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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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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기적으로 오던 편지가 끊겼다. 그건 공군 파일럿이었던 네가 작전 장교라는 직함과 함께 영국으로 떠난 지 6개월만에 일어난 일이었고, 내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 임신 소식을 담은 이후였다.

너에게서 오던 편지는 많은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고 달콤한 말도 잘 없었지만 나는 그 편지를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친구'라는 정의 말고 뭐라도 더 생긴 것만 같아서. 

'존 이건은 펜팔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래, 그런 말을 듣는 너에게 편지를 쓰게 만드는 내가 뭐라도 된 것만 같아서.

뭐, 그래봤자 이것 또한 다 끝난 이야기였다. 내 저번 편지를 마지막으로 너에게서는 더 이상 답장이 오지 않았으니까. 

후회가 밀려오냐고? 당연하지. 존나게 밀려온다. 그냥 닥치고 있을걸. 임신 그거 어차피 5개월을 숨겼는데 더 못 숨길 이유가 어디 있다고 그걸 밝혔는지. 애초에 임신한 것을 알아채고 낳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너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강요할 생각조차 없었다. 

네가 영국으로 떠나기 바로 전 날, 기억의 시작부터 친구였던 나와 잔 것은 그야말로 충동적인 행동이었을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좋았다. 오랜 짝사랑에 대한 보담을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답변을 바라지도 않고 보냈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았을 때는, 정말로 내가 존 클라렌스 이건의 연인이라도 된 줄 알았다.

물론 착각이었다. 그리고 그 착각에 대한 결과가 지금이었다. 존 이건에게서 오던 편지의 부재. 그 착각 속에 빠지면 안 됐다. 네 아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히면 안 됐다. 그냥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네 친구로 남아있었으면 연락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었을텐데.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한 후회를 목구멍 뒤로 삼켜냈다. 먹은 게 없는데 자꾸만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 그게 과연 내 입덧 탓인지, 아니면 후회 때문에 목구멍에서 울렁거리는 신물 탓인지 알 수 없었다.



2.

"브레멘 임무 전에 편지로 청혼했었어."
"...그래?"
"...그리고 마지가 승낙했어."


모두가 잠든 시각, 게일이 조용하게 마지에게 청혼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말에 머릿속에 애써 지워냈던 허니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어쩌면 아까 낮에 편지들이 도착했을 때 조금 기대했던 것 같았다. 저 많은 편지들 속에 혹시라도 나에게 도착한 허니의 편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기에 허니의 편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별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게일이 마지에게서 편지를 받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친구가 받은걸 내가 받지 못 했다는 사실에 기분 나빠하는 애같은 마음이 자꾸만 머릿속을 채웠다.

괜히 마지막으로 보냈던 편지를 곱씹어보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었던 편지.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언제나처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담았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대원들 중 25번째 임무를 채운 다이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적었고, 괜히 나는 20번째를 채웠다는 말로 어쩌면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를 조심스럽게 담아냈다.

그리고 편지 끝에 보고싶다는 말을 적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괜히 연인 사이에나 할 법한 말이라 그만둔 것이었다. 내가 영국으로 넘어오기 전 날 밤, 우리 둘 사이에 '친구'라는 정의 아래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너와 내가 연인이 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조금 특별한 사이가 됐다고 믿기는 했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그럼에도 보고싶다는 그 간단한 말을 적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애매한 선을 중간에 그어놓고 넘어가기를 두려워하는 너와 나를 보며 혹시라도 내가 먼저 그 선을 넘었다가 거절당할까 두려웠나. 


"너는?"
"뭐가?"


게일의 말에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자, 게일이 먼저 내게 물어왔다.


"너는 허니한테 청혼 안 할 거야?"
"...허니는 내 친군데?"


'친구'라는 단어를 뱉기가 조금 어려웠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을 그 단어가 왜인지 목구멍에 걸렸다가 어렵사리 흘러나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게일은 내 대답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피식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 허니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잖아."
"..."
"속일 사람을 속여라. 내가 너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나 조차도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는 내 마음을 게일이 단정짓고 있었다.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게일의 모습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3.

드디어 종전이었다.

평생 이어질 줄만 알았던 수용소 생활도 드디어 끝났다. 중간에 게일이 먼저 빠져나가 혼자 남았을때는 정말 매일이 평생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돌아오고 보니 몇 개월이었다.

오랜만에 비행을 하고 돌아온 게일의 마중을 나가며 마치 어제 만났던 친구들처럼 익숙하게 인사를 했다. 


