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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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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가 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저새끼는 페리가 아니다.

바비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누가 왜 그렇게 느꼈냐고 물어온다면 딱히 설명할 말이 없다. 페리의 외향이 변했다거나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한다거나 하는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페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무언가)를 노려보다가도 "뭐?"하고 물어오는 그 얼굴에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냥.. 그냥 바비는 알 수 있었다. 페리와 알게 된지 13년, 그리고 같이 살을 부대끼고 산지는 무려 8년이었다. 저게 뭐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아무리 하루가 멀다하고 싸워대고 서로를 할퀴고 상처내었어도, 그자식은 내 개새끼였으니까.







바비가 그 미묘한 변화를 느낀건 어느 평범한 아침이었다. 무언가 자신의 볼을 간질거리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페리가 있었다. 가끔 이렇게 늦게 일어날 때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때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도 어느날처럼 전날의 여파로 다 갈라진 목소리로 '뭐 구경났어?'하고 평소와 같이 받아치려고 했다. 그러면 페리는 '아침부터 싸가지 없는놈 구경한다 왜.'하고 볼을 한번 툭 치고는(씨발 내가 강아지야 뭐야) 드레스룸으로 휘적휘적 걸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바비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저 눈... 투명하게 바비가 비치는 따뜻한 푸른 눈동자와 그 안에 담긴 묘한 그리움 그리고 애틋함. 바비는 얼어버린듯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곧 닿아오는 입술에 바비는 더 혼란스러워 꼼짝할 수 없었다. 키스하기 전 먼저 입술을 축이고나서 숨을 불어넣듯 입을 여는 습관은 바비가 알던 페리 그대로였지만 그 태도가 너무 조심스러웠다. 마치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유리잔을 쥐는듯한 그 손길. 페리가 떨어지기 아쉽다는 듯 몇 번 볼을 지분대더니(뭐?) 일어나 드레스룸으로 사라질때까지 바비는 일어난 자세 그대로 숨만 몰아쉬었다. ...뭐야? 쟤 누구야?







바비는 그 날 이후 온몸의 신경을 페리에게 곤두세웠다. 신경 세포 하나 하나에 경계 경보가 울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이상하도록 애틋하고 조심스러웠던 그 한번의 키스 이후에 페리는 평소의 페리로 돌아온 듯했다. 아침에 먼저 일어나 간단하게 커피를 내리고, 드레스룸에서 바비가 입지 않을 바비의 옷까지 정성스레 챙겨놓고, 도련님같은 얼굴로 지루한 교통체증에 살벌하게 욕을 내뱉으면서도 안전 운전을 하고, 이웃들의 인사에 능글맞게 바비의 허리를 감싸며 농담을 하고, 툭툭 시비를 걸고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오면 남편 두고 어딜 나돌아다니냐며 성질을 돋구고. 그렇지만 바비는 자신을 바라보는 페리의 시선에 문득 문득 이질감이 들었다. 











*



안그래도 예민한 신경이 매일 닳아갔다.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면 괜찮으려나. 하지만 바비의 주변에는 이런걸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타고나기를 인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인간이 얼마만큼이나 차가워질 수 있는지 남에게 어떻게까지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뼈져리게 경험한 이후로는 더더욱 그 어떤 사람도 믿지 않았다. 바비의 좁고 좁은 울타리 안에는 오직 동생들뿐이었다. 그래도.. 낯선 사람에게 먼저 날부터 세우는 바비이지만 그나마 물렁했던 대학 시절에는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이 몇 있었다. 시간이 맞으면 밥을 먹기도 하고 같이 실없는 농담도 주고받는 그런 친구들. 그렇지만 페리가 입학하고 둘의 답없는 연애에 그나마 바비 옆에 있던 한 줌 같던 친구들도 질린 얼굴로 달아나버렸다. 어휴 너네끼리 잘먹고 잘살아라. 제발 너네끼리만. 결론은 이런 내밀한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 없다.


페리와 종종 다니던 클리닉의 상담사는 어떨까.
"네, 또 무슨 문제로 오셨죠?"
"남편이 눈을 착하게 떠요."
당장이라도 검사를 받아보자고 할 것이다. 페리에게? 아니 나에게. 난 미치지 않았다고. 패스.


바비 라이트 인생 뭣같이 살았네. 새삼 그 자식 말고는 주변에 남은 사람이 없다는게 느껴져서 또 마음 속으로 욕을 한바탕 쏟아내었다. 이 모든 고민과 파탄난 인간관계의 원인인 그 개새끼. 






