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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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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귀염둥이(테리 제외 누구도 선호하는 호칭은 아님)들 데리고 꽃구경가는 것도



왠지 픽 가네 형제들은 나이 순서대로 짝이랑 만났을 것 같음 그래서 중위님이랑 브랫은 살림 합친 지 꽤 됐고 케니는 테리와 본격적으로 만난 지 몇 달이 된 꽤... 사이... 좋은... 은근히 서로의 복장을 터뜨리는 재미로 만나는 ㅋㅋㅋㅋㅋㅋ 커플이고 랜스는 어쩐 일인지 데이트도 안 하고 조용히 지내는 중임




소파에 앉아서 노는 게 제일 좋다는 안경이 나오는 만화를 보던 버드는 소파에 등을 대고 바닥에 주저앉은 랜스가 핸드폰만 슥슥 만지는 걸 힐끗 보게 되겠지 그러다 화면 가득 색색의 꽃들이 피어있는 게 보이는 거야 우와 예쁜 고야! 버드가 속으로 감탄을 했음 그러면 그 감탄을 채 끝맺기도 전에 그새를 못 참고 또 핸드폰을 만지는 랜스의 손길을 따라 누군가는 입에 꽃을 물고 다른 누군가는 귀에 꽃을 꽂고 또 다른 누군가는 주먹 쥔 손을 후! 하고 부는 동시에 손을 쫙 펼치면서 꽃잎을 팔랑팔랑 떨어져내리게 하겠지 그게 어린 버드 눈에는 마냥 신기하고 마술같은 거야

"우와, 버드두 저거 해보고 시퍼!"

손가락으로 콕 찍으면서 외치는데 하필이면 그즈음에 큰 형아는 논문이다 세미나다 하면서 바쁘고 부랫 압빠도 훈련이다 파병이다 하면서 바쁘고 케니 형아도 요즘들어 사건 사고가 많아 바빠서 갈 수가 없대


그 말에 랜스랑 버드 둘 다 각각 바닥과 소파에 드러누워서 추욱 처져있는데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귀염둥이들아, 형부 왔다!"

하면서 테리가 들이닥친 거야 그 말에 바닥에 굴러다니던 랜스가 형부는 얼어죽을 하고 심통나있는 걸 힐끗 내려다 본 버드가 소파 위를 굴러다니면서 현부는 어러주글 하고 따라하겠지 ㅋㅋㅋㅋ


그럼 테리 입장에서는 랜스야 늘 자기한테 시큰둥한 편이었으니 별 생각없는데 버드도 똑같이 입술 내밀고 뚱하게 있으니까 무슨 일인가 싶겠지 원래대로라면 티라노 삼초온! 하면서 안겨야 하는 애가 안 그러니까 왜 뭐 무슨 일인데? 하면 랜스가 별 말도 없이 자기 핸드폰 툭 밀어주겠지 그러면서 기운 다 빠진 목소리로 나보다 못생긴 애들도 꽃 폈다고 놀러가서 사진 찍는데 나만 이러고 있잖아! 하고 툴툴대는데 말 끝에 슬쩍슬쩍 울먹임이 뒤섞임 ㅋㅋㅋㅋㅋㅋ


테리는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아서 오늘따라 여섯살 난 버드만큼이나 어려보이는 랜스랑 발을 둥당거리는 버드를 번갈아 쳐다보다 한숨을 푹 쉬고 나가자고 하겠지

"빨리, 일어나. 사진 수천장씩 찍어서 자랑하려면 지금이라도 나가야지, 이 귀염둥이들아. 형부가 친구들이 사진 구경만 해도 꽃에 질리게 만들어 준다. 형부 믿지?"

하면서 윙크 찡긋 날려주고 랜스랑 버드 한 손에 하나씩 잡아서 일단 집 밖으로 끌고 나오겠지

근데 막 여섯살이 된 버드는 정말 이렇게 아무 것도 없이 몸만 덜렁 나온 꽃놀이는 처음인 거야 ㅋㅋㅋㅋㅋ 늘 부랫 압빠표 5단 도시락에 과자에 음료수에 뭐 계절따라 시간따라 바꿔 까는 돗자리에 아주 화려한 꽃놀이나 피크닉만 다녀봐서 이거 이래두 대나? 싶어짐 ㅋㅋㅋㅋㅋㅋㅋ

내심 불안한 버드였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셋이 나온 시간이 해가 슬슬 넘어갈 즈음이라 돗자리 깔고 놀기에는 좀 애매해서 테리가 차라리 잘된 거라고 하면서 한 손에는 랜스 다른 한 손에는 버드 손 꼭 잡고 앞뒤로 흔들면서 인파 헤치고 앞으로 쭉쭉 나아갈 거야 그러다가 버드 몸통만한 솜사탕 하나씩 사서 들려주고 저 멀리에서 파는 티라노 모양 풍선도 하나씩 사서 랜스랑 버드 손목에 칭칭 감아줄 듯 두 사람 다 쪼끄매서 인파에 섞이면 안 보이니까 이거 묶고 다니라고 ㅋㅋㅋㅋㅋ


그럼 버드는 손을 움직일 때마다 티라노 풍선이 움직이니까 재밌어하는데 랜스는 야! 이 미친! 내 키 180 넘은 지 한참됐거든?! 하면서 짜증내는데 테리가 별 다른 대꾸도 없이 고개만 까딱이니까 인상 빡 쓰고서 괜히 자기 티라노 풍선으로 버드 풍선 퉁퉁 두드리면서 장난이나 치겠지 ㅋㅋㅋㅋㅋㅋ

