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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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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하그리브스는 모든걸 가진 남자였다. 알파인데다 가문도 그 유명한 하그리브스 가였는데 머리까지 좋았다.
어린 나이에 이미 유명 대학에서 물리학 학위까지 따낸 그를 보며 사람들은 파이브를 천재라 불렀다.

특히 파이브와 대화할때 사람들은 그가 자기를 꿰뚫어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들 많이 말했는데 사실 이건 그들의 느낌만은 아니었다.

파이브는 정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남들의 생각이 들린건 8살때였다. 
파이브는 집에서 고용된 선생님에게 가정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파이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이번달 일한 돈으로는 다음달에 갚아야할 빛도 못갚아. 

어린 파이브는 다시 한번 선생님을 봤는데 웃는 얼굴로 분명 입으로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자! 이제 이걸 풀어보자."
- 하그리브스 꼬맹이라도 납치해서 몸값을 뜯어낼까? 시발 내가 죽게 생겼는데 그딴짓도 못하겠어?

8살의 파이브는 묵묵히 문제를 풀었고 이 일을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간혹 알파들이 일반 사람들은 가지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한다. 
남들보다 힘이 엄청 세다던지, 정신을 조금 조종할 수 있다던지,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던지 하는 능력들.
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들에게 주어지고 능력도 개인이 선택할 수 없다.

몇몇 학자들은 이게 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몇몇은 신의 축복이라고 했다.
이때문에 알파라는 형질 자체를 숭배하는 사이비교들도 암암리에 있었다.
이들은 알파형질을 갖기위해 불법적인 일들도 일삼으며 비전문적인 약물이나 신체를 훼손하는 기구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되어 종종 뉴스에 나오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어린 파이브는 직감적으로 자신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그래도 하그리브스에 태어난 알파로 주목받는 인생에 더 많은 스트레스가 따를 것이라는게 계산됐다.

대신 파이브는 교육을 담당하는 집사에게 가서 8살의 귀여운 얼굴로 웃으며 선생님이 공부를 잘 못가르켜주니 당장 내일부터 바꿔달라고 부탁할 뿐이었다.


파이브의 부모에 대해 말하자면 그들은 순수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마음속은 항상 비리와 거짓말들로 가득 차있었고 어머니는 외도를 일삼았다. 사실상 그들은 쇼윈도 부부였고 이 가족을 이어주는건 하그리브스라는 이름 뿐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파이브는 점점 인간에 대해 불신하게 되었다. 

그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는 말과 생각하는 것들이 달랐다. 
특히 하그리브스는 정치계에서 유서깊은 가문이었기 때문에 항상 그 주위에는 어떻게든 엮여서 이득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뻔한 이야기들이다. 
파이브는 그렇게 생각하며 억지로 끌려온 사교계 파티중에 누군가의 연설로 모두의 이목이 그쪽에 쏠린 틈을 타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많은 공간은 질색이었다.
그들이 의례적으로 입에서 하는 말과 마음속으로 하는 말들을 전부 불일치했고 그 불협화음을 양쪽 다 듣고있어야하는 파이브의 입장에서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물론 파이브의 숙련으로 이제는 특정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싶지 않으면 꺼둘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말로 하는 소리도 같이 꺼진다.
결국 사회적인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대꾸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그때문에 파이브는 청각 장애인들의 '입모양만 보고 무슨 말하는지 알아맞추는 법'같은 걸 배우고 있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꺼두어도 소셜 활동을 가능하게 하도록 말이다. 
그러다보니 수화같은 것에도 관심이 생겨 금방 배워두곤 했다. 무엇이든 배우는건 파이브에게 흥미를 돋우기 때문이다.

파이브가 벤을 만난건 그즈음 이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파이브는 기사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 뒷자석에서 책에 무언가 복잡한 공식을 쓰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파이브는 오늘도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숫자와 공식들을 계산해보며 몰두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파이브의 이마가 앞 좌석에 부딫혔다. 차가 급정거했다.
운전기사는 벌벌떨며 차에서 내려 차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파이브는 계획에 없던 일에 짜증이 나 잔뜩 미간을 굳힌 채 마찬가지로 차에서 내렸다.