결국 바비는 한숨을 쉬며 동생들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동생들에게는 더더욱 걱정 끼칠만한 말은 입밖으로 죽어도 꺼내지 않는 바비이지만, 이미 한계까지 치밀어 오른 답답함과 끝까지 치달은 신경줄 속에서 자꾸만 동생들의 말간 얼굴이 절실해졌다. 버드의 뜨끈한 몸을 꼭 안고 아무 생각 없이 잠들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한숨같이 치밀어 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척 이야기를 꺼내보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바비는 고민하다 네이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형..? 형부가 또 뭔짓 했지? 어디야?"하는 목소리와 무언가 철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비는 아니라고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보고싶어서 전화했다고 네이트를 한참이나 진정시켜야 했다.

그럼 케니는..
"바비형? 무슨일... 아 형사님 아니 야 티라노!!! 너 거기서!!!!"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얘 살기도 바빠보여 더이상 말할 수 없었다. 그저 힘내라고 응원하며 전화를 끊었다.

마지막으로 랜스에게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며 둘러대고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거잖아? 그럼 둘만 아는 추억같은걸 꺼내서 떠봐. 알고 있으면 그 사람이 맞고 모르면 아닌거지."
"둘만의 추억?"
"응 그런거 있잖아 둘이 정한 세이프워드라던지, 유독 만져주면 좋아하는 고..ㅅ"
"랜스!!"
"아 깜짝이야! 형아 나 귀 예민하단말야 갑자기 그렇게 소리 지르면 어떡해."

툴툴대는 랜스에게 밥 잘 챙겨먹고 옷도 좀 잘 챙겨입으라고 한바탕 잔소리를 하고 끊은 후 지끈대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한참을 그렇게 꾹꾹 머리를 누르고있다보니 랜스가 한 말이 귓가에 다시 맴돌았다.







둘만 아는 추억? 그딴게 있을리가 없...


처음 만난 이후 계속 눈길이 따라붙는걸 무시했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아르바이트 교대를 하고 나온 바비에게 뜬금없이 코스 요리를 예약해놨다며 데이트 신청도 꼭 자기처럼하던 그 아이.


아니.. 그딴게 있을리가...

도서관에서 나와 바비가 끼니를 해결하던 학교 앞 단골 포장마차로 향하면 졸래졸래 따라와서 "이런게 좋아요? 입맛도 참."하면서 궁시렁거리더니 지갑에서 당당하게 수표를 꺼내 내밀다가 퇴짜맞고 결국 바비가 계산을 하게 되었을 때 답지 않게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던 그 표정. "예쁜만큼 까칠한건 알겠는데. 정도껏 밀어내요. 아무리 예뻐도 너무 많이 밀어내면 매력없어." 하다가도 "근데 선배 얼굴이면 평생 밀어내도 용서될듯."하고 웃던 그 낮은 웃음소리. 바비가 쓰려졌을 때 응급실 베드에 누워 겨우 눈 뜬 바비에게 "선배, 너 진짜 손 많이 간다."하면서도 바비가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처럼 바비의 손을 꼭 쥐어왔던 그 손길도. 


그딴게 있을리가 없어야 하는데...
눈을 감았다 뜨면 자꾸만 그 애의 목소리가 표정이 웃음이 끝없는 밀물처럼 밀려 들어와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



저녁시간, 페리가 샤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바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추억? 그래 뭐 그 자식이랑 추억이 있다고 쳐.. 그치만 그걸 저자식 앞에서 '기억나니..?'하고 입밖으로 꺼내는 전남친같은 짓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일이었다. 생각만해도 얼굴에 열이 오르고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바비는 자신이 제일 잘 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페리 라이트 열받게 하기.

바비는 목덜미 여기저기를 힘껏 꼬집고 손목을 세게 잡아 자국을 남겼다. 팔 안쪽을 세게 물어 대충 잇자국 같은것도 남기고. 아릿한 고통 속에서 지금 내가 뭘하고 있나 잠시간 현타가 왔지만 더이상 이렇게 신경을 갉아먹으며 살아갈 순 없었다. 오늘 뭐든 끝장을 볼 것이다. 

