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가 "가스라이팅이 뭔데요?" 이러면 라푼젤의 고델만한 예시가 없는 거 같음. 영화 나온지 얼마 안 됐을 때 펄럭에서도 고델이 그래도 나쁜 엄마는 아니었다는 평가 꽤 나왔던 거 보면ㅋㅋㅋㅋㅋㅋ물론 지금은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많이 알려져서 고델이 나쁜 엄마라는 해석이 늘었음. 그러나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정말 이게 가스라이팅인가? 싶게 가스라이팅을 잘 함. 목소리가 매력적이고 엄마가 제일 잘 알고 널 지켜준다는 말을 하니 홀리듯이 듣게 되지만, 막상 가사 하나하나 뜯어보면 딸을 미덥게 여기며 엄마의 생각과 판단을 최우선으로 두는 걸 알 수 있음. 사랑한다는 말은 참 많이 하지만, 라푼젤을 향한 존중이나 믿음은 보이지 않음...


ㅅㅍ
고델이 왜 라푼젤을 탑 속에 가뒀을까. 착하고 나약한 라푼젤을 외부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그건 표면적인 이유임. 고델은 라푼젤을 위하는 척 사랑한다는 말을 쏟아내지만, 실제로는 라푼젤의 머리카락에서 젊음과 생기의 에너지를 착취하는 거임. 라푼젤의 머리카락은 라푼젤이 살아있을 때에만 그 힘이 발휘되거든. 그러므로 고델은 생존에 필요한 것들은 제공하지만, 라푼젤의 주체성은 교묘하게 빼앗아가지. 고분고분 말 잘 듣게 키워둔 머리카락인데, 밖으로 나갔다가 얼굴도 모르는 놈한테 홀랑 빼앗기면 너무 아깝잖아. 이게 바로 라푼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고델의 진심이지.

외부에서 볼 때 엄마인 고델은 라푼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고생하고(라푼젤이 탑 밖으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 라푼젤이 원하는 물감 재료 구하러 나감), 라푼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고델이 주는대로 받기만 하는 철부지 딸의 역할을 떠맡게 되지. 실제로 라푼젤은 탑을 청소하고 요리를 하고 탑 안에서 나름 최선을 다 하지만 고델은 집안을 유지하는 라푼젤의 노력에는 큰 관심 없고 오로지 라푼젤이 탑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 것과 머리카락이 주는 젊음에만 관심이 있음. 철저히 자기 도구로 쓰려고 라푼젤 납치한 거임ㅋㅋㅋㅋ 근데 그걸 진짜 교묘하게 숨겨서... 관객들 입장에서야 고델이 가짜 엄마인 거 알지만 라푼젤 입장에서 곧바로 알아보기가 힘들 수 밖에 없음.

이후로 라푼젤이 유진 만나서 탑 밖으로 나가니까 고델은 자신의 유용한 도구가 없어진 것에 분개하고 계획적으로 돌변함. 그래서 라푼젤을 도와준 유진을 의심하게 만들기 위해 유진의 약점(원래는 왕관을 훔치려 했는데 라푼젤을 만나고 변화함)을 이용하고, 도적을 고용해서 본인 마음대로 상황 조작까지 함... 하지만 라푼젤은 고델이 뭘 하는지 미처 몰랐음. 고델은 라푼젤의 불안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이용해서 속을 수 밖에 없도록 미리 판을 짠 거임. 가스라이터들이 현실을 조작한다는 건 바로 이런 행위임ㅇㅇ 당하는 라푼젤 입장에서는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분간하기조차 어렵게 만들고 불안이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믿기 어려워짐. 만약 고델이 라푼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엄마였다면 라푼젤의 불안을 이용하지도 않았을 거임ㅇㅇ 고델에게 라푼젤은 귀중한 머리카락을 담아두는 화분이나 다름 없는 거지...

