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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 13:59
빻은 거랑 별개로 신화학적인 관점에서ㅇㅇ

원래 이야기라는 건 세월에 따라서 처음에 신화에서 전설로 또 민담으로 바뀌면서 열화되는데 동북아 신화학에선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고대 동북아 쪽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계열의 건국신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된 걸로 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보통 중국 본토 말고 한반도 북부~만주 지역에 다양한 바리에이션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 기원을 올라가면 주몽 신화랑 만주족 신화랑 연결됨.

그 중에서 제일 대표적인 게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 계열 부족의 조상 신화인데 만주족 시조 신화에서도 주몽 신화와 같이 천신의 후손이 지상에 있는 강의 신의 딸 중 만주어로 버드나무라는 뜻을 가진 여자랑 하룻밤 결혼해서 아이를 나았고 그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영웅이 되고 만주족의 조상이 되었다 뭐 이런 이야긴데
이 이야기는 주몽신화랑 매우 유사해서 같은 계열의 신화로 묶임

물론 이 신화는 지금 알려진 선녀와 나무꾼이랑은 조금 다르지만 어떤 민족이나 나라의 조상이 되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남녀가 제대로 된 결혼이 아닌 야합을 통해서 부부가 되었다가 배우자 중 한쪽이 다른 한쪽을 두고 떠난다는 구조에서 유사성을 가지는데

그래서 신화학에선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오랜 세월 시조신화나 건국신화가 점점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신화의 요소는 사라지고 이야기 구조만 남아서 변형된 걸로 본다고 함.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사실 표면적 스토리로만 보면 빻기만 하고 교훈도 없고 뭔가 좀 이상한 이야기인데 그 이유가 원래 이야기가 상징하는 것들이나 그와 연관된 신화소들이 민담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다 빠지게 되면서 결론만 남아 버려서 그렇다는 말도 있고

이야기 보면 굳이 평범한 여자여도 상관 없는데 주인공이 선녀인 이유도 선녀=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존재=시조신 내지는 시조모 여신으로 보는 신화의 흔적임

그리고 또 재밌는건 그거 말고 쪽국 교토 지방 신화에도 어떤 남자가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하는 걸 보고 옷을 훔쳐서 아내로 삼았지만 아이를 낳고 다시 선녀는 하늘로 올라갔고 남은 아이들이 어떤 가문의 시조가 됬다는 신화가 있는데

아무튼 선녀와 나무꾼은 개빻은 이야기긴 하지만 신화나 문화학적으로 보면 고대 천손 신화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뭐 그런 말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