자국이 잘 남는 피부는 금방 얼룩덜룩해졌다. 누군가와 거칠게 한바탕 뒹굴고 온듯이. 
그리고 페리 라이트는 이걸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뭐야?"
"뭐가?"
"이거.. 이거 뭐냐고."

일부러 와이셔츠 단추를 푸르면서 이제 막 씻고 나와 나이트 가운을 걸치는 페리 옆을 지나쳤다. 순간 바비의 목덜미에 발간 무언가를 확인한 페리가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손목을 잡아 목가를 홱 젖혔다. 눈도 좋은 새끼. 바비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이제 이게 '페리처럼' 화를 내는지 확인해야했다.





"뭘?"
"...누구야?"
"대체 뭘 말하는... 아 이거? 네 짓인가보지. 네가 잘하는 짓이잖아. 니 좆대로 휘둘러서 내 몸에 흔적 남기는거."
"바비 라이트."
"왜? 또 때리게?"
"말해. 누구 짓이야?"
"말했잖아.. 네놈 짓.."
"누구야 대체. 들킬것 같아서 말투는 그자식 따라했는데 차마 손찌검은 할 수 없어서 애써 참고 참았는데 보고만 있기에도 아까운 사람을.. 감히 누가 이랬..! ....헙."

화가 치밀어 오른 페리가 흥분하며 마구 쏟아낼때까지만해도 아무 생각 없이 페리의 분노를 받아내려 준비하던 바비는 페리가 무언가를 깨닫고 스스로의 입을 막아내자, 위화감을 느꼈다. 방금 좀 이상한 말이... 그리고 둘 사이에 정적이 생겼다. 1초가 10분같은 흐르는 시간이 지나고 페리가 바비의 시선을 피하며 눈을 슬쩍 돌렸을 때, 바비의 머릿속이 빵하고 터졌다.


"..들킬 것 같아서..?"
"..."
"그자식..?"
"그게..."
"뭐야 너 누구야?"
"...."
"너 페리 라이트 아니지. 이새끼 너 누구냐고!"

눈을 형형햐게 뜬 바비가 마치 옆집 웬수 강아지를 눈 앞에 둔 고양이처럼 날을 세우며 컁컁대며 몰아붙이자 페리는 크게 당황하더니 바비의 기세에 뒤로 주춤주춤 밀려나다가 소파로 풀썩 넘어졌다. 바비는 때를 놓치지 않고 그 위로 올라타며 가운의 멱살을 쥐고 정신없이 탈탈 털어댔다.



"아 이게.. 잠깐..만.. 그러다가 다쳐... 알겠.. 알겠어요. 다 말할게. 말할게요!"

페리 입에서 결혼후엔 들을 수 없었던 존댓말과 낯선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눈빛이 순둥해졌다. 자기 위에 올라타서 씨근덕대는 바비가 금방이라도 떨어질까봐 안절부절 못하며.

뭐야.. 진짜 너 누구야...?























슼탘 페리바비








 
2024.05.15 22: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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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회귀했나 했는데 진짜 페리가 아니었네 누구여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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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2:36
ㅇㅇ
아니 센세 이러고 끝내면 붕키 울어ㅠㅠㅠㅠㅠ 갑자기 정신차린 페리, 회귀한 페리가 아니란 말인가 누구지? 그럼 진짜 페리는 어디로 갔지? 센세 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f24]
2024.05.15 22:42
ㅇㅇ
모바일
아니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존나 궁금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217]
2024.05.15 22: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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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어디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바비 말은 저렇게해도 페리 존나 잘알
[Code: f217]
2024.05.15 22:43
ㅇㅇ
모바일
당장 어나더가 시급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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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2: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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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미쳤다 금손센세…..….저 무릎꿇었어요 심장떨린다 시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로맨틱코메디의 도입부를 보고 있습니다…아무리 개새끼라고 이를 득득 갈아도 그새끼는 내새끼라서 페리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바비 개웃기고 존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하던짓 하니까 더 불안해하는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나더만 기다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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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3:14
ㅇㅇ
페리쉑 어떻게 된거야 링컨영혼 들어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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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3: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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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시작부터 개존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중에 탄창부터 채우시는 중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페리쉑 아직 살아있는게 기적이네…대체 누구랑 바뀐걸까 궁금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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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00: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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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야 페리는 어디갔어 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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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0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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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자밓어요ㅜㅜㅜㅜㅜㅜ링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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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01: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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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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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17:10
ㅇㅇ
어나더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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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 23: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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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개존잼...진심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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