하지만 라푼젤은 고델보다 똑똑하고, 무언가 이상한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기에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도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음. 라푼젤의 진짜 친부모는 매년 라푼젤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연등을 띄우는데, 이거야 말로 적극적이지만 딸을 해하지 않는 방식의 사랑이지. 반대로 고델은 라푼젤을 사랑한다 말하며 탑에 가두길 원하고,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는 도구로서 이용할 뿐임. 라푼젤을 대하는 고델의 마음은 이기적이고 추악하기 짝이 없었음. 하지만 가스라이팅을 모르는 사람이(주인공인 라푼젤도 포함) 영화 극초반만 봐서는 고델이 가스라이터인지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 매우 소름돋는 부분임...

처음에는 딸에게 사랑이 넘쳐서 집착하는 엄마같이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오로지 자신의 생명력과 젊음에 집착하는 이기심이 꽉꽉 들어있다는 점. 그래서 이 영화는 가스라이팅이 뭔지 모르는 사람 혹은 가스라이팅은 당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할 수 있음. 라푼젤도 유진이라는 존재를 만나고, 밖으로 나갔다가 "이러면 엄마가 싫어할텐데..." 하면서 걱정하다가 넓은 세상을 접하고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지. 세상은 고델이 말한 것과 딴판이라는 사실을 라푼젤도 직접 나가고 나서야 알았잖아. 이건 라푼젤이 바보라서 당한 게 아니라 고델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라푼젤이 가진 장점을 죄다 억압했기 때문이지. 옆에서 계속 의심하게 만드니까 라푼젤도 자신의 잠재력을 믿을 수 없었던 거임.

