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비는 광한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걸 느꼈음
자상하긴 해도 마냥 유순한 성격은 아니었던 광한이라 제 착각인가 싶기도 했지만 저를 빤히 쳐다보다가도 눈을 내리깔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게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지





...


...왜?





...됐다. 내가 뭘 바라냐


내가 뭐 또 잘못했어?





아니. 그냥 내 잘못이야. 아닐거 알면서도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었던 내 잘못. 그러니까 신경쓰지마


...? 어, 뭐, 그래...





어, 뭐, 그래란다. 하이고, 내 팔자야.



꿀같은 주말을 눈칫밥이나 먹으면서 보내게 생긴 허니비는 티비를 보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형형한 시선에 등골이 다 서늘해져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향했음

'뭐지. 도대체 뭘까'

본인 지갑에 손댄걸 알았나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던 동기랑 메세지한걸 봤나
그것도 아니면 친구가 소개팅 빵꾸 좀 메워달라는걸 들었나 아니 근데 그건 내 잘못이 아니지!

평소 광한이 하지말라는 짓만 골라했던 허니비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이 광한을 화나게 한건지 알 수가 없었음
원인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지

'말 진짜 안듣는다, 너'

장난식이긴 했어도 광한이 평소 자주했던 말을 떠올린 허니는 다운된 기분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는 침대에 발라당 누워버렸음



-



그대로 깜빡 잠이 들어버린 허니는 밤인지 새벽인지도 모를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눈을 떴음
자고있을 동안에는 몰랐던 갑갑함에 얼굴밑으로 이불을 끌어내린 허니는 숨막힘의 원인이 두터운 이불때문만은 아니었다는걸 그제서야 알았지

하루종일 까칠하게만 굴더니 저를 꽉 껴안은채 고요하게 눈을 감고있는 잘생긴 얼굴을 보자마자 가슴이 기분좋게 둥당거린 허니는 반듯한 입술 위로 조금 까칠하게 올라온 수염을 더듬거렸음





...언제 깼어


화난것같더니





맞아. 괘씸해가지고


근데 왜? 나 뭐 잘못했지?





너는 어떻게 우리 만난지 5년된 날을 까먹냐


...미쳤나봐 진짜 화날만했네





화낼만했지? 난 일주일 전부터 뭘 어떡해야하나 설레서 잠도 못잤는데


...그래도 오빠도 아무것도 준비안한것 같으니까 쌤쌤하자, 우리


그 말에 살풋 미소지은 광한은 덧붙이는 말없이 허니의 손을 움켜쥐고 눈 앞으로 옮겨놨겠지
허니의 네번째 손가락에는 생전 처음보는, 잡지 속에서나 볼법한 프러포즈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음





5년쯤됐으면 이제 결혼해도 되는거 아닌가
나 더 기다려?




허광한너붕붕




수정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