"아 그리고 전해줄 게 있어, 버키."


한참 악수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말을 하는 게일의 말에 나도 모르게 '응?'하는 의문을 표했다. 전해줄 것? 잠깐 곰곰히 고민해봐도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본 게일이 킥킥 웃더니 입고 있던 무스탕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애들이 이걸 어디에 둬야할지 엄청 고민했대. 관물대에 같이 넣어야할지, 고민하다가 내가 오니까 일단 나한테 전해주더라."


조금은 길게 이어지는 설명과 함께 건네진 것은 얇은 종이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편지였다. 그리고 나는 그 편지를 펼쳐보지 않아도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 전까지만 해도 몇 번이나 봐 왔던 익숙한 손글씨체였으니까.


"허니가 답장을 꽤나 오래 기다린 게 아닐까 싶은데."


이어진 게일의 말에 대답을 할 생각도 하지 못 하고 건네진 편지를 손에 쥐었다.

허니에게서 온 편지였다.



4.

출산의 고통은 정말이지 시발이었다. 첫번째는 모르니까 겪었지 두번째는 도저히 겪을 엄두가 안 났다. 뭐, 이렇게 말해도 존 이건은 아직도 영국 어딘가에 있거나 아니면 머릿속에서 '허니 비'라는 존재를 지워버린 채로 살아가고 있을테니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애라 그런지 예뻤다. 임신 사실을 알고 애를 낳기로 마음을 먹고 심지어 애를 낳기 직전까지도 모성애가 생기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까지 하던 나였음에도 말이다.

물론 어떤 이의 말마따라 아이를 보면 고통이 다 잊혀지고 눈 앞에는 예쁜 무지개와 유니콘이 뛰어다니며 세상이 아름다워보이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는 예뻤다.

아직도 출산의 고통을 생각하면 더럽게 고통스럽고 최근에 종전을 하기는 했지만 경제는 아직도 나빠서 하루하루가 살아가기 힘들지만 아이가 있으니 조금 힘이 나는 것도 맞기는 했다.

아이는 정말이지 제 아빠를 똑 닮았다. 분명 배 아파서 낳은 것은 나임에도 내 유전자는 어디로 갔는지 아직도 의문이었다. 그나마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증거가 되는 것은 존의 성인 '이건'이 아닌 내 성인 '비'를 썼다는 것 밖에 없었다.


"마마!"


1살이 이제 막 넘어간 아이는 잘 걷고 잘 말했다. 최근들어서는 걷는 속도도 빨라져 온 집 안을 누비는 것도 부족해 집 앞 마당까지도 달려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하루 중 오후가 되면 집 앞 마당에서 이리저리 달려다니는 시간이 된 것임을 알고 나에게 다가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그 모습에 나는 이내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오지 뭐.

그리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손을 뻗어 대문을 연 순간, 나는 목석이라도 된 것 마냥 몸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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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허니."


당연히 아직도 영국에 있을 줄 알았던 존 이건의 얼굴이 내 집 앞에 있었으니까.

어색하게 인사를 한 네가 문고리를 잡지 않은 다른 손을 따라 내려가 그 손을 맞잡은 아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혹시... 저 아이가... 내 아이야?"









마옵에너붕붕 존너붕붕 칼럼너붕붕
2024.05.25 11: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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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존 빨리 닦개해라...!
[Code: 8f02]
2024.05.25 11: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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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앙 좋아서 콧구멍이 벌름거렼ㅋㅋ큐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친구충에 엇갈림에 임신육아 ㅠㅠㅠ 어서 닦개하고 연애하고 결혼해!!! 어나더!!!!!
[Code: fb28]
2024.05.25 11: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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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허니야 존이 모른체한게 아냐 쟤 죽을뻔했어ㅜㅜ 이미 애도 있고! 서로 사랑하고!! 이제 결혼해야지!!!
[Code: 9c9f]
2024.05.25 12: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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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에서📸
[Code: 9dc6]
2024.05.25 1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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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 대작의 시작📸✨✌️
[Code: e8fd]
2024.05.25 14: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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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같이 잘 살아 육아도 하고
[Code: 792e]
2024.05.25 18: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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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요오오오오오오옷 찾았다 내센세
[Code: bc44]
2024.05.25 21: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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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337d]
2024.05.25 23: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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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a924]
2024.05.26 03: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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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가 절실합니다 ㅜㅜㅜㅜㅜㅜ
[Code: bf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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