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천화처럼 이연화 해독할 수 있는 약초가 있는데, 형질을 바꾸는 부작용이 있어서 떨떠름해하던 이연화와 그런 게 뭐가 중하냐 하던 주변사람들이 우당탕하는 게 보고싶다
본편 이후 시점으로 ㅅㅍㅈㅇ 다병연화 비성연화






살기가 물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두 명의 기척이 아니었다. 이연화의 주변에 섰던 백천원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칼자루를 잡았다. 적비성과 대치하던 청년이 대경실색했다. 자신이 소동을 피운 탓이라 착각한 모양이었다.

"아니, 내 잘못이 아니오! 난 떠나려고 했는데, 저 자가 괜히 시비를 걸어-."

남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후보들 뒤편의 입구에서 폭음이 울렸다. 뇌화탄 몇 개가 터지면서 난 소리였다. 사람들이 놀라 돌아보았다. 

검은 연기 너머에서 흉흉한 인영 수십이 나타났다. 지붕 위로도 시커먼 옷을 입은 자들이 까마귀 떼처럼 일제히 드러나, 비도와 화살 등의 병장기를 꺼내 들었다. 이연화가 눈썹을 살짝 들었다. 제대로 거짓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인데, 생각보다 많은 물고기들이 걸린 참이었다. 문 너머에서 밀고 들어온 이들 중, 선두에 섰던 사람이 외쳤다.

"우리는-."
"남윤의 원수를 죽이러 왔다든가, 각 방주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든가 뭐 대충 그런 거지요? 천기산장에서도 어깃장을 놓더니, 그대들은 남의 혼사에 끼어들기를 참 좋아하나 봅니다."

그 외침을 끊고, 이연화가 옅은 미소와 함께 천연덕스럽게 건넸다. 말을 빼앗긴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천기산장에서도 못한 일을 오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 군자의 미덕이거늘, 다들 군자는 못 되겠네요." 이연화가 한 손을 느슨하게 뒷짐 진 채 말하자, 남자는 이를 악물고는 언성을 높였다.

"모두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싸워라! 복수하기 전에는 귀신이 될 자격조차 없다!"

쩌렁쩌렁한 대답이 백천원을 울렸다. 귀신은 그냥 되는 거지, 자격이 필요한 게 아닌데. 이연화는 조금 심드렁하게 생각했지만, 그 눈동자는 기민하게 상황을 살폈다. 이것이 정말 마지막 수인지, 마지막 수를 가리기 위한 눈속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쳐들어온 자들의 수준을 보면 그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터였다. 석수가 날카롭게 외치며 땅을 박찼다.

"어리석은 놈들, 이곳은 백천원이다! 제발로 감옥에 기어들어가려 왔구나!"
"백천원, 객들을 보호하고 적을 제압하라!"

기한불이 우렁차게 외쳤다. 백천원 사람들은 절도 있는 대답과 함께 달려나와, 적과 후보들 사이에 버티고 섰다. 무공에 일가견이 있는 후보들이 자신들도 싸우겠다 했으나, 운피구는 그들을 향해 예의바른 투로 이야기했다. "이런 날 객들의 손에 피를 묻히게 한다면, 문주의 혼사를 추진한 백천원의 체면이 어찌 되겠습니까? 정히 수세에 몰린다면 부탁드릴 것이니, 지금은 안심하시고 상황이 정리되길 기다리시지요." 다소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후보들은 잠시 이연화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방어선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물론, 적비성은 누군가의 말을 들을 자가 아니었으므로 이미 모습을 감춘 채였다. 이연화가 눈을 굴리며 적비성의 존재감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네 비풍백양은 너무 눈에 띄니, 조용히 지붕에 있는 적만 처리해 줘. 상대의 답이 느껴졌을 때, 이연화는 그만 피식 웃었다. 해본 적은 없었지만, 코웃음도 전음으로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높은 곳에서 전황을 지켜보다, 이연화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아무래도 상대가 가진 모든 힘이 집중된 일격은 아닌 듯했다. 상대는 동귀어진을 각오하며 몸을 던지는 반면, 백천원 사람들은 살초를 마구잡이로 펼치지 않았다(죽은 자는 심문하거나 감옥에 넣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가 팽팽해 보인다는 점에서, 저들 중 딱히 실력이 뛰어난 자는 없었다. 적의 고수들 중 대부분이 황궁에서 잡히거나 죽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 흐름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주축에서 다소 벗어난 세력이거나, 눈속임용 소란일 가능성이 높겠군. 이연화는 내심 결론을 내리며 팔짱을 끼었다. 힐끗 쳐다본 지붕에서는, 각종 화살과 독침 등을 쏘아대던 적들이 하나하나 픽픽 사라지고 있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그들을 누군가가 뒤에서 끌어내리거나 강력한 일검으로 베어버린 탓이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마치 일렬로 쭉 세워놓은 책이 차례차례 쓰러지는 듯했다. 너무 튀지 않을 정도로만 하라고 전하려다, 이연화는 문득 미간을 좁힌 채 시선을 돌렸다. 

