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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3 23:31


평범한 연애를 꿈꾸는 강징이 평범하지 않은 위무선을 만나서 고생하는 게 보고 싶어짐

강징은 평범한 연애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어. 연애라고는 위무선하고만 했기에 비교할 대상이 없었지만, 이딴 게 올바른 연애가 아니라는 건 알았어. 차라리 혼자였던 시절이 더 편했지.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것만 빼면 평상시와 다를 거 없는 평범한 날이었음. 오전 9시 출근이지만, 막중한 업무량에 8시 반까지 출근하여 시작한 일은 늘 그렇듯 퇴근 시간보다 늦어져 회사 밖을 나오니 오후 8시가 넘었지. 어느 센가부터 내리는 눈에 뉴스에서는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며 반가운 소식을 알렸음. 곳곳에서 캐롤송이 울리고 활기가 넘치는 거리의 사람들은 각자 연인, 친구, 가족들과 함께 행복이 가득해 보였음. 강징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음. 남들의 행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차갑게 식어갔기 때문이었어. 모두가 즐거울 크리스마스에 강징의 행복은 없을 거니깐. 집으로 돌아온 강징은 신발장에 놓인 다른 낯선 신발을 보고 옷을 갈아입지 않고 곧장 어두운 거실 불을 켰음. 환히 불을 켜니 소파에서 외출복 차림으로 늘어져 자는 위무선이 보였음. 강징은 잠시 멈칫 서 있다가 위무선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어 깨웠음. 위무선은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고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음. 방긋 웃으며 왜 이리 늦게 왔냐면서 강징을 가볍게 타박했지. 하지만, 강징은 위무선이 뭐라 말하던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음. 그저 소파 옆자리에 앉아 빤히 위무선을 바라보았음. 곱게 호선을 그리며 접어지는 두 눈과 붉은 입이 강징을 향해 있었어. 대꾸 없이 위무선을 바라보기만 하던 강징은 위무선이 소파에서 일어나자 말을 꺼냈음.

 

그만하자.

 

방으로 향하던 위무선은 걸음을 멈추었음. 왠지 모르게 방 분위기가 무겁고 주변이 어둡게 변한 것 같았지만, 강징은 그저 분위기상 느껴지는 중압감이라고 생각했음. 등을 보인 채 문고리를 잡고 가만히 서 있던 위무선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음. 강징이 한 말을 못 들은 것처럼 태평하게 웃었지.

 

? 군만두가 먹고 싶다고?

.......

저녁 먹기에는 늦었긴 한데 나가자. 군만두 맛있게 하는 곳 알아.

 

콧노래를 부르면서 코트를 걸치고 차 키를 챙기는 위무선과 달리 강징은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았음. 현관문의 센서등이 켜지고 신발을 갈아신는 소리에 강징은 꾹 다문 입을 열었어.

 

위무선.

 

강징의 부름에 위무선은 신발을 신던 걸 멈췄음. 센서등이 꺼질 때쯤에야 소파로 돌아와 앉았지. 차 키를 붕붕 돌리면서 위무선은 피식 웃었어.
 

강징.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지 만우절이 아닌데.

 

강징은 안 그래도 찌푸리고 있던 인상이 더 깊게 파이는 게 느껴졌음. 위무선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장난조로 말을 받아치는 게 짜증났어. 둔하고 이기적인 위무선은 강징이 이 말을 꺼내려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괴로워 했는지 짐작조차 못하겠지. 

 

진심이야. 너랑 이제 그만할래.

 