-시발! 시발 내가 사람을 치였어! 죽었으면 어쩌지? 시발 왜 그걸 못본거냐고!

운전기사의 생각이 어지럽게 머리를 때렸음. 그리고 그 사이로 처음 보는 남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때렸음.

- 아 너무 아프네. 아직 죽지는 않은건가. 

어느 동양인 남자가 자동차 앞에 쓰러져 있었다.
어두운 밤에 길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차 헤드라이트만이 그를 주인공처럼 비추고 있었다.
남자는 한눈에 봐도 마른 몸에 바닥에 꽤 많은 피가 고여있었다. 꽤 아파보였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보였다.
밤에 서행중이라 아마 심하게 들이받지는 않은 모양이다.

파이브는 패닉상태인 운전기사를 뒤로 한채 무심하게 폰을 들어 하그리브스 소유의 병원에 전화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는 이 일에 대해 메스컴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는 생각 뿐이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건강과 안위따위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병원비 대주고 꽤 많은 돈을 쥐어주면 알아서 없는 셈 될 일이긴 했다.

전화 신호음이 가는데 갑자기 그 동양인 남자가 온 힘으로 기어 파이브의 발목을 잡았다.
파이브는 피범벅인 손에 발목이 잡힌게 기분이 더러워 그 손을 뿌리쳤다.

"안그래도 지금 병원에 전화하는 중이니까 누워계시죠. 상태 보아하니 지금 병원가면 생명에는 지장 없을겁니다.
골절도 뭐.. 좀 입원해있으면 전보다 더 튼튼하게 뼈가 붙을겁니다. 직장인이면 이 기회에 좀 쉬세요. 병원비는 다 제가 댈거고 합의금은..."

파이브가 무미건조하게 말하는데 남자는 자꾸 간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바지주머니에서 종이를 하나 꺼내더니 급하게 연필로 갈겨썼다.

[병원에 절대 전화하지 마세요. 저는 무시하고 그냥 갈 길 가주세요. 절대 당신을 신고하지 않을테니 없는 일 쳐주세요. 한밤중에 죄송합니다.]

파이브는 이게 뭔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남자를 내려다봤다. 대화가 필요할거같아 남자쪽으로 쭈그려 앉았다. 전화는 끊은지 오래였다.

"병원에 안가겠다면 어떡할거예요? 아무리 많이 다친게 아니라지만 계속 여기서 피 흘리고 있으면 큰일날텐데?"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자기가 메모에 쓴 글들에 밑줄쳤다. 아무래도 말을 못하는거같아 생각을 읽어봤다.

- 아 제발..제발 좀 가주셨으면 좋겠다.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수화로 제발 가주시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파이브가 혹시 수화를 못 알아들을까봐 노트에 제발 가주시라고 처절하게 쓰며 파이브에게 의사전달하려 애쓰고 있었다.

- 빨리 이 차를 보내고 그냥 길바닥에서 피 흘리다가 죽어야겠다.

남자의 생각을 읽은 파이브는 짜증난다는 듯 한숨쉬고는 기사를 시켜 그를 안도록 해서 차에 태웠다. 

"죽든 말든은 당신의 마음대로지만 여기서 죽으면 내가 살인자가 될수도 있거든요. 죽더라도 퇴원하고 하세요."

파이브가 그에게 비즈니스적인 웃음을 지어주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남자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지 연신 죄송하다고만 노트에 썼다.
파이브가 자기가 수화를 이해할 수 있으니 종이에 그만 좀 쓰라고 하자 손으로 툭툭거리며 죄송하다고만 할 뿐이었다. 


남자, 벤 민은 하그리브스 소유 병원의 최상층 1인실에 입원하게 됐다.
동네 작은 독립서점에서 일하며 시를 쓴다고 했다. 꽤나 정갈하고 예술가적인 삶이다. 파이브가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벤의 옷을 정리하며 나온 바지에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
'말을 하지 못합니다. 이해해주세요.'
'찾는 책이 있으십니까'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
등등의 일상언어들이 적힌 작은 카드들이 발견됐다. 
그마저도 피에 푹 적셔진 바람에 몇몇은 알아보기 힘들었다.

