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아직 안 사귐 
근데 아이스는 고백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임
알파메일이지만 이런 쪽에는 은근히 너드스러워서 말 못하고 벌써 몇 년째 짝사랑 열병을 앓는 중

두 사람 다 별 거 없는 미국 소도시에 쳐박혀서 크리스마스 때 집에도 못 가고 그냥 며칠 외박 휴가만 받았는데 그래도 둘이 같이 있을 수 있는 기회라 아이스는 이번에는 반드시 고백한다고 벼르면서 만반의 준비를 함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도 예약해놓고 개오바인가 싶으면서도 혼자 실실 쪼개면서 인근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호텔의 스위트룸도 잡아 놓음

그렇게 휴가받은 첫 날에 둘이 외출해서 마을 돌아다니며 노는데 
매버릭이 저녁에 크리스마스 마켓에 꽂혀가지고는 거기에서 파는 온갖 달달이 정크 푸드 먹는 데만 여념이 없는 거임

"아이스 넌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자라가지고 이런 거 안 먹는 거야?"

이러면서 트윙키 튀김이니 뭐니 그런 걸 입 안에 우겨넣는 매버릭. 사실 아직 레스토랑 예약했다는 말도 못했고 분위기 봐서 자연스럽게 끌고 가려고 했는데 개시끄러운 시장통 같은 곳에서 싸구려 달달이나 먹으며 배 채우고 있는 매버릭이 야속하고 초조한 아이스.

"매브, 우리 파일럿인데 그런 거 먹으면 안 좋아. 몸 관리 해야지."
"야! 나도 평소엔 관리하거든? 겨우 1년에 한 번 있는 크리스마스니까 기분 좀 내자는 거지. 너무 빡빡하게 군다 누가 아이스맨 아니랄까봐. 너도 한 번 먹어보라니까? 생각보다 맛있어."

자기 얼굴은 안 봐주고 분위기 잡을 기회도 안 주고 달달이에만 정신 팔려서 자꾸 너도 먹어봐 먹어봐 이런 말만 하니까 결국 빡친 아이스가 다른 방법을 못 찾고 그 시장통 같은 데 한가운데서 남들 보든 말든 매버릭 얼굴 잡고 달달이 크림 잔뜩 묻은 매버릭 입술 핥으면서 키스해버림(마을 사람들 계 탐)

"자, 먹었어. 됐지?"

매버릭 눈 동그랗게 뜨고 그 자리에서 얼음 돼 버리고 이내 잔뜩 화난 표정 돼가지고 아이스 노려보니까 아이스 안절부절. 제기랄, 역시 짝사랑이었나봐 싶은 아이스. 

근데 막상 매버릭이 한 말은

"이 나쁜 자식아, 첫 키스를 이런 데서 이렇게 해버리는 게 어딨어??? 분위기 좋은 데서 하는 것도 아니고. 취소해, 빨리 취소해!"

아이스 혼비백산해서 내가 잘못했어 매브, 취소할게(?), 취소하고 다시 제대로 할게 그리고는 계획한대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도 데려가고 그 뒤에 호텔 데려가서 장미꽃잎 뿌려진 침대 위에서 다시 제대로 키스했다 함. 물론 키스만 하진 않았고.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