위무선의 시선은 강징에게 고정돼 있었지만, 강징은 반대편 창문을 바라보았음. 여전히 펑펑 내리는 눈에 차를 타고 어딜 갈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어. 안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라고 차가 많을 텐데 눈까지 내리니 도로 상황이 어떨지야 뻔했지. 이런 상황에서 차를 타고 어딜 가자는 위무선의 패기가 강징에게는 버겁다는 걸 위무선이 알까? 강징은 피곤했어. 집에 돌아와도 평온함을 느끼고 포근한 게 아니라 머리가 지끈거렸어.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회사원으로 일하는 강징과 달리 자유롭게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는 위무선과는 생활방식이 너무 달랐음. 말없이 어디론가 떠나있고, 핸드폰 연락도 잘 안되는 오지에 가서 몇 날 며칠 연락이 되지 않아 조마조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조급한 마음에 위무선이 돌아온다는 날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화를 내기도 했었지. 그러나 위무선은 미안해하면서도 바뀌는 게 없었어. 오늘도 강징은 위무선이 집에 있는 줄 몰랐어. 애초에 이번 달 내내 집에 들어온 적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어. 강징이 크리스마스임에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이유도 굳이 혼자서 뭘 할 이유는 없으니깐 이었지. 분명, 위무선의 뛰어난 천재성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구는 호탕함에 반했지만, 강징은 위무선을 소유할 수는 없었어. 같이 있으면 즐겁고 색다른 일들이 많았음에도 그 순간은 짧았고, 위무선은 너무 바빴어. 위무선을 붙잡고 싶어 동거했지만, 오히려 더욱 멀게만 느껴졌어. 말도 없이 사라진 건 대수고 한달동안 집에 안들어 오는 것도 일상이었으니. 나름대로 이해해보려 했지만, 점점 물들여지는 불안과 짜증, 분노와 질투에 강징은 스스로가 역하게 느껴질 정도였지. 이제는 정말 한계였어.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침전하면서 하염없이 위무선을 그리워하고 우울해하는 나날을 그만 보내고 싶었어. 강징은 소파에서 일어나 방에서 미리 싸둔 캐리어를 가지고 나왔음. 이날이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차곡차곡 짐을 쌓아뒀기에 강징 또한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지.

 

집은 일단 내가 나갈게. 어쨌거나 명의는 내 것이니깐, 이른 시일 안에 비워줘.

 

소파에 앉아 가만히 강징을 보고 있던 위무선은 표정이 차갑게 변해 있었음.

 

강징, 내가 싫어?

 

강징은 눈을 질끈 감았어. 위무선이 버겁고 부담스러우며 그의 태도에 화가 났다가 체념한 건 맞지만, 싫지는 않았어. 오히려 좋아하는 만큼 속박할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보내준다는 게 맞았지.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보다도 이제는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더 컸어. 미움과 원망이 싫다는 감정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틀리지도 않았지.

 

그런 것 같아.

 

다시 눈을 뜬 강징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코앞까지 다가온 위무선에 놀라 한 발자국 크게 뒤로 물러섰어. 강징이 막다른 벽에 몰리자 위무선은 강징이 잡고 있던 캐리어를 발로 차 멀리 밀어버리고 고개를 살짝 숙여 눈을 마주했음. 위무선은 낮게 깐 목소리로 강징에게 물었음.

 

? 내가 뭘 잘못했는데?

 

놀란 강징은 당황해 눈을 껌벅이다가 위무선의 가슴팍을 세게 밀쳤지만, 돌덩이를 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음. 오히려 강징의 손이 벌벌 떨렸지.

 

위무선! 뭐 하자는 거야? 당장 비켜!

강징, 대답해. 내가 왜 싫은 거야?

 

강징은 벌벌 떨리는 손을 붙잡고 이를 부득 갈았음. 정말 이유를 몰라서 그러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감이 어이없었어. 조용히 끝내려고 했는데 더는 참을 수 없었지.

 

, 나야말로 묻고 싶다. 내가 왜 널 좋아해야 해? 나는 특별한 걸 바라지 않았어. 적어도 다른 평범한 연인들처럼 안정적이고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는 사랑을 하고 싶었어. 근데 넌? 너는 항상 나를 뒷전에 뒀잖아. 당장 오늘만 해도 봐. 한 달 동안 집에도 안 들어오고, 제대로 된 연락도 없이 갑자기 크리스마스이브에나 나타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해? 감격해 울어야 할까?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해? 이게 제대로 된 연인 관계야?

 

위무선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음. 강징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어갔음.

 

위무선, 이제는 각자 알아서 잘 살자. 나는 너를 이해할 도량이 안 됐고, 너는 흐르는 물이니 내 작은 도량에 고여 썩을 수 없던 거야

 

말을 마치고 강징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위무선이 팔을 뻗어 강징을 붙잡았음. 억센 악력에 강징이 윽 소리를 내고 아프다며 그만 놓으라고 했지만, 위무선은 놔주지 않았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진짜 빡치네.

?

