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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7 15:43
그런데 이제 7세 삼촌을 5세 조카가 챙겨주는
둘이 두 살 차이 나는데 아이작이 첫 심부름을 무사히 마친 지 몇 달이 됐을 때까지 버드는 심부름 가본 적이 없을 것 같음 브랫이 하도 걱정이 많아서 ㅋㅋㅋㅋㅋ 우리 작은 천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합니까! 우리 애기는 그런 일 할 줄 몰라도 돼, 아빠가 다 해 줄게. 하면서 끼고 돌아서 정작 두 살이나 어린 친아들 아이작(특: 버드보다 발육 상태 좋음)은 심부름도 혼자 척척 다니는 데 반해 버드는 혼자서 집 밖을 나가본 적이 거의 없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버드가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심부름을 한 번도 안 해본 일곱살 어린이는 자기밖에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거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어제 낮에도 아이작이 혼자서 목에 오렌지 모양의 동전 지갑을 걸고 어디를 다녀왔었다는 게 떠올랐지 그리고 대뜸 부엌으로 와서 이거 버드 해 하면서 까까 하나를 줬던 것도
친구들도 다 해봤고 내 동생(아님) 아이작도 해본 건데 나만 못해봤다? 아무리 아빠 말이 다 맞다 하는 순둥한 버드여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겠지 ㅋㅋㅋㅋㅋ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브랫을 졸랐음
"압빠아, 버드두 심부름 해."
"심부름? 우리 애기가 심부름을?"
"웅, 친구들도 해봤구 아이작두 어제 해써."
"...아가, 남들이 했다고 해서 다 해볼 필요는 없는 거야. 결혼이라든가, 연애라든가, 심부름 같은 게 그런 거지. 알겠니?"
"안니. 몰르게써. 버드두 심부름 해서 아이작이랑 압빠한테 까까 줄래."
손 꼭 붙잡고 중위님이랑 똑닮은 얼굴로 브랫한테 허락을 종용하겠지 ㅋㅋㅋㅋㅋ 그럼 브랫이 무슨 힘이 있나 버드한테 넘어가 줘야지 뭐 그래서 버드 인생 첫 심부름이 시작되겠지 물론 브랫의 완강한 반대로 인해 아이작을 대동함 ㅋㅋㅋㅋㅋ 매번 아이작 목에 걸어주던 오렌지 모양 동전지갑을 버드 목에 걸어준 브랫이 신신당부하겠지
"버드,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돼, 안 돼?"
"으응, 안 대."
"그렇지. 신호등 건널 때는?"
"아이작이랑 손 번쩍해!"
그렇지, 잘했어. 신발끈의 매듭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준 브랫이 버드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그리고 옆에서 에코백에 손수건이랑 심부름 쪽지를 챙겨넣는 아이작의 볼을 가볍게 톡 두드리겠지
"아이작, 버드 잘 데리고 다녀와야 한다. 알았지?"
"어어, 알겟써. 걱정 마러."
"우리 아들은 늘 걱정 없지. 사람 조심, 차 조심."
그리구 개조심! 브랫의 마지막 말을 낚아채 마무리 지은 아이작이 브랫의 볼을 작은 손으로 토닥토닥 두드려주겠지 그리고서는 잔뜩 들떠있는 버드의 손을 꼭 붙잡고
"압빠한테 잉사해, 잉사. 버드 다녀오께요, 해."
하고 인사시키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버드는 아이작이랑 맞잡은 손을 양 옆으로 살랑살랑 흔들 거야
"압빠, 아이작이랑 버드 다녀오께요. 빠빠이!"
고작 그 인사가 뭐라고 눈물날 것 같은 브랫일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큰 아들(아님)이 저렇게 다 커서 어린 동생 데리고(데려가짐) 심부름도 가고... 벅차는 마음에 눈 질끈 감았다 뜨겠지 ㅋㅋㅋㅋㅋㅋㅋ
버드랑 아이작 둘이 심부름 가는 길은 진짜 한세월이 걸릴 것 같음 ㅋㅋㅋㅋㅋ 아이작이 혼자 갈 때는 7분이면 도착하는데 버드랑 손잡고 가다보니 하늘에 떠있는 구름한테 인사하고, 길가에 피어있는 민들레한테 인사하고, 산책 나온 멈무한테 너두 심부름 가니? 말 걸고, 햇볕 쬐고있는 야옹이한테도 인사하다 보니까 40분째 마트를 향해 가는 중이겠지 ㅋㅋㅋㅋㅋ 그러다 실수로 버드 목에 걸고있던 동전지갑이 어깨 뒤로 넘어가서 목 졸린다고 울먹이는 거 아이작이 빼내서 자기 목에 걸고
"어어, 갠차나. 누우가 우리 아가야 울렷써? 아이작이 때찌해주께! 응? 착하지, 우리 애기. 울지 마라요. 뚜욱."