한 개의 뾰족한 바늘 같은 살의가 느껴졌다. 그 진원지는 바로 코앞이었다. 

방어선 뒤에서 보호받던 후보들 중, 한 남자가 품에 손을 넣은 채 빛살 같은 경공을 펼쳐 다가오던 참이었다. 그 눈동자가 적의와 절박함으로 번득였다. 주위의 다른 후보들이 놀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연화는 그리 당황하지 않았다. 자신의 감각에 걸린 시점에서, 이미 기습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경공으로 대충 피하다가 방다병을 불러야지. 이연화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리로 힘을 집중했다.

"이 문주!"

다급한 부름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이연화는 자신의 앞을 무작정 가로막으며 나선 자를 당혹해 바라보았다. 면식이 있는 청년이었다. 

추영인이 무공을 아는 사람이었다면, 이연화는 그대로 손을 놓고 있었을 터였다. 이런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 따위를 내보일 마음은 전무했다(이연화는 이 공개 혼사에 아무 의지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계획에 다시 털레털레 나타난 청년을 다치거나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이연화는 내심 혀를 차며, 지체하지 않고 손을 뻗어 머리장식을 뽑았다. 이미 적의 사정거리에 뛰어든 추영인을 구하기 위해서는 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추영인과 이연화를 향해, 자객은 품에서 꺼낸 암기를 힘차게 뿌렸다. 

네 개의 암기가 눈앞으로 날아왔다. 이연화는 네 개의 암기를 모두 피하려 들지 않았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한 손으로 추영인의 뒷덜미를 잡아 끌어당기며, 이연화는 다른 한 손의 머리장식에 강한 내력을 불어넣어 그대로 던졌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형상을 닮은 머리장식은 맹렬한 바람을 두른 채 쏘아져, 그 기세로 네 개의 암기를 허무하게 튕겨버렸다. 자객의 눈동자가 크게 벌어졌다. 다음 수를 준비하거나 도망칠 틈 따위는 없었다. 암기를 튕겨낸 데에서 멈추지 않고, 머리장식은 비도처럼 굳세게 날아가 자객의 목덜미에 박혔다. 절명할 위치는 아니었으나 혈을 제대로 맞아, 자객은 억 소리와 함께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추 공자, 괜찮습니까?"

이연화가 돌아보며 물었다. 엉덩방아를 찧었던 추영인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이연화!"

방다병의 놀란 외침이 들렸다. 이연화는 어쩐지 변명하고 싶은 기분으로 방다병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걱정스러우면서도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력이 실린 일격을 목도한 탓이었다. 이연화가 내심 끙 소리를 내며 혀를 찼다. 내력의 운용과 함께 퍼진 연꽃 냄새에, 후보들이 놀라 웅성거리며 이연화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방다병이 크게 손짓하며 소리쳤다.

"이연화! 일단 안으로-." 
"방다병, 뒤에 봐!" 

이연화가 급히 경고했다. 이편에 신경을 쓰다가 잠깐 방심한 방다병은, 뒤에서 날렵하게 달려든 적의 칼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옷자락이 슬쩍 베여 너풀거렸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다, 이연화는 한숨을 쉬고 근처에 섰던 후보 하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검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예? 제, 제 검을 말입니까?"
"예. 어차피 이리 된 일이니, 빨리 끝내는 편이 모두에게 낫겠습니다."

