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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9 23:49
보고싶다. 

무선이는 뭔가 웬만하면 그래그래 우리 징징이 하고싶은거 다 해. 이럴 거 같아서 웬만하면 안된다는 소리 안할 것 같음. 뭔가 강징도 헌사 이전엔 무선이 성격 그런거 알아서 틱틱대면서도 은근 애교부리는 날도 있고, 이거저거 해달라고 하는 날들도 많았겠지. 그런데 문제는 헌사 이후일거야. 잿더미가 된 연화오를 다시 일으키는 동안 강징은 애교는 커녕 웃음조차 잃어버렸겠지. 곪아가는 속마음을 감추는 데에도 아주 능숙해졌을 거야.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강징은 제 속이 천천히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음. 가문에 대한 책임감을 제외하면 무선에 대한 원망과 애증이 강징을 지탱하는 버팀목 중 하나였는데, 무선이가 모든 것이 전생같다는 말 한마디와 함꼐 등돌려 제게서 멀어지는 것을 보며 강징은 모든 것이 다 허망하게 느껴졌을 것 같음. 아직 어리긴 하지만 금릉도 어느정도 자랐고, 가문도 다시 반듯하게 세웠으니 이젠 그만해도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겠지. 수면향이 없으면 잠이 들지 못하고 앵속각을 태우지 못하면 두통을 다스리지 못하는 날들의 연속. 연화오의 연꽃은 화려하게 피어나는데 강징은 나날이 시들었을 거야. 하루에도 몇번씩 서탁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비상을 삼키고 싶은 충동을 내리누를거야. 강징은 이렇게 초라해 질 거면서 무얼 위해 그리 아득바득 살았는가 싶어 씁쓸히 웃겠지.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재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지 사흘째 되던 날, 더이상 앵속각도 듣지 않아 심각해진 두통에 왈칵 하고 선혈 한 줄기를 토해내던 날, 강징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비상을 삼켰겠지. 


그 독하디 독한 삼독성수가 사경을 해멘다는 소문이 온 수선계에 파다하게 퍼졌어. 소문이 무선이의 귀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처음엔 뜬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소문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니 혹시나 해서 연화오로 향할거야. 수사들이 순순히 들여보내 주지 않을 것을 알아서, 무선이는 밤을 틈타 몰래 강징의 침소로 숨어들겠지. 그리곤 침상에 누워있는 강징의 얼굴을 본 무선이는 몰래 숨어든게 무색하게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주저앉을 거야. 파리하다 못해 보랏빛이 감도는 입술과 병색이 완연한 얼굴. 살이 내려 불거진 광대뼈. 강징은 곧 임종을 앞두고 있는 사람같아 보였어. 내가 널 떠나는 게 네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꿋꿋하게 잘 살 줄 알았는데. 내가 네 곁에 없는 동안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선이가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강징의 얼굴을 쓰다듬어. 손 끝에 닿는 까슬한 피부가 그동안 강징이 겪었던 고단한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저렸어. 

-.....위무선.....?

제 얼굴에 닿는 손길을 느낀 것인지 강징이 꾸물꾸물 눈을 떠. 총기를 잃은듯한 멍한 눈에는 안개가 자욱해. 저를 찾는 강징을 보며 무선이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강징을 품에 안아. 수액이 빠져나간 겨울 나뭇가지 같은 마른 몸이 부러질 것 처럼 힘없이, 버석하게 품에 안겨와. 예전엔 이렇게 품에 안으려고 하면 늘 매운 손으로 밀쳐내기 바빴는데. 


-...응.. 나 여기있어... 말해.. 

말하는 무선이의 입술이,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 단어 하나 하나를 내뱉을 때마다 누군가 끓는 쇳물을 목에 붓는것 처럼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 

-나... 너무 괴로워.... 

강징이 속삭이듯 중얼거려. 가느다란 바람 소리 같은 작은 목소리가 바짝 말라 갈라진 입술 사이로 힘없이 새어나오지. 위무선. 응. 무선이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강징의 이마로 뺨으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강징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선이를 보며 애써 웃어보이겠지.
...부탁이 있어...날 좀 끝내줘.. 이젠 좀.. 편하게 해줘... 응?  제 소맷자락을 잡으며 절실하게 말하는 모습이 꼭 어린시절의 강징을 떠오르게 했지, 사납고 고집세지만 부탁을 해 올 때만큼은 수줍어지던 소년. 안돼. 그렇게는 못해. 무선이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대답해. 아마 처음일 거야 무선이가 강징의 부탁을 거절한 건. 