파이브는 하얀 환자복을 입고 잠든 벤 옆에서 링거를 손가락으로 살짝 툭툭치며 그를 봤다.
정신없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좀 궁금해졌다.
사실 말을 못하는 사람을 실제로는 처음 본것도 컸다. 그가 어떤 이유로 말을 못하게 된건지도 궁금했고 서점에서 일하는 건 또 어떤지도 궁금했다.
순전히 과학자같은 호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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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러다보니 몇달동안 자연스럽게 벤 병간호 하면서 벤며드는  파이브 보고싶다.. 
손이 회복중인 벤을 위해 벤이 좋아하는 시집도 읽어주고 벤과 이야기하는데 벤이 수화로 하는 이야기들이랑 벤이 생각으로 하는 이야기들이랑 항상 일치해서 파이브는 그거에 되게 큰 매력을 느낄듯. 그리고 목소리가 하나만 들려오니까 오히려 벤이랑 얘기할때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음.

벤은 자기 감정이나 생각을 정말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자연의 작은 변화에도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이나 힘든 상황에도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음. 

처음에 벤은 파이브가 자기한테 관심 보이는걸 부담스러워하다가 파이브가 문학에 관심이 생겼다며 들이대니 신나서 문학얘기 시작하겠지.
파이브는 벤 환심사려고 평소에 관심도 없던 세계문학집을 밤새서 읽을거야.

그러다가 벤이 몸을 회복한 뒤에는 둘이 데이트 시작하고 파이브가 처음 자신의 능력을 벤에게 밝혔겠지.
벤은 지금까지 자기 속마음도 읽은거냐며 얼굴이 빨개졌음. 

'그렇지만 너가 원하면 너 마음은 읽지 않을거야.'

파이브가 부드럽게 말했고 벤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읽어도 된다고 했지. 
파이브가 유일하게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둘이 잠자리도 같이 하고 거의 3년간 같이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벤이 사라지겠지.

우산학원 브벤 












 
2022.06.24 04: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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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 센세 선개추선대이랑 큰절먼저 박고갑니다 크으아어어아ㅓ아 센세 최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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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04: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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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상에 마상에 워후야 벤 어디로 사라진거야!!!!!!! 사고나고 병원 데려다놓고 점점 교류하다가 사귀는데 같이3년 살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다니 너무 너무 궁금해 돌아버리겠다ㅌㅌㅌㅌㅌㅌㅌ 크으으 파이브 인간관계에 환멸 느끼다가 벤에게 마음열고 생각 읽을 수 있는 거까지 밝히게 되는 과정이 너무 좋다. 아카시아 꽃내음을 담은 청량한 빗물이 내 심장께를 자작하게 적셔오는 것 마냥 글이 향기롭습니다ㅌㅌㅌㅌㅌ 마지막의 벤 증발한 것까지 사람 미치게한다ㅌㅌㅌㅌㅌㅌㅌ센세억나더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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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06: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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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왜서라져ㅠㅠㅠㅠ안돠ㅠㅠㅠㅠㅠ 센세 존잼이에요 어나더ㅠㅠㅠㅠ 없으면 안된다ㅏ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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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06: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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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센세 이런 소재와 설정과 캐릭터라니... 진짜 천재다 천재가 나타나셨다!!! 센세 나 여기 말뚝 박고 기다린다??ㅜㅜㅜ 대작의 시작 무한 복습하구 있을 테니까 꼭 돌아와야 돼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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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08: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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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악 센세ㅜㅜㅜㅜ벤 왜 사라진거야ㅜㅜㅜㅡㅜ빨리 데려와라ㅜㅜㅡㅜ미쳤어 존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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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08: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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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파이브랑 벤 관계 너무 좋아서 땀난다 파이브에게 한 목소리만 들려주는 벤이랑 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파이브라니 이건 미쳤다 센세 제발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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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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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목소리를 들을수 있는 단 한사람이 파이브라는게 너무 조아요ㅠㅠㅠㅠ벤 안사랑할수가 없자나ㅜㅜㅜㅜ근데 왜 떠난 거야 나 궁금해서 죽어요 센세 어나더ㅠㅠㅠㅜ
[Code: 0021]
2022.06.26 02: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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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그래서요?????그래서요???
[Code: 3b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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