이연화가 미간을 좁힌 채 말하자, 후보는 얼떨떨한 얼굴로 검을 뽑아 건네주었다. 낯선 검을 몇 번 휘둘러보고, 이연화는 고개를 돌려 상황을 확인했다. 후보들이 늘어섰던 공터에는, 적과 백천원 사람들이 어지럽게 섞여 싸우고 있었다. 눈을 들어 확인해본 지붕은 이제 거의 말끔했다. 가벼운 파사보로 몸을 띄워, 이연화는 객들과 전장 사이로 내려서며 외쳤다. 내력이 가득 실린 목소리였다.

"백천원, 뛰어라!"

명료하고도 난데없는 지시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백천원주들을 비롯한 무인들은 조건반사적으로 발에 공력을 실어 높이 뛰었다. 어리둥절하여 아직 뛰어오르지 못한 젊은 무사들에게, 불피백석이 다급히 명령했다. "지체하지 말고 어디로든 뛰어라!" 십 년 전까지 참으로 많은 전투를 함께했던 만큼, 그들은 이상이가 전장에서 뛰어오르라 외치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백천원 사람들이 하늘과 지붕으로 날아오르자, 땅에 남았던 자들은 위에서 날아올 협공에 대비하기 위해 단단히 칼을 쥐었다. 

그 선택을 비웃듯이, 이연화가 몸을 낮추며 한쪽 발을 몸 뒤편으로 디뎠다. 그 발이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땅을 쓸었다. 하반신에서 시작된 회전력이 검에 실렸다. 옷자락과 긴 머리칼이 둥글게 나부꼈다. 상이태검의 절기가 강고한 내력과 함께 그 검 끝에서 터져 나왔다. 태풍과도 같은 기운이 바닥을 온통 휩쓸며 일단의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 석수촌에서 면포를 쓴 채 펼쳤던 무공과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욱 거리낄 것이 없었다. 폭음처럼 큰 소리가 터지면서, 수십의 몸뚱이가 한꺼번에 떠밀려 날아갔다. 적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마치 십여 개의 뇌화탄이 동시에 폭발한 듯했다.

먼지구름이 가라앉은 후, 백천원은 조용해졌다. 더 이상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 따위는 울리지 않았다. 벽에 호되게 부딪친 적들은 간헐적으로 꿈틀거릴 뿐, 정신을 차려 달려들거나 하지 못했다. 이연화가 칼을 내리고는 눈짓했다. "죄인들을 체포하라!" 기한불이 땅으로 내려앉으며 지시했다. 이연화는 어쩐지 상쾌하게 들뜬 기분을 느끼며 발길을 돌렸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내력을 전부 쏟아부은 일격에도 뜨끈한 피가 올라오지 않았다. 뜻한 초식이 완벽하게 펼쳐졌을 때 느끼던 특유의 만족감만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이것도 다 방다병 덕이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방다병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다가, 이연화는 이미 자신의 바로 코앞에 착지하던 청년을 보고 그만 입을 다물었다. 방다병이 새빨개진 채 이연화의 팔을 잡아끌었다.

"우리만으로 충분한데 뭐하러 나선 거야? 빨리, 빨리 들어가 있어."
"자객이 갑자기 달려드는데 어쩔 수 없잖아. 나 때문에 엄한 사람을 죽게 둘 수도 없고. 아, 공자. 칼은 잘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연화가 예의바른 미소와 함께 검을 돌려주었다. 검의 주인은 이연화가 칼날을 쥐라고 주었더라도 그대로 잡았을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보들뿐 아니라, 백천원주들도 잔뜩 당혹한 얼굴로 이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옛 동료들을 더 놀라거나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이연화는 지금껏 그들 앞에서 체취를 내보인 적이 없었다. 이연화가 조금 무안한 미소와 함께 사과했다.