그 이후로는 무선이가 연화오에 머물먼서 강징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강징 간호하고 수발들겠지. 다행이 무선이 지극정성 때문에 강징 차츰차츰 회복될 거야. 그런데 강징은 회복되면 무선이가 떠날 거 아니깐 회복되는게 무섭기도 하겠지. 그래서 나아진 척 하면서 몰래 약 버리다가 무선이한테 들켰으면 좋겠다. 그거 보고 강징이 또 죽으려고 하는건가 싶어서 겁난 무선이가 넹글 돌아서 강징한테 더 집착하겠지. 심해진 감시 때문에 더이상 약 버리는거 못하게 된 강징은 아예 약 먹기 싫다고 거부하겠지. 아랫입술에 핏방울이 맺히도록 앙다문 입술을 보며 더 돌아버린 무선이가 부사들 불러서 강징 몸 붙잡게 하고 손으로 강징 입 억지로 벌려서 약 먹였으면 좋겠다. 억지로 약이 목으로 넘어간 강징은 욱욱 거리면서 무선이를 노려보겠지. 그리고는 무선이에게 살아서 내가 불행한 걸 꼭 보고 싶냐고. 내가 네게 못되게 굴긴 했지만 죽느니만 못하게 살게 할 정도로 내가 원망스러운거냐고. 결국엔 나아지면 다시 날 버리고 떠날 게 아니냐고 무선이한테 울면서 소리쳤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들은 무선이는 그제서야 강징이 죽을만큼 힘들었던 게 제 부재 때문인 걸 알게 될 거야. 무선이는 악에 받쳐 우는 강징을 품에 안으면서 아니라고. 널 원망한 적 한번도 없었다고. 내가 있으면 네가 불행해질까봐 그랬다고. 네가 옆에 있어달라고 하면 평생 네 곁에 있을거라고 하겠지. 그 말에, 강징이 무선이 품에 제 얼굴을 파묻으며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옆에 있어달라고 할거야. 그 이후론 진짜 무선이가 강징 옆에서 떨어지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잘 때도 안아서 재우고, 밥도 꼭 옆에서 같이 먹고, 목욕도 같이 할거야. 그리고 안된다는 말 거의 안하고 강징이 뭐 해달라고 하면 다 해줄 듯. 딱 하나 예외가 있다면 몸 섞을때였는데, 몸 섞을 땐 강징이 놔달라고 그만하라고, 못하겠다고 울먹거려도 안된다고 하면서 계속 할 것 같아. 






 
2021.09.20 00:14
ㅇㅇ
모바일
무선강징 바이블이다ㅠㅠㅠㅠㅠ
[Code: 2c7d]
2021.09.20 05:35
ㅇㅇ
모바일
아 아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처음으로 강징의 부탁을 거절한게 강징이 자기 목숨을 끝내달라고 했을 때라니 마음이 찢어진다 강징이 서서히 무너져 가는 과정이랑 생사의 기로에 선 강징을 보고 괴로워하는 위무선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슬픔ㅠㅠㅠㅠㅠ 강징이 괴로워하는걸 보면서 더없이 마음 아파하지만 아무리 괴로워한다고 해도 죽어서 편해지게 놔둘 수는 없는 위무선의 약간 비틀린 찐사랑 너무 최고다... 하지만 결국 평생 곁에 있어주기로 약속한게 너무 따스워서 좋아...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결국 평생 곁에 있어주기로 한 후에는 거의 다 강징 원하는데로 해주면서 또 부탁을 거절하는 상황이 있는게... 너무 좋네...ㅎㅎㅎ
[Code: 95f4]
2021.09.20 20:47
ㅇㅇ
모바일
울다가 웃는데 막줄은 달달해...
너무 좋다..
[Code: fba0]
2021.09.21 03:24
ㅇㅇ
와 무선이가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데 회복되면 무선이가 다시 떠날 줄 알고 약 몰래 버리는거 진짜 최고다... 강징한테 가장 괴로운게 자기가 곁에 없었다는 사실인것도 모르면서 절대로 죽게 놔두지는 못해서 억지로라도 약 먹이는거... 내가 살아서 불행한걸 보고 싶은거냐고 했지만 결국 살아서 행복해져서 다행이야ㅠㅠㅠ 달달한 무선강징 최고ㅠㅠㅠㅠㅠㅠㅠ
[Code: 754d]
2021.11.22 18:10
ㅇㅇ
모바일
하오츠....
[Code: dc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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