그럼 이제 둘 다 잘 보이는 풍선 인식표도 달았겠다 본격적으로 사람 적은 벚나무 찾아서 헤매는 테리겠지 그러다보면 사람들 적당히 있고 꽃은 꽤 많이 만개한 벚나무 앞으로 버드랑 랜스 데리고 와서 수트 구겨지든 말든 상관않고 정면에서 위에서 옆에서 뒤에서 심지어 역광으로도 찍다가 이제는 거의 드러누운 자세로 사진 찍느라 바쁜 테리임 ㅋㅋㅋㅋㅋㅋ

그러다 보면 드디어 길고 길었던 사진의 늪에서 가까스로 해방된 버드가 테리 곁에 조용히 쪼그려앉아서 다 먹은 솜사탕 막대기 두 개 들고 요리조리 카메라마냥 각도 맞추면서 놀다가

"티라노 삼초온, 랜쯔 형아두 저어기 사람들처럼 귀에 꽃 이케 해조."

하면 드러누운 자세 그대로 고개만 뒤로 제껴서 사람들 귀에 뭐가 있나 유심히 살펴보는 테리 ㅋㅋㅋㅋㅋ 그럼 다들 꽃가지나 꽃 하나씩들 귀에 꽂았길래 자리 털고 일어나서 거리 좀 있는 나무에서 나뭇가지 두 개 부러뜨린 다음에 하나는 셀카찍느라 바쁜 랜스 손에 다른 하나는 버드 머리 위에 올려줄 듯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서 또 뭐 하고 싶어? 물어보면 버드가 아까 아까 사진에서 봤는데 꽃잎 모아서 후! 하는 거 버드두 하고 시퍼. 하고 조르면 또 주변에서 떨어진 꽃잎들 중에 깨끗한 거 고르다 빡쳐서 아까 가지 꺾어 온 나무에 가서 꽃잎 톡톡톡톡톡토도도도독 뜯어다 버드 손에 쥐여주는데 그 와중에 랜스는

"야 형부! 나 꽃잎 떨어질 때 사진 찍고 싶어!"

해서 나무 위에 올라가서 나뭇가지 온 몸으로 흔들어 주느라 아주 바쁜 테리겠지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걸렸다면 벌금 딱지가 벚꽃잎마냥 흩날렸을 광란의 꽃구경이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어느새 지쳐서 도롱도롱 잠든 버드를 업고 랜스랑 나란히 집으로 걸어가는 테리일 거야


"이제 기분 좀 나아졌나, 큰 귀염둥이?"

테리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장난치듯이 귀염둥이 라는 말에 힘을 주면서 물어보면 오늘 찍은 사진들 넘겨보느라 핸드폰에 눈을 콕 박은 랜스가 어깨 으쓱이겠지

"야, 형부 너는 나같은 훌륭한 모델 데리고 사진 찍으면서 이렇게밖에 못 찍냐?"

하고 틱틱대는데 그 목소리가 아까랑 달리 밝아서 랜스 따라 어깨만 으쓱하는 테리겠지

"참 나, 그걸 왜 내 탓을 해? 우리 예쁜이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각도로 찍든 다 예쁘기만 하던데 큰 귀염둥이 너는..."

밀리지 않고 테리가 받아치면 랜스가 고개를 들어 눈이 빠져라 노려보겠지 그러다 집 앞을 서성이는 그림자 하나를 발견할 거야

"어, 케니 형아다!"

하고 어린애처럼 소리치면서 우다다다 뛰어가는 랜스 너머로 테리의 영원한 예쁜이이자 오늘 이 고생을 해도 괜찮았던 단 하나의 이유인 케니가 보이겠지

고 몇 미터 달려왔다고 그새 헝클어진 랜스의 머리카락을 다정한 손길로 정리해주던 케니가

"어디 다녀왔어?"

하고 물으면 랜스가 케니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놓으면서

"나보다 덜 예쁜 꽃구경! 근데 형아 너 애인 잘 뒀더라? 흥!"

하고 장난스레 볼에다 뽀뽀 날리고 먼저 집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가겠지


그럼 랜스가? 갑자기? 칭찬을? 그것도 테리를? 얼떨떨해진 케니가 저 앞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테리의 잔뜩 헝클어진 옷과 그 뒤에 업힌 버드의 양 손목에서 달랑대는 티라노 풍선들을 보고 뭔지는 몰라도 괜스레 뿌듯해지고 벅차오르는 밤일 듯 ㅋㅋㅋㅋ



그리고 그 후로 버드가 어른이 될 때까지 꽃구경 (한정) 최애는 테리가 됨 ㅋㅋㅋㅋㅋ 부랫 아빠나 형아들이나 다른 삼촌들도 잘 놀아주고 맛난 거 사주고 최선을 다 해주지만 티라노 삼촌처럼 벌금 딱지가 벚꽃잎마냥 흩날릴 일을 해주지는 않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슬슬 픽 가에 물들어가며 좋은 보호자가 되어가는 테리가 보고 싶다




젠킬 테리케니 약브랫네잇 알슼스탘 슼탘

재업 축제... 좀 늦었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