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키다리 아저씨.

아저씨가 보내준 기숙 학교는 엄청 좋아요. 침대도 폭신하고요, 밥도 맛있고, 무엇보다 마리안 부인이 구워주는 초콜릿 퍼지 쿠키가 가장 좋아요. 좋은 친구도 생겼어요.


전에 잠깐 키다리 아저씨가 저희 학교에 왔다 갔다고 들었는데요. 왜 절 보고 가시지 않은건가요? 전 설마 죽을 때까지 아저씨 정체를 모르는 건가요? 아저씨가 대머리여도, 얼굴에 큰 점이 있다거나 혹은 몸이 불편하다고 해도 전 아저씨를 놀리지 않을텐데요.


어쨌거나 저는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숙제를.. 정확히는 반성문을 쓰러 갑니다. 다니엘이라는 화학 선생이 있는데요, 절 볼때마다 10년씩 늙는 기분이라길래 그래서 그렇게 노안인거냐고 했더니 저보고 반성문을 써오래요. 어이가 없지만 어쩌겠냐고요.



ㅡ키다리 아저씨는 놀리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피트 미첼 올림.










2.



키다리 아저씨 안녕하세요. 곧 자택에 안좋은 소식이 갈텐데 놀라지 마시라고 편지를 씁니다.


제가 같은 학급 남자애를 줘팼다는 소식이요. 근데 그 새끼가 먼저 애비애미도 없는 애가 어떻게 이 비싼 학교에 왔냐고 깝치잖아요. 아저씨 명예를 생각해서 참으려고 했는데 걔가 입을 더 여는 순간에 그냥 주먹부터 나갔습니다. 혹시 제가 아저씨 명예를 실추시킨거라면 답신을 주세요.


암튼 이번에 선생들도 다 빡쳐가지고 절대 못넘어간대요. 걔가 먼저 부모님 언급했다는데도 주먹을 드는건 신사적인 방법이 아니라네요. 신사는 어떻게 하나요? 지팡이로 패나요? 아저씨는 분명 멋진 신사니까 방법을 알고 계시겠죠.



걘 저한테 사과문 하나만 띡 쓰면 되는데 전 이제 방과후마다 참회의 기도를 드리러 가야됩니다. 당분간 편지는 못쓰겠네요. 아저씨가 제 편지를 읽는지 뭔지 알 순 없지만요.

기도드릴때 그 새끼 배탈나라고 기도드릴 예정이예요.



ㅡ아저씨 건강은 빌거예요. 오래오래 건강하시라고요.





3.



키다리 아저씨! 아저씨는 멋진 신사가 분명합니다.

처음으로 아저씨한테 답장이 왔다고 들었을때 전 생각했어요. 이제 후원이 끊기겠구나. 난 또다시 성격더러운 에런 삼촌이랑 개미가 기어다니는 식탁에서 맛없는 빵이나 먹고있겠군.


근데... 초콜릿 퍼지 쿠키가 가득담긴 상자랑 같이 다 괜찮으니까 걱정 말라는 다정한 편지가 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쿠키는 친구 구스랑 잘 나눠먹었습니다. 솔직히 마리안 부인 쿠키보다 더 맛있는거 같아요.


그리고 웬일로 선생들이 저보고 기도하러 가는거 안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충분히 반성한거 같으니까 이제 봐준대요. 신난다. 이틀밖에 하진 않았지만 너무 지루한 시간이었어요.


어쨌든 감사해요. 전 제가 쓰는 편지가 아저씨 벽난로 땔깜으로 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감사합니다.


그 새낀 기숙학교 나간대요. 왠지는 모르고 걍 집에서 불렀다더라고요.



ㅡ근데 '아이스맨' 이 뭐예요? 아저씨도 히어로 만화 보세요? 전해주는 사람이 아이스맨이 보냈다고 하는데 설마 이름이 아이스맨은 아닐거잖아요. 그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





4.



키다리 아저씨. 제 이름은 이제 매버릭이예요.


이 학교는 서로 다른 별명을 지어서 부르는데 제 친구는 구스고요 (전에 얘기한 적 있지 않았나요?) 울프맨도 있고 쿠거도 있고 아주 다양해요. 전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서 그냥 이름으로 불렸다가 오늘 문학 선생이 매버릭! 이라고 소리친 순간 그냥 매버릭이 되어버렸어요.


애들은 잘 어울린다고 엄청 웃네요.


문학 선생님이 재치가 있는 만큼 머리숱도 많았다면 좋았을텐데... 어쨌든 진짜 제 이름 피트 미첼보다 이제 매버릭으로 더 많이 불려요.


이제 곧 방학인데 그냥 기숙사에 있을까 생각 중입니다. 에런 삼촌 있는 곳으로 가면 전 방학 내내 삼촌 잔소리에 시달리며 집안일이나 하고 오겠죠.


구스라던가 다른 친구들이 자기네 집에 놀러오라고 그랬는데 뭐 괜찮아요. 사람들이 없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아, 제 성적표 보셨나요. 수석이예요.
당신의 후원생을 자랑스러워 하셔도 좋습니다.


그 밑에 선생들이 쓴 행동 평가란은 그냥 무시하세요. 피트 미첼은 말을 더럽게 안듣는다를 각자 다르게 쓴 것 뿐이니니까요.


ㅡ아저씨, 근데 방학 때도 편지 보내도 되나요? 아저씨 귀찮으시면 안할게요.






5.


아저씨!!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캘리포니아에 있는 별장에 쉬고 싶으면 언제든 오렴' 이라니..


제 대답은... 곧 죽어도 간다고요!!


전 캘리포니아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요.
비행기도 타본 적이 없고요.


너무 신나요. 참, 아저씨도 오시나요?
캘리포니아에는 유명한 놀이공원도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많고 또 읽어보니까 아저씨 별장에 큰 호수도 있다는데 엄청 기대되네요. 전 너무나너무 좋아요!!



ㅡ글씨가 날림이라 죄송합니다. 이거 수학시간에 몰래 쓰는거라 그래요.












"...... 까불기는."






30대 중후반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인 군인 아이스맨과 아이스맨에게 후원을 받는 사춘기 학생 매버릭이 ㅂㄱㅅㄷ.. 도련님들 학교에서 악명도 높고 칭찬도 많은 학생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