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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7 03:52
갑자기 생각난 건데 n년전 여름에 도서관 시원하고 조용하니까 할 일 없어도 가서 시간 때우곤 했음
열람실이 큰 편이라 반은 청소년+여자 / 반은 성인 앉았고 항상 성인쪽이 더 사람 많아서 나는 보통 청소년쪽 구석탱이에 앉았었음
그 날은 급식들 방학시즌이라 반 정도 차있었고 보통 한 칸씩 띄어 앉으니까 나붕 바로 옆에는 아무도 없었단 말임 그리고 뒤가 벽이라 내가 뭘 하는지 볼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오랜만에 영화나 보자하고 이어폰끼고 존나 심취해있었는데 누가 갑자기 내 허리를 쿡쿡 찌름 그래서 나는 영화보다가 내가 소리낸건가하고 사과하려 이어폰 뺐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거야
잘못 느꼈나 싶어서 다시 이어폰 끼려는데 갑자기 욕하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어떤 남자가 청소년쪽 통로에 서서 막 중얼중얼거림
욕 섞어가면서 세상이 자기한테 해준 게 없다 나만 못 죽는다 이러는데 손에는 커터칼을 드르륵 거리는 거
근데 내가 이어폰때메 못 들었는지 한참 그러고 있었나봐 주위 둘러봤는데 애들 다 도망갔더라고..;;
나 혼자 구석에다 도망칠 곳도 없는 상황에서 그 남자가 욕하면서 점점 가까이 오는데 진짜 별별 생각이 다 들었음 이렇게 허무하게 죽나싶고 쫄아서 눈 안 마주치려고 덜덜 떨면서 몰래 가족들한테 문자보내고 ㅋㅋㅜㅜ
성인쪽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다들 병먹금하고 있으니까 좀 서럽더라 눈물도 맺히고.. 근데 내가 그 쪽에 있었어도 그랬을 것 같아서 뭐 ㅋㅋ
또라이놈은 점점 가까이 오고 아무도 안 도와주고 그래서 패드로라도 막아야되나..?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남고딩이 문쪽에서 저러니까 병신 소리 듣지하고 존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 거임
그랬더니 남자가 존나 빡쳐서 자기가 왜 병신이냐고 막 그 고딩 쪽으로 다가감 고딩은 계속 지만 지 병신인 거 모른다고 비웃고 또라이는 흥분해서 욕하고..
그 틈 타서 뒤로 몰래 도망쳐나오는데 고딩이 그렇게 나서니까 그때부터 중년남성들이 주춤주춤 나서더라
나중에 들으니까 그 또라이가 고딩한테 물 뿌려서 경찰서 갔대 진짜 찐따새끼였음..
쓰다보니까 길어졌는데 걍 위험에 닥치면 뭔가 알려주는 신호가 있는 것 같음 신기해 ㅋㅋㅋㅋ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그 일보다도 허리 쿡쿡 찌르던 느낌이 더 생생하게 떠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