"실례되는 일이라는 걸 압니다만, 제가 아직 바뀐 몸에 익숙하지 않아 내력을 사용하면 이리 되곤 합니다. 귀한 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으니 부디 양해해 주시지요. 저 때문에 모여주신 분들께 이런 소동을 겪게 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오늘은 이 소란을 마무리해야 하니, 일단 손님들을 위해 준비해둔 방에 짐을 푸십시오. 혼사에 대해서는 내일 자세한 이야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 문주. 정리하고 안내하는 일은 저희가 하겠으니, 일단 들어가시지요."

석수가 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으며 촉구했다. 이연화는 결국 방다병에게 반쯤 등을 떠밀려 백천원 안으로 발을 옮겼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어져서야, 방다병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연화를 살폈다.

"이연화, 너 괜찮은 거야? 엄청 크게 내력을 썼잖아."
"괜찮아, 아직 두 번은 못하겠지만. 그보다, 넌 아비에 대해 알고 있었어?"
"당연히 몰랐지! 그 녀석은 왜 뻔뻔하게 거기 끼어 있는 거야? 대체 구혼서를 어떻게 넣었길래-."
"이미 백천원과 합의된 일이다."

낮은 목소리가 멀찍이서 들려왔다. 방다병이 악 소리를 참으며 돌아보았다. 적비성이 뒷짐을 진 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상이가 마주 미간을 좁히고 물었다.

"이미 합의가 됐다고?"
"정확히 말하면, 운피구와 합의가 되었지."
"아. 네가 후보들 사이에서 첩자 역할을 해주겠다는 얘기였겠군."

이연화가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 말했다. 적비성이 피식 웃었다.

"눈치는 빠르군, 이연화."
"적 맹주가 설마 나와 정말 혼인하겠다고 나섰을 리는 없으니까. 아비, 정말 첩자 노릇을 하려면 눈에 좀 덜 띄게 행동하는 편이 낫겠던데. 지금도 이렇게 혼자 빠져나오면 의심받지 않겠어?"
"날 의심할 정신머리를 가진 놈이 없다. 아까 가겠다고 난리를 치던 놈도, 다시 짐을 챙겨서는 손님 방으로 냉큼 들어가더군. 괜한 짓을 했다, 이연화. 차라리 추씨 놈이 죽거나 다치도록 내버려뒀다면, 더 많은 후보들을 걸러낼 수 있었을 텐데."

적비성은 정말 아쉬운 듯 이연화를 타박했다. 이연화는 적비성을 향해 비윤리적이라고 매도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정말 그편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대신 이연화는 어이없는 웃음을 가볍게 뱉으며 대꾸했다. 

"돌아가려 들던 사람들은 이미 기억해 뒀어. 그리고 내가 강호에서 거의 은퇴했다고 해도, 어쨌든 정파 사람이긴 하거든. 내가 아니면 여기 올 일도 없었을 사람들인데, 괜한 사상자를 낼 마음은 없다고."
"흥. 넌 예전부터 그런 부분에서 쓸데없이 순진했지."

적비성이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방다병은, 약간 초조한 얼굴로 이연화를 향했다.

"이연화. 냄새가 안 가라앉아. 천기산장에서보다 더한 것 같은데-왜 조절을 못하는 거야?"

이연화가 퍼뜩 방다병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보통 내력을 쓰고 나면 쉽게 잦아들던 체취가 오늘따라 잘 가라앉지 않았다. 이연화가 눈을 깜박였다. "이상하네, 이게...잘 안 돼." 이연화가 가볍게 기침을 하며 목깃을 살짝 당겼다. 그러고 보니, 전투 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여겼던 열기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아랫배가 살짝 묵직했다. 어라. 이연화가 낯선 감각에 고개를 갸웃하며 배에 손을 얹었을 때, 아래에서 뜨겁고 미끌거리는 무언가가 울컥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연화의 생각과 몸이 우뚝 정지했다. 아주 드문 일이었다. 

"어...."

이연화가 망설이는 소리를 냈다. 어쩐지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을 입 밖으로 내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방다병과 적비성이 과히 기겁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도 없었기에, 이연화는 애매한 미소를 띤 채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희락기인가? 양인일 때하곤 느낌이 좀 다르긴 한데...."

확신 없이 말하자마자, 적비성은 괴수를 만난 사람처럼 세 발짝쯤 뒷걸음질을 쳤고 방다병은 이상한 비명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