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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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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11.

"세상에, 그 꼬맹이 게일 클레븐이야?"


허니가 게일을 마주하자마자 깜짝 놀라 소리를 빽 질렀다. 그 탓에 한순간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허니에게로 꽂혔다. 허니는 그제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꼬맹이는... 이제 허니 너 아니야?"


그렇게 말을 하는 게일의 표정이 어쩐지 허니를 조금 깔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런 게일의 얼굴을 마주하고 나서야 허니는 제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정말 어린 시절 자신보다 키도, 덩치도 모두 작았던 그 게일 클레븐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재회를 할 줄이야.

세상 일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12.

"뭐야, 벅 너 허니 비 중위랑 알아?"
"벅?"


허니가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했던 남자가 게일을 낯선 호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 탓에 허니가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되묻듯이 말을 하자 남자가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게일 말이야. 별명이 벅이거든."
"너 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별명까지 생겼냐...?"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허니가 게일에게 질문하자, 게일은 작게 한숨을 푹 쉬었다. 


"내 별명에 내 의지는 없다..."
"너... 설마 괴롭힘 당하고 살아...?"


이제는 허니의 표정이 조금 걱정하는 듯한 얼굴로 바뀌었다. 꽤나 심각하게 물어보는 것이, 전학을 보내놨더니 아들이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 같은 엄마의 얼굴이었다.


13.

"내가 아직도 12살이냐?"
"너 나랑 마지막으로 본 게 14살이야. 그리고 그때 나보다 여전히 작았어. 너네 엄마가 맨날 내 손 붙잡고 학교에서 큰 애들한테 괴롭힘 당하지 않게 봐달라고 한 거 난 아직도 기억한다?"
"야...!"


허니의 말에 게일이 반박하려다가 이내 자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대신 진정을 해보려는 듯,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 내가 소령인 거 보이지?"
"뭐래, 그래봤자 옆집 꼬맹이 게일 클레븐이."
"아, 진짜 이거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진째 이개 핸대 때랠 새대 앲개."


제 옷깃에 달려있는 소령 배지를 가르킨 게일은 계급으로 허니를 제압해보려 했지만, 효과는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꽤나 얄미운 표정과 말투로 게일의 말을 따라하는 허니를 보며 게일은 뒷목을 한 번 잡으며 화를 억지로 삭히려 했다.

호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 그러니까 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항상 어른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게일에게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었다.


14.

"아무리 봐도 비 중위가 나랑 꽤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군."
"버키."
"존 이건 소령일세. 별명은 버키. 대충 예상했겠지만 게일에게 '벅'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도 나야."


허니와 게일의 대화를 옆에서 꽤나 흥미로운 듯한 눈으로 바라보던 존의 제 소개를 했다.

존의 표정에는 어쩐지 장난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런 존의 표정을 하루이틀 본 것이 아니었던 게일이 존을 제지하는 듯한 말을 꺼냈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존은 허니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허니 비 중위입니다. 그리고 소령님 네이밍 센스 되게 별로시네요. 벅과 버키라니."


꽤나 담담한 얼굴로 말을 하는 허니의 말에 존은 결국 허니와 악수를 하다 말고 큰 소리로 웃었다.


15.

"그나저나, 허니는 게일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존이 허니를 부르는 호칭이 벌써 바뀌었다. '비 중위'같은 딱딱한 호칭이 아닌 친근한 '허니'였다. 게일은 빠르게 바뀐 호칭에 불만은 표하듯 눈썹 한 쪽을 끌어올렸지만, 허니도 존도 그런 게일을 신경쓰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친굽니다."
"뭐?"
"소꿉친구요. 가족끼리는 친한데, 저희끼리는 그냥 그래요."


그렇게 대답을 하며 허니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리고 그런 허니의 대답에 이제는 존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그냥 그래요.' 라는 말과 다르게 방금 둘의 대화는 꽤나 친해보였기 때문이다.

뭐, 어찌됐든 사이가 나쁘다는 소리는 아닌 것 같으니 이 정도면 충분한가. 존은 그런 생각을 하며 허니를 그가 일하게 될 의무실로 안내했다.


16.

"네가 의무관이라니."


의무실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있는 허니를 보며 게일이 한 마디 했다.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정리하던 허니는 숙였던 시선을 끌어올려 게일을 바라보았다. 하여튼 쟤는 왜 아직도 안 가고 남아있는지 모를 일이다. 게일은 허니가 이미 이곳에 있던 의무관들과 인사를 마칠 때까지 그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심지어 이제는 존 마저도 하딩 대령을 만나야한다며 나갔는데, 게일은 아직도 나가지 않고 허니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쟤는 소령이라면서 할 일도 없나. 허니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게일에게 대답했다.


"꼬우면 나한테 치료 받지 마, 넌."
"아니 꼬운 게 아니고, 그 왈가닥 하던 애가 의대를 갈 줄 누가 알았겠어."
"뭐지, 시비 걸 거면 나가라."


