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논 요 며칠 날씨 너무 더워서 밤에도 기온 잘 안떨어져서 다녹은 버쉬멜로우처럼 축 쳐져서 바닥에만 누워 있었을듯. 버드는 그런 버논만 바라보면서 그냥 같이 누워 있고... 그러다가 오늘같이 비와서 날씨 조금 선선해지면 버논 그제서야 돌아다닐 힘 좀 날 것 같다.


버논 이른 아침에 깨어서 어슴푸레한 새벽빛에 옆에서 잠들어 있는 버드 바라보는데 버드 원래 여기저기 새로운 곳 돌아다니는 것도 주변 산책하는 것도 좋아하는 앤데 날씨 더워져서는 꼼짝 못하는 자기 옆에서 가만히 책만 읽고... 좀 미안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 들었겠지. 그래서 버드 모닝키스로 살살 깨우고 나서 아침 먹는데 버논이 "산책 갈까?"할듯. 그 말 듣고 시리얼에 거의 코박을 기세로 먹고 있던 버드 잠시 멈칫 하더니 "진.. 진짜요?" 하고 눈 동그랗게 뜨고 버논 바라보고 있는데 쫑긋하게 솟은 배꾸귀가 보이는 것 같고 ㅋㅋㅋㅋㅋ 귀여워서 조용히 픽 웃고는 나갈 채비할 것 같다. 


우산 두개 챙기려는데 버드가 빤히 바라봐서 ㅋㅋㅋㅋ 머쓱하게 큰 우산 한개만 챙기고 대신에 버드한테 얼마전에 브랫한테 선물 받은 노란색 우비 입혀줄 것 같음. 그거 보고 버드가 아빠(아님)는 내가 아직도 아기인줄 안다고 툴툴댔었는데 버논이 입혀주니까 또 아무말 없이 잘 입겠지. ㅋㅋㅋㅋㅋ 그리고 버드가 우비보더니 졸라서 버논꺼랑 같이 산 장화도 오늘 처음으로 개시할 것 같음. 같은 모양, 같은 색깔인데 크기만 다른 커플 장화라 버드 신나하면서 "잠깐만요!" 하더니 ??? 하고 있는 버논 앞에 착 서서 "버논 발 모아봐요." 하고 같이 장화신은 발 짠 하고 사진 찍고 좋아하겠지.

그거 가족 단톡방에 자랑하듯이 올리면 브랫 거의 1초만에 제일 먼저 답장하는데 우리 아들(아님) 장화 귀엽다면서 어떤 다른 발은 필사적으로 모른척하고 ㅋㅋㅋㅋㅋㅋ 내가 사준 우비랑 잘 어울릴 것 같다고 같이 입고 찍은 모습 보내달라고 조르는데 버드가 그 메세지 보고 "버논 저 찍어주세요." 하고 포즈 잡으면 버논이 음.. 하더니 엄청 진지하게 서서 앉아서 오른쪽에서 옆에서 무릎꿇고 위에서 막 각도마다 사진 여러장 찍어주겠지. 버드가 "아빠(아님)한테 사진 보내주세요." 하고 먼저 나가는데 버논 답장 안하고 그냥 핸드폰 호주머니에 넣어버릴 것 같음. ㅋㅋㅋㅋㅋ 


큰 우산 하나 펼쳐서 발 내딛으려는데 버드가 안 따라와서 버논이 고개 돌려서 돌아보면 버드 말없이 손만 착 내밀듯. 버논 그거 보고 웃으면서 버드 손 잡고 우산 안으로 땡겨오고... 대문짝문짝 둘이 우산 하나 아래 꼭 붙어서 발맞춰서 산책하는 모습 되게 평화롭고 좋을 것 같다. 버드는 우비 입었는데도 버논이 버드쪽으로 계속 우산 기울고 어깨에 비 다맞고 있어서 결국 버드가 빗속으로 그냥 뛰어가고 저 멀리 물 웅덩이에 풍덩 하더니 "버논!" 하고 해맑게 웃으면서 손흔들겠지. 버논 젖은 땅에 찍힌 버드 장화 발자국 고대로 밟으면서 따라가는데 버드 발자국 위에 자기 발자국이 더 크게 찍혀서 덮여버린게 은근 마음에 들어서 앞에 있는 작은(상대적) 버드 발자국이랑 그거 덮은 자기 발자국이랑 같이 나오게 사진 찍은 다음에 얼른 자기 기다리고 있는 버드한테 성큼성큼 걸어갈 것 같음. 버논 원래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이 있는지도 모를정도로 사진같은거 안찍었던 사람인데 이제는 사진첩에 이런저런 사진들이 한가득일 것 같아.


이날 이후 버논은 이렇게 비오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사실 버드는 날씨가 덥든 춥든 비와서 선선해지든지 상관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냥 버논만 자기 옆에 있으면 되니까.















슼탘 버논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