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 비는 ​글자는​​​ A. 넌 왜 A만 밑줄로 채워넣었나



​“야, 수탉. 그게 궁금했어?” 묻는 너에게 끝까지 자존심 한 번 부려봤어.



“어, 안 궁금해.” 그게 최선의 대답이었을까 생각하면 아니라는 답변이 대부분이겠지. 어쩌겠어, 나는 걔 말대로 횟대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여보세요? 루스터, 밤 늦게 미안하다. 행맨 이 새끼가 너 안 오면 안 간대. 하드 덱이야.’ 코요테의 전화를 받고서도 굳이 급하게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그때까지도 나는 간절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나가는 김에 거울 한 번 더 보기는 했지.



오면 간다더니 와도 갈 생각 없는 널 보고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도 안 나 사실. 네가 한 말들 때문에. 등신 같이 다정하지 말라고, 네 다정이 너무 헷갈린다고. 그렇다고 피닉스한테도 다정하지 말라고. 그 말에는 웃을 수밖에 없었지. 웃기잖아, 질투하는 게 말이야. 귀엽고.



요깃거리를 가지러 간다며 눈치 좋게 빠져준 코요테 덕분에 편하게 네 옆에 다시 자리 잡는데 넌 누군지 알고 그렇게 푹신하게 기대는 건지.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 게 아주 여우 같기도 하고, 그 귀여움에 기꺼이 넘어가주고 싶기도 하고. 내가 아니었어도 이랬을 거야? 쓸데 없는 질문을 던지며 은근 슬쩍 질투해보기도 하고. 모르는 척 한 번 볼 찔러 보기도 하고



우엑-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면 저쪽에서 역겨운 표정을 짓는 피닉스가 후다닥 밥의 눈을 가리고 꺼지라고 뻐큐를 보냈어. 어쩔 수 없다, 내가 너 데리고 가야지. 나 오면 간다고 했으니까. 그렇지? 과자와 안주를 가지고 온 코요테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바로 피닉스와 밥에게 향하고 나는 너를 챙기려고. 여우 같은 얼굴로 곰 같은 짓 하는 이 미운 진상아. 그래도 예쁘게 생겼다고 하는 말이야. 알지? 욕한 건 아니고



​유별나게 감성에 젖은 게 술 취한 네가 아니고 진상 하나 끼우고 관사로 돌아가는 곧 소령 대위라는 게 너무 웃기지 않냐, 네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널 좀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좀 걸어봐...” 그냥 업고 가고 싶은데 그러기엔 너도 너무 무거운 군인이다. 토하고 싶다는 말에 하수구 쪽으로 데려가니까 그제야 토하는 게 꼭 반쯤은 제정신 같단 말이지. 취중진담은 진심이 아니라지만 듣고 싶어졌단 말이야. 그래도 취한 거 핑계로 한 번은 말할 수 있잖아



“으악! 좋아해! 됐냐? 아 됐냐고! 그만 좀 중얼거려 수탉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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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말하는 거야? 너 나 저번 파병에서부터 좋아했다며. 근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싫어하는 것처럼 굴었어? 나는 좋아하기로 마음 먹으면 그 날부터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인데, 왜 내가 널 좋아하지 못하게 굴었어? 내가 좋아하는 게 왜 네가 상처 받을 것처럼 그랬냐고. 나 궁금한 게 많아. 물을 것도 많고. 취한 애 데리고 이런 거 질문할 정도로 몰아붙이는 사람 아닌데, 억울해서. 그 때 빡빡머리 밤톨이 때부터 좋아했으면 내가 널 더 오래 좋아하고 더 많이 봤을 거잖아. 왜 말랑거리는 주제에 안 까진 밤처럼 굴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네 생각이 궁금해. 그리고 너도





루스터행맨 루행 고백의 전말
반만 취한 애 구슬려서 고백 갈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