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더 잃을 것은 없다. 나는 나 자신을 되찾아야 하며, 나날이 심해져가며 나를 괴롭히고 있는 이 증상들을 끝장내야 한다. 나의 정신 상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14년간이나 계속되었다.
그 14년은 눈물 범벅이 되고, 실신하고, 절규하고, 고통에 몸을 비틀며, 시간의 흐름을 한 방울 한 방울 거슬러 올라가서, 나를 파괴한 것을 떠올리고, 침묵하고, 어린 꼬마로서, 그리고 청소년기의 소녀로서 마음 속에 품었던 모든 것, 나를 괴롭혔던 모든 것을 더듬거리며 설명하는 데 보낸 세월이었다.
불운했던 그 오랜 날들 때문에 치른 고통의 기간이었다.
피카소 때문에 말이다.




*****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절망에 빠뜨릴 권리가 위대한 예술가들에게는 있는가? 절대를 추구하는 그들의 행보에는 무자비한 권력 의지가 불가피한 것일까? 그들의 작품이 제아무리 찬란할지언정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킬 만한 가치가 있단 말인가?
나의 가족은 저 천재가 쳐놓은 덫에서 한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해나가는 데 타인의 피를 필요로 했다. 나의 아버지, 오빠, 어머니, 할머니의 피와 나의 피, 그리고 한 인간을 사랑한다고 여기며 피카소를 사랑한 모든 이들의 피를.
나의 아버지는 그의 폭정의 굴레 아래에서 태어났으며, 그에게 속고 실망하고 비천해지고 망가진 채 그로 인해 죽었다. 냉혹하게도.
그의 가학 취미와 무심함의 노리개가 되었던 오빠 파블리토는 스물넷의 나이에 락스를 마시고 자살했다. 식도와 후두가 타버리고, 위가 파괴되고,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는 모습으로 피범벅 속에 누운 오빠를 발견한 건 나였다. 앙티브의 퐁톤 병원에서 서서히 죽어간 그 90일 동안 오빠의 손을 잡아준 것도 나였다. 락스를 마심으로써 오빠는 고통을 끝장내고, 자신을 기다리는 암초들을 무력화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 암초들은 나 또한 노리고 있었다. 피카소화시키려 했던 것이다. 피카소의 이름을 가진 우리는 우롱당하는 희망의 소용돌이라는 덫에 걸린 사산아들이었다.




*****
이 아래의 문단은 위에서 언급한 오빠의 자살을 다룬 구절임




“(...) 피카소 제국은 네가 의학을 공부하는 걸 거부했어. 피카소 제국은 네가 그 비참한 일을 하도록 만들었어. 피카소 제국은 네게 모든 문을 닫았어. 그런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돼. 그래서 있잖아 마리나... 나는 마지막 가출을 했어. 너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가출을 한 거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 그들에게 딱 들어맞는 행동이었어.”
“제발 그만해, 파블리토!”
“난 우리의 모든 고통을 안으로부터 폭발시키고 싶었어. 이제 그들은 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야. 이제부터 그들은 너를 돌볼 거야. 적어도 여론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야.”




의학은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피카소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이 떠들썩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온갖 잡지들에는 온통 오빠의 죽음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아니, ‘피카소 손자’의 죽음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그의 이름은 파블로였습니다. 그의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파블로였습니다.”
오빠는 마침내 자기 이름을 사용할 권리를 가졌다. 죽어서 찾은 이름이었다.







이외에도 천재 예술가 할아버지에게 어려서부터 받아온 정신적 학대가 여실히 들어나있어서 읽으면서 너무 괴로웠음
단순 피카소 외에도 아들만 찾고 딸은 냉대하는 어머니와 수많은 할아버지의 애인들 등 저자를 힘들게 한 요소들이 많더라

갠적으로 제일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피카소가 지 아들이 생활비를 빌리기 위해 손자손녀를 데리고 방문하면 애들에게 항상 간식을 쥐어줬는데 그 간식 이름의 뜻이 거지였던거..... 혐성 무슨일임 시발


책 제목은 마리나 피카소가 쓴 <나의 할아버지 피카소>
2024.04.30 06: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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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악행 관련해서 해나 개즈비 넷플 스탠드업 코미디 보면 잘 나와있는 부분 있음 ㅊㅊ함
[Code: e577]
2024.04.30 07: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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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1카소는 알면 알수록 좀 그래.. 이제 그림도 곱게 안보이는 지경에 이름..
[Code: 83f1]
2024.04.30 07: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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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었는데 애초에 이혼안해준 게 재산 안주려고 그런거라서 정말 최악이더라
[Code: 78e7]
2024.04.30 13: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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묺 <나의 할아버지 피카소> ㄷㄱ
[Code: cd5e]
2024.04.30 14: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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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창놈새끼가
[Code: 0467]
2024.05.01 14:48
ㅇㅇ
모바일
묺 <나의 할아버지 피카소> ㄷㄱ
[Code: 08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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