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맨은 자기방어가 강한 사람이었고 누군가 그에게 날선 말을 던지면 자신도 그렇게 되돌려주는 습관이 있었다. 즉 상대방의 태도가 행맨이 상대에게 보이는 태도와 유사하다는 말이었다.

직업이 군인이고 파일럿이다보니 보통 주변 인물들은 에고가 하늘을 찔렀고 상대를 누르기 위한 기싸움도 빈번했다. 그래서 일단 상대방을 긁어놓고 봤다. 보통은 상대도 맞받아치거나 무시하거나 했지만 상대가 유순하게 굴면 행맨 역시 놀라울 정도로 유순해지곤 한다는 것은 탑건 동기였던 그리고 친한 친구였던 코요테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은 그랬다. 행맨이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그 법칙에서 벗어난 것은 오직 루스터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탑건 작전에 들어가기 전 예비 모임에 그가 올 가능성이 컸고, 행맨은 평소처럼 굴었지만 코요테가 보기에 행맨은 오늘 유달리 예민했다.






코요테는 행맨을 잘 안다. 그의 깊은 곳 밑바닥까지 전부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왜 그렇게 루스터에게 삐딱하게 구는지 딱 그 한가지만은 알 수 없어서 언젠가 만취한 행맨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행맨은 만취하면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잘 했으니까. 이것도 행맨이 친한 코요테 앞에서만 취하곤 했기 때문에 코요테만 아는 버릇이었다.



그때 니가 뭐라고 했더라 제이크.



-알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자식이 아끼는 사람들보다 우선이 될수 없다는 걸.



파병 시절 만난 적이 있다고 했었다. 루스터가 그땐 수병이었고 행맨은 갓 임관한 햇병아리 장교였을 시절. 지금처럼 단단하지 못했던 행맨을 루스터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준 적이 있다고 했다.

그의 다정함이 행맨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행맨은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던 거다.



-내가 그 자식한테 우선이 될수 없다면, 그래서 아무 관계도 될 수 없다면, 그럼 증오로라도 엮이는거지. 그러면 브래드쇼의 그 머릿속에 내가 새겨지지 않겠어?



그런 말을 울것 같은 표정으로 하던 너를 알 턱이 없는 루스터는 너에게 비수를 던졌다.




-행맨, 니가 팀을 이끌면 전부 다 일찍 무덤에 들어갈걸.



루스터가 먼저 가시 돋친 말으로 찔러온 건 처음이었다.


그래 근데. 정말 제대로 찔렸다. 행맨이 가장 아플 말을 제대로 골라서 던졌다. 루스터는 모든 사람에게 다정하지만, 그만큼 무심하기도 했고. 코요테가 들어서 아는 루스터라면 행맨의 어그로는 그냥 흘려넘겼어야했다. 듣기로는 누가 그에게 그렇게 어그로를 끌면 반박도 하지 않고 넘긴다고 했다. 그런 그도 화가 난 상태면 한없이 잔인하게 상대를 공격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지금 이순간처럼.

행맨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 순간을 넘겼다. 저거 분명히 이따가 또 눈 다 빨개질 때까지 울텐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ㅡ












"하비-"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진 거였다. 바 테이블에서 행맨이 만취한 채 코요테를 붙잡고 억지로 웃고 있는 상황이. 여러번 본 모습이었다. 아 얘 곧 울것 같은데.



"얘 술주정이 우는 거냐?"



어쩐 일인지 안돌아가고 근처에 있다가 다가온 루스터와 제게 딱 달라 붙어서 우는지 웃는지도 모르겠는 얼굴을 하다 테이블에 쾅 고개를 박는 행맨. 코요테는 대답없이 행맨의 이마가 깨지지 않았나 살피는데 미간을 찌푸린 루스터가 행맨의 옆에 앉았다.



"제이크랑 싸우지 말고 다른 데로 가지."

"걱정하지마라. 주정뱅이랑은 안싸워."



힐끗 루스터를 보면 페니에게 맥주와 물 한잔을 부탁했고, 루스터는 맥주는 제가 마시고 물은 행맨 앞으로 밀어놓았다. 행맨은 앞에 놓인 물잔을 한참 보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고 말해왔다.



"하비 내가 그 얘기 한 적 있잖아. 나 파병가서 내 주변 애들 다 죽었다고. 동기가 재도 남기지 못하고 산화했다고. 걔가 남긴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제이크. 잠시만- 지금 너 옆에-"

"전투기 모는 애들도 죽고 하다못해 부상자들을 수송하는 헬기를 몰던 애들도 다 죽었어. 하도 미사일이랑 rpg를 쏴대서 나까지 지상으로 내려갔잖아. 그때 내가 소대 하나를 맡았는데 작전대로 진입하던 순간에 나랑 같이 들어갔던 내 밑에 애들 머리가 없어졌더라고. 나만 지하로 떨어져서 살아남았어. 맞아. 내가 팀리더가 되면 우리팀은 무덤행일거야."



이 얘길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루스터의 입가가 비뚜름해졌다. 코요테는 행맨의 입을 다물게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행맨의 녹색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하.. 그때도 매번 술마시고 안보이는 데 틀어박혀서 이렇게 울더니."

"..루스터."

"실컷 달래줘도 다음날만 되면 없던 일처럼 굴고. 따먹고 버린건 그쪽이면서 나만 나쁜 새끼 취급이야. 아주 나만 개새끼지."

"루스터.. 얘 이정도로 술마시면 필름 끊겨."

"...뭐?"

"진짜 기억 못한거라고."

"그 세번을 다?"

"세번이나 했어???"



놀라 눈이 커다래진 코요테에게 손을 내저으며 앓는 소릴 낸 루스터가 그땐 파병지였고 아침엔 당연히 분대로 돌아가야하니까 두고 간거였다고 중얼거리는데 행맨이 고개를 들어서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루스터를 보더니 손가락질을 해댔다.



"몇년만에 봐놓고 한다는 말이 뭐? 좋아보여? 씨발 좋아보였어 내가? 나쁜새끼가- 너한텐 씨발 다 똑같지? 나나 하비나 피닉스나 다 똑같잖아."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면서 뭐라고 말해대는 행맨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루스터가 행맨을 가볍게 들쳐업고 일어났다.



"내가 데려갈게."

"어디로?"

"내 관사. 아침에 같이 있으면 뭐라도 달라지겠지."



루스터가 이거 놓으라고 손을 휘적거리는 행맨의 엉덩이를 한대 내리치더니 곧 잠잠해진 행맨을 데리고 하드덱을 나섰다. 코요테는 지금 루스터에게 행맨을 맡기는 게 잘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서 앞에 놓인 위스키를 들이켰다. 꼬여버린 관계가 풀려서 부디 이제 제 친구가 우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행맨 대사 카메론 대사 인용함




루스터행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