봐. 군자의 도리가 있는데. 나 자신은 감히 석연하게 구는데. 어떻게 그를 달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4년째

불야천 절벽 아래 나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

네 진정도 찾지 못했어.



5년째

강만음은 종주로서 잘 하고 있어. 운몽 강씨는 선문 백가에서 이미 감히 가볍게 볼 수없는 집안이 됐어. 단지 그의 성질은 예전과 다름없이 나빠. 너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

금릉, 그아이. 강낭자를 조금 더 많이 닮았어.



6년째

아원은 고열을 한 번 앓은 후 이전 일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성격 또한 이전처럼 활발하지 않아. 더욱이 남들과 쉽게 친해지려 하지 않아. 나는 아원을 토끼들 사이에서 키웠어. 토끼가 먹는 것을 그가 똑같이 먹었어. 그렇지만 그는 편식 하지 않아. 특히 무를 좋아해. 글을 읽고 쓰고 고금을 연습하고 무예를 익히는 모습 모두 품위있고 고상해.

나처럼.



7년째

어제는 네가 나를 떠난지 7년 째 되던 날이었어. 나는 채의진에 가서 천자소를 네 병 샀어.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모두 하나같이 이상했어. 나는 그제서야 발견했어. 내 가슴위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온씨 인두 자국이 하나 생겨 있었어. 천자소는 좋은 술이야. 안타깝게도 나처럼 한 모금에 취해 쓰러지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전부 널 위해 가지고 있을게.



8년째

밤이 깊었고 사람은 없어. 나는 연못가 근처를 한참 배회하고 있었어. 네가 말했던게 생각났어. 연밥은 줄기가 있는 연방 안에 있는 연밥을 먹어야 한다고. 끝내 유혹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가서 한 줄기 뜯었어. 누가 알았을까. 연못을 지키던 노인에게 들켰을 줄. 한편으로는 개한테 쫓기면서 한편으로는 급하게 허둥지둥 은전을 던져두고 왔어. 정말로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고 동시에 가훈을 어기기도 했어.



9년째

이릉의 찻집에서는 지금까지도 이릉노조와 난장강에 관한 소문이 전해지고 있어. 듣는 사람들은 모두 옛날 이야기로 생각하고 듣고 있었어. 야렵을 하던 도중 우리가 같이 밥을 먹었던 주점을 지나쳤어. 늘 그랬듯 원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켰어. 나는 한 입 맛을 봤는데 여전히 달아서 힘들더라. 이 가게는 해가 갈수록 맛이 없어져서 난처해.



10년째

남원

자 사추

원이의 새 이름을 아마 네가 좋아할 거야.



11년째

함광군은 소란이 생기면 무조건 나타난다는 소문이 생겼네. 역시 함광군이야. 네가 있었다면 분명 이렇게 말하며 나를 놀렸겠지. 너란 사람은 아주 약간도 자각하지 못할 거야. 어딘가에 소란이 생겼을 때 네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12년째

고소 남씨 가규가 3900개까지 추가되었어. 남경의라는 아이가 있는데 자못 지나칠 정도로 영리해. 항상 어린 아이들을 꼬드겨서 같이 소란을 피워. 숙부는 그를 볼 때마다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셔. 왠지 모르게 나는 그 애를 보면서 네 생각이 났어. 나는 오히려 그 애가 꽤 괜찮은 거 같아.



13년째

나는 또 운몽에 가서 금릉을 만났어. 이 아이의 성격이 널 정말 많이 닮았어. 큰 아이들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했는데고 강만음한테 고자질하지 않고 혼자서 열심히 무예를 연습하고 있었어. 강낭자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운몽의 낭자들을 봤어. 왜인지 모르게 그녀들이 계속 나를 보며 웃고 있었어.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너보다 예쁘게 웃는 사람은 없었어.



네 말은 과장됐어.



14년째

운심부지처에 눈이 왔어. 매년 눈이 올때마다 나는 나의 어머니를 생각해. 어머니가 떠나던 날에도 이렇게 한없이 많은 눈이 내렸는데 어머니가 존재했다는 것을 비롯한 모든 흔적들이 사라졌어. 네가 말해줘. 너도 어머니도 잘 있다고. 나는 아무도 곁에 두지 못하는 운명이 아닌가 싶어.



15년째

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여러곳을 둘러보고 여러곳을 묻고 여러곳을 찾아다녔어. 여러곳에서 고독하기도 했고 여러곳에서 지치기도 했어. 우리 사이가 틀어지지 않을 수는 없었어?

만약 그렇다면

네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나는 네게 말할 거야

내 잘못이야

네가 많이 보고 싶어



16년째

남잠.

위영.

나 여기 있어.


맴찢ㅠㅠ




진정령




ㅊㄹㅊ에서 가져옴 문제시 빛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