심지어 고델은 라푼젤보다 더 나약한 인물이기도 함. 고델이 "넌 너무 어려, 바깥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아니?" 라고 라푼젤에게 말했던 것 조차 전부 고델의 관점일 뿐임. 정작 외부 세계에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지 못하는 불안은 라푼젤의 것이 아니라 고델의 속성이라는 뜻이지. 고델은 마녀이자 공주인 라푼젤을 납치한 범죄자이기 때문에 세상에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음. 그래서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는 자신의 불안을 라푼젤에게 죄다 뒤집어 씌워서 라푼젤을 실제보다 약한 존재로 만든 거야. 무려 18년을 정신적으로 종속시켰지. 어떤 사악한 마법이 아니라 사랑을 가장한 말 몇 마디로 라푼젤을 약하게 만들었잖아. 이거 되게 소름끼치지 않음? 현실에서 자식을 병걸렸다고 세뇌시키고, 아프게 만든 다음 극진히 간호하며 관심과 동정을 사는 부모들하고 별 다를 바가 없음. 그리고 세상에 이렇게 해주는 사람은 부모 뿐이라고 세뇌시킴. 영화 속 고델의 악행이나 현실 범죄 양상하고 뭐가 다르냐... 다만 초반에 관객들 마저 홀려버리는 고델의 매력 때문에 금방 알아채기 어려울 뿐ㅋㅋㅋ... 하여간 라푼젤의 고델은 가스라이팅의 정석 요약본이나 다름 없다고!!!!! 그리고 고델이 저렇게 추악한데도 라푼젤은 존나 예쁘고 똑똑하고 사랑스럽게 자랐으니까 안 본 사람 없었으면 좋겠음ㅠㅠㅠㅠ
2024.04.22 14:51
ㅇㅇ
라푼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음 항상 플라워라고 부르고 키스할때도 머리에 함
사람으로 보는게 아니라 마법의 꽃의 화신인 도구로 보는게 티가 남
[Code: c334]
2024.04.22 14:53
ㅇㅇ
모바일
맞음 근데 라푼젤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하면서 속아넘어갈 수 있는 부분임. 플라워도 애칭이라 여기면 또 그럴싸하게 들리니까ㅋㅋㅋㅋ
[Code: ac42]
2024.04.22 18: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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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소름
[Code: e808]
2024.04.22 14:53
ㅇㅇ
모바일
라푼젤은 화분일 뿐이라는거 크으으.. 지우지 멀아조 글넘좋다
[Code: 49b7]
2024.04.22 15:02
ㅇㅇ
모바일
아직까지도 고델은 그래도 라푼젤 저나이까지 키워줬으니 좋은엄마였다vs아니다로 논쟁 나오는거보면 정말 가스라이팅 잘한것같음
[Code: 74a1]
2024.04.22 15:09
ㅇㅇ
모바일
처음에 그래도 라푼젤을 사랑하지 않았을까?이 생각 들은거보면ㅋㅋㅋㅋㅋ 진짜 가스라이팅 최적화..
[Code: 22ff]
2024.04.22 15: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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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볼땐 다른 빌런들보단 낫지않나 했는데 차라리 대놓고 대립하는 빌런은 해치우고 나면 인생에서 완전 퇴장하는 느낌인데 이쪽은 라푼젤의 성장과정 구석구석 영향을 끼친 존재라는 데서 진짜 악질적이더라고 라푼젤이 햇살수인으로 자란게 걍 기적임
[Code: e44e]
2024.04.22 15: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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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ㅆ 매우 공감함 성장 과정에 고델이 끼친 악영향이 존나 많을텐데 라푼젤이 밝게 자란 게 기적인 수준ㅋㅋㅋㅋㅋㅋ
[Code: f375]
2024.04.22 15: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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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영화답게 앞뒤 사정 캐릭터 속내 전부 대놓고 보여주는데도 라푼젤이 햇살수인으로 자란게 고델이 잘키워서라고 착각할수 있게 한다는 점이 생각할수록 소름돋음 진짜 가스라이팅의 정석
[Code: e44e]
2024.04.22 15: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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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 저 영상에도 이런 류의 댓글 많더라... 고델이 라푼젤을 아예 사랑하지 않았다면 라푼젤도 저렇게 못 컸을 거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여러모로 가슴이 답답해짐
[Code: cbcc]
2024.04.22 15: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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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라푼젤은 집안에 감금당한 채로 매일 집안일 혼자 다 하고, 머리카락 내려서 엘리베이터 역할도 하고,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별의 공전과 자전에 대해 깨우칠 정도로 똑똑한데 고델은 단 한번도 라푼젤한테 칭찬해준 적 없음... 그러면서 너 점점 살찌고 있고 촌스럽다고 외모로 후려치는 거나 계속 반항하니까 누가 너같은걸 사랑해주겠냐고 본심 나오고 자기가 먼저 화냈으면서 나만 나쁜 사람 만든다고 피코하는 것까지 진짜 전형적인 가정 내 가스라이팅 같음. 라푼젤은 고델만 아니였으면 원하는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평생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는데도 엄마가 사랑한다고 안아줬으니까, 생일선물로 물감 사다줬으니까, 좋아하는 헤이즐넛 스프 만들어줬으니까 '좋은 엄마'였다고 관객마저 착각하게 된다는 점이 진짜 소름임
[Code: 78da]
2024.04.22 15: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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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델은 사악한 마법이 아니라 사랑을 가장한 말 몇 마디로 라푼젤을 약하게 만들었다 ㅇㄱㄹㅇ 고델이 라푼젤을 진짜 딸로 키우고 싶었으면 마녀의 지식이라도 전해줬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안 함... 근데 아예 방치하면 라푼젤을 통제할 수 없으니까 대충 의식주만 제공해주면서 엄마의 조언을 가장해서 라푼젤의 가치를 후려침. 애완동물도 이렇게 키우면 학대야 시발
[Code: cbcc]
2024.04.22 16: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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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 이런 반응인지 모르겠는데 한국에서 '그래도 밥주고 재워주고 키워준 엄마 말 들어야지 모르는 남자 홀랑 따라가냐' 이런 말 나올때마다 답답함
[Code: c088]
2024.04.22 20: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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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고나서 관객인 나도 그래도 고델이 라푼젤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이 무서움 피해자인 라푼젤도 그래도 날 사랑하셨을지도 몰라 라는 희망과 죄책감을 갖게 할 것 같아서
[Code: d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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