허니가 손에 쥐고 있던 알람 시계를 게일에게 던지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일종의 협박이었다. 그리고 게일 또한 허니의 시늉의 의미를 알았다. 어린 시절부터 알람 시계를 던지는 모양새를 하며 게일을 쫓아내던 것은 자주 있던 일이니까.

허니의 행동에 움츠러드는 듯한 모양새를 취할 줄 알았던 게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못말린다는 듯이 미소를 짓더니 허니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랑스럽다는 소리야."


허니는 어쩐지 게일이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척 하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서 괜히 조금은 삐딱하게 게일에게 대답했다.


"뭐, 옆집 그 꼬맹이도 공군 파일럿이 됐는데, 나도 의사 정도는 돼야지."
"하여튼 한 마디를 안 져."
"네가 기억 못 하나본데, 어릴 때부터 내가 너는 항상 이겼어."
"그래 너 잘났다."


17.

허니가 게일의 소꿉친구였다는 사실은 삽시간에 부대 내에 퍼졌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허니와 게일의 관계를 알았던 사람이 다름 아닌 부대 내의 마당발인 존 이건이었으니까. 그리고 존이 자신만큼이나 마당발인 커트에게 이야기를 하자, 허니와 게일의 대한 이야기는 바로 다음 날 부대 내의 모두가 알게 되었다.

심지어 게일은 부대에서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른스럽고 리더쉽 넘치는 게일 클레븐 소령. 그런 그의 어린 시절을 잘 아는 소꿉친구라니. 당연하게도 흥미가 생겼다.

그 덕에 의무실은 삽시간에 바빠졌다. 별로 크지도 않은 상처를 달고 와서는 허니의 얼굴을 보려는 대원들 탓이었다.


"클레븐 소령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리더쉽이 넘치셨습니까?"
"리더쉽은 내가 더 많았는데."


물론 허니는 소녀팬의 마음으로 찾아온 대원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짓밟아주었다.


18.

"너 대원들한테 도대체 무슨 사기를 치고 다니는거냐?"


임무 날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던 게일의 옆에 허니가 서서 그에게 물었다.

허니의 질문에 게일의 시선이 들렸다. 그리고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온 대원들이 너를 무슨 엄청나게 멋있는 소령으로 알고 있어."
"실제로 멋있잖아?"
"웩."


허니가 구역질을 하는 시늉을 하자 게일의 옆에 앉아있던 커트가 킥킥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게일은 허니의 반응에도 담담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형이 얼마나 멋있게 임무 하고 오는지나 봐라."
"형은 무슨, 오늘 첫 임무 나가서 배에 빵꾸나 뚫려오지 말아라."
"그럼, 허니 너한테 수술 안 받으려면 다쳐오면 안 되지."


게일의 반박에 허니가 조용히 양 손의 중지를 들어올리며 천천히 사라졌다.


19.

"허니, 나가자."


그리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폭격전대가 나가고 존이 허니를 찾아와 나가자고 말했다.


"어디 가는데요?"
"벅 마중 나가자."


그렇게 말을 하는 존의 얼굴이 미소가 어쩐지 조금 쓴 것만 같았다.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허니가 존의 말에 아무런 반항 없이 게일을 마중나가기 위해 그를 따라 나선 것은.


20.

"벅!"


존이 운전하는 지프를 얻어타고 나온 허니는 익숙한 뒷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이곳에 도착해 24살의 게일을 오래 본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허니가 보고 있는 게일의 뒷모습은 그가 자주 보던 그 자신감 가득한 뒷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힘이 없어보이는 듯한 뒷모습. 그리고 허니가 그것을 잘못 본 것이 아니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존의 외침에 게일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디 다치기라도 한 것일까? 순간적으로 두려웠던 허니가 존이 지프를 멈추기 무섭게 뛰어내려 게일에게로 달려갔다.


"게일, 괜찮아?"


그의 모습을 위 아래로 살피며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내 게일이 허니의 품에 안겨오는 탓에 제대로 살필 수 없었다.


"...허니, 잠시만... 잠시만..."


어쩐지 부탁을 하듯 애처롭게 말을 하는 게일의 목소리 탓에 허니는 게일을 밀쳐낼 수 없었다.







첫 임무 브레멘 폭격임.

마옵에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2024.05.06 22:59
ㅇㅇ
모바일
게일이랑 허니 투닥거리는 거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8fa6]
2024.05.06 23:50
ㅇㅇ
모바일
와 🤩
[Code: 204b]
2024.05.07 00:11
ㅇㅇ
모바일
명작을 만났다… 센세 억나더로 함께해요
[Code: 02a9]
2024.05.07 00:42
ㅇㅇ
모바일
마옵에 안 보는데 입덕당함 선생님 명필 대작가
[Code: ab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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