 

고개를 들어 올린 위무선의 두 눈은 붉게 변해 있었음. 피곤해서 눈의 실핏줄이 터진 거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눈 자체가 핏빛보다도 붉어져 있었지. 강징은 너무 놀라 헉 소리를 내며 팔을 빼려 거세게 저항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단단히 조일 뿐이었어.

 

강징, 널 만나려고 내가 얼마나 많은 걸 희생했는지 네가 알까? 수많은 업보를 지으면서도 너 하나를 만나고자 스스럼없이 내 모든 걸 던졌는데. 네가 날 떠난다고? 우리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위무선은 강징을 질질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음. 정갈하게 최소한의 가구로만 이뤄진 위무선의 방이 갑자기 너무나도 무섭고 소름이 끼쳤음. 무겁고, 탁하게 느껴지는 공기에 강징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어. 위무선은 강징이 소리치던 욕을 하든 간에 붙잡은 팔을 놓지 않고, 서랍의 자물쇠를 풀고 고풍스러운 함을 꺼냈음. 함 속에 고인 놓인 자전을 꺼내 강징의 오른손에 가져다 댔지. 자전은 주인을 알아보고 손목에 스르르 감겼음. 강징은 손을 휘감는 자전에 진심으로 기절할 것 같았음. 이게 도대체가 무슨 상황인 건지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어. 이별을 통보했다가 진짜 돌아버린 위무선과 마술 도구인 건지 뭔지, 이 기이한 팔찌는 또 뭐고. 머릿속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았음. 그저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에 맞춰 헉헉 소리를 내며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지. 위무선은 땀과 눈물을 줄줄 흘리며 혼란스러워하는 강징을 안쓰럽게 바라보더니 끌어안아 등을 토닥였어.

 

애초에 우리는 평범한 적이 없었지만, 특별했잖아.

...........

나를 싫어하지 말아줘.

 

온몸은 열이 올라 뜨겁고 점점 잃어가는 의식에 강징은 입이 바짝 말라 대답할 수 없었음. 울먹이는 목소리가 강징의 귓가에 들렸어.

 

아징, 이번에는 제발 나를 사랑해줘.

 





무선강징

 
2022.06.04 00:04
ㅇㅇ
모바일
센세 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9d9]
2022.06.04 01:49
ㅇㅇ
모바일
센세 도라와ㅠㅠㅠㅠㅠㅠ제발ㅠㅠ
[Code: df53]
2022.06.04 01:51
ㅇㅇ
모바일
미치겠다 .. 센세 어떻게 이런 대작을 ㅠㅠㅠㅠㅠㅠ
[Code: 43b7]
2022.06.04 02:06
ㅇㅇ
모바일
진심 개재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개미쳤어ㅠㅠㅠㅠㅠㅠ센세 이건 대작이야 진짜ㅠㅠㅠㅠㅠㅠㅠ아니 위무선 강징이 헤어지자 했을 때 순순히 헤어질거라는 생각은 안했는데 자전....?이게 무슨일이야.....이번 생이 처음이 아니었던거야....?진짜 개재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이건 어나더가 있어야돼ㅠㅠㅠㅠㅠ
[Code: c3eb]
2022.06.04 03:04
ㅇㅇ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7ff]
2022.06.04 09:23
ㅇㅇ
모바일
와 미쳤다....이게 처음이 아닌건가??? 무선이가 강징 붙잡으려고 노력했나본데 이거 억나더로 압해가 필요하다 센세ㅠㅠㅠㅠㅠ
[Code: b962]
2022.06.04 09:40
ㅇㅇ
모바일
뭐야 위무선이 왜그러는지 너무궁금해!!
[Code: 9ed2]
2022.06.04 12:49
ㅇㅇ
모바일
무선강징 바이블 마스터피스 역지사지에 넹글 돈 무선아ㅜㅜㅜ특별과 평범이 어케 공존하냐ㅜㅜ 슬프다ㅜㅜ근데 무선이도 희생 헌신 주저하지 않고 강징한테 다 던진 게 맞을거라서ㅜㅜㅜ
[Code: c4fc]
2022.06.05 05: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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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센세 저 너무 좋아서 죽을것같아요 제발 어나더
[Code: f080]
2022.06.06 07: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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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쳤다 진짜..... 아니 무선아 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bb37]
2022.06.09 18: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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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됐다 대작이
[Code: ee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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