하면서 아빠가 하던 것처럼 버드 꼭 끌어안고 등 토닥여주겠지 그래도 버드가 훌쩍이면서 서러워하면 에코백에 넣어뒀던 손수건 꺼내서 얼굴 살살 닦아주는 아이작임
"아이, 알겟써 알겟써. 그러면은 아이작이 압빠 몰르게 우리 애기만 까까 두 개 사주께요. 이제 뚝 하까요, 뚝?"
"...뚜욱."
그러면 과자 두 개에 홀랑 넘어간 버드가 눈물 뚝 그치고 아이작을 마주안아줄 듯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진짜 까까 두 개야."
하고 확실하게 약속 받아내겠지 ㅋㅋㅋㅋㅋㅋ 그럼 아이작도 고개 꾸닥이면서 버드 손가락에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도장 꾹 찍어줄 듯
"아랏써. 빤니 버드 까까 사러 가자."
하고 버드 손 고쳐잡고 살살 앞뒤로 흔들면서 곧장 마트까지 데리고 가는 아이작임 마트에 도착하면 우느라 지친 버드는 압빠가, 어, 뭐 사오라고 해찌? 하면서 조금 고민하다가 온통 유리로 뒤덮인 높은 천장이나 북적대는 사람들 구경하느라 바쁘겠지 그런 버드를 주시하면서 마트 한 켠에 놓인 바구니를 챙긴 아이작이 이쪽으로 가면 대, 일루와야지요. 하면서 잡고 따라오라고 버드 손에 바구니 손잡이 한쪽 쥐여주고 바구니 안에 브로콜리 하나 당근 두 개 담겠지 그리고 바구니의 나머지 손잡이 한쪽을 잡은 아이작이 조용히 따라오는 버드 보고 아빠가 하던 것처럼 씩씩하게
"우리 버드, 이제 까까 사자!"
할 듯 ㅋㅋㅋㅋㅋ 그럼 까까 얘기에 금세 들뜬 버드 데리고 사이좋게 과자 코너로 토도도도 뛰어가겠지 거기서 이거 살까 저거 살까 고민하는 버드 재촉도 않고 나란히 서서 조용히 기다려주는 아이작임 그러다 버드가 두 개 골라들면 아이작도 마음에 드는 거 하나 챙겨서 계산하러 가겠지
계산원 분에게 꾸벅 인사도 드리고 에코백에 꼬물꼬물 짐도 담은 아이작이 한 손에는 버드 손을 다시 꼭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에코백 들고 앞뒤로 천천히 흔들면서 마트를 나설 거야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또 멀겠지 ㅋㅋㅋㅋ
버드가 새로운 구름을 발견해서 아이작, 너두 구름이한테 인사해! 하면 옆에서 설렁설렁 손 흔들고, 멈무한테 너두 집에 가? 하고 말 걸면 빤니 가 하고 대꾸해 주고, 길가에 핀 민들레 홀씨 꺾지도 않고 쪼그려앉아서 그대로 후! 부는 버드 따라서 앉은 채로 나란히 후! 불어주면서 틈틈이 하늘 한 번씩 올려다 보던 아이작은 기다리다 해 지겠네 하면서도 군말없이 버드가 하는 거 같이 해줬겠지 그러다 진짜 해 저물어가기 시작하면 버드 손 다시 고쳐 쥐고서
"우리 버드 인사 잘해따. 그치? 이제 빤니 가자. 집에 가서 까까 먹어야지요."
하고 에코백 살짝 보여주겠지 ㅋㅋㅋㅋ 그럼 버드도 그제서야 아까 과자 두 개 산 거 떠올리고 아이작 손 붙들고 신나는 걸음으로 집에 갈 거야
집에 도착하면 대문 밖에 나와서 기다리다가 둘 발견하자마자 달려와서 너무너무 잘했고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며 칭찬해주는 브랫과 아까 울었던 건 싹 잊고 그저 신나고 뿌듯한 버드와 걱정됐을 게 뻔한데도 따라오지 않고 용케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빠 브랫이나 길 잃지 않고 말썽없이 잘 따라와 준 버드가 마냥 기특한 아이작이겠지 ㅋㅋㅋㅋㅋ 알고 보면 이 집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사람은 아이작일 듯
약속대로 아이작이랑 아빠한테 사 온 과자 하나씩 선물로 준 버드인데 아이작도 첫 심부름 성공한 거 축하한다고 아까 산 과자에 리본까지 곱게 달아서 버드한테 선물로 주겠지 그리고 그거 목격한 브랫 감동받아서 이번엔 진짜로 눈물 펑펑 쏟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젠킬 브랫네잇 알슼스탘 슼탘
재업축제 인데 너무 늦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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