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4836300




천천히 걸으면 티가 안 날 정도로 재활에 성공한 행맨인데, 그래도 예전 상태를 기억하는 행맨으로써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들겠지. 그래도 행맨은 여기서 만족해야 했음. 이게 정말로 최선이었거든. 재활하면서 루스터가 생각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거야. 역설적이게도 루스터의 존재는 행맨이 혼자 있을 때 드러났음. 걷는 연습을 하다가 넘어지면 안절부절못하면서 우물쭈물하던 시선, 제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괜찮냐 물었던 목소리, 제 어깨를 조심스레 쓸어내렸던 따스한 손. 그 모든게 일시에 사라졌으니까. 혼자 집에 남아있으면 적막함에 처음에 잘 적응 못 했을것 같기도 함. 



혼자 집에 있으면 제일 먼저, 혹은 자주 떠오르는게 루스터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였지. 어쩌면 제 손에 끼워졌을지도 모르는 그 반지. 미련이자 집착이자 제 손으로 버린 과거였음. 그 사람은 잘 해주니. 돌아와서 계속 입안에서 맴돌았던 말을 곱씹어봤지만, 이미 다 끝난 일이지 싶음. 행맨은 그냥 루스터가 잘 지낸다면 그냥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할거야.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자기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 뭘. 먼저 매달리기 싫다는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루스터를 망칠까봐. 자신이 먼저 루스터를 놓지 않으면 루스터는 절대 자신을 놓지 않을테니까. 날 버리지 말라고 매달린다면 루스터는 절대로 저를 못 버릴걸 알아서. 자신이 루스터를 망치기 전에 먼저 떠난거였음.

다리가 멀쩡했으면 그나마 괜찮았을까, 내가 여자였다면 기회라도 있었을까. 내가 예전에 루스터에게 엉뚱하게 화풀이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그랬다면. 부질없는 '만약'을 주워섬기며 후회했지. 정작 꽁꽁 숨어버린건 자신이면서, 의도적으로 루스터의 소식을 듣지 않았으면서 그 오랜 시간 사이에 아무런 변화도 없을거라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오만이라며 스스로 채찍질도 하고. 자신이 변한만큼 루스터도 변했을거라 생각 했어야했는데. 



예상치 못 하게 조우한 루스터는 행맨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꽤 달라져 있을거 같음. 수염을 싹 밀었다든가...아무튼 외적으로 좀 많이 달라져있을것 같음. 옷도 더 이상 하와이안셔츠가 아니었고 뭔가 좀 많이 달라져있는 모습이겠지. 누굴 만나러 가던 와중인지, 아니면 만나고 오던 중인지 세미정장에 멀끔하게 구두까지 신은 모습이 소싯적에 저에게 잘 보이려고 데이트 때 나름 꾸미고 나타난 모습 같아서 더 심란한 행맨이겠다. 자신과 사귈 때는 지겹도록 입어대서 진짜 다 갖다버리고 싶게 만들더니, 지금 만나는 사람 취향을 잘 맞춰주네 싶은거지. 콧수염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라 그렇게 꿋꿋하게 밀어붙이더니 지금은 홀라당 밀어버리고 아주 멀끔하게 꾸민 모습이 꼭 제 취향이어서 행맨 더 심란했을거 같음. 

결혼했단 소리는 아직 못 들었으니까 그 전 단계인가보다.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인가봐. 가볍게 그런 사람을 ㄱㅎ를 성격은 아니니까 아마 신중하게 골랐을거고, 그 사람은 아마 저처럼, 절름발이도 아니고 떼쟁이도 아니고, 엉뚱한 화풀이를 하지도 않고, 그리고....아마, 남자도 아닐거고. 사실 루스터는 저보다 다섯살이 많으니 가정을 꾸려도 이상할 나이는 아니었음. 거기다 원래 루스터는 헤테로였으니까. 

사실 알고보니 루스터는 더 이상 소령도 아닌 중령이었지. 소령 진급 축하한단 말에 굳이 중령이라고 정정해주지 않은 것도 루스터 성격 답다고 생각했음. 우연히 짧게 만나것치고는 행맨은 루스터의 새로운, 많은 정보를 얻어왔음. 왼손 약지에 끼워진 못 보던 반지, 저와 사귈때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행색, 그리고 여전한 다정함까지. 차마 먼저 다리는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못 하는것 같아서 먼저 괜찮다고 대답해줄 때까지 어찌나 눈동자가 흔들리던지.









반면 행맨과 헤어진 이후의 루스터는 의미없는 일회성 만남만 전전하다가 자신이 만난 사람들이 전부 다 초록색 눈에 금발에 탄탄한 근육이 붙은 글래머라는걸 깨달은 루스터는 그마저도 관뒀지. 그래서 행맨을 만났을 때도, 하도 행맨을 그려서 다른 사람을 또 행맨으로 착각한줄 알았어. 그쪽에서 루스터라고 콜사인을 불러오지 않았다면 말이야.



파월아미쳤니.png
....루스터?




파월7.gif
오랜만이네.


의혹에 찬 목소리가 제 얼굴을 보자마자 확신으로 바뀌고, 본인은 빨리 다가오고 싶은듯 했지만 살짝 끌듯이 걷는 걸음걸아가 느렸고 루스터는 멈춰서서 그런 행맨을 바라봤을거텐데, 예상치 못 한 곳에서 행맨을 만나서 놀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행맨이...생각보다 너무 잘 걸어서 깜짝 놀랐을거야. 
만약 자신이 먼저 행맨을 발견했더라면 아는척을 하는게 가능했을까. 저를 보고 또 괴로운 얼굴을 하고, 찌푸린 얼굴을 하고, 널 보기 힘들다는 얼굴을 마주할바에야 행맨쪽에서 저를 발견할 때까지 모른척 지켜보는걸 택했을텐데 그런데 행맨은 저와 달랐음. 주저 없이 저를 발견하자마자 루스터? 이러고는 주저없이 다가왔지. 비록 그 발걸음이 예전만큼 빠르지는 못 했지만.



헤어지는 마지막 날에조차도 얼굴을 제대로 안 보여줄만큼, 날 보기 힘들어하던 얼굴은 사라지고 밝아진 얼굴에 루스터는 양가감정이 들었을것 같음. 비록 많이 야위었지만 그 때와 달리 초췌하진 않은 얼굴. 나 없이 편안했을 그간의 너. 차마 좋아보인다는 말은 나오지 않아서 괜찮아 보인다고 말해야 했던 치졸한 마음을 숨기고 잔뜩 털을 부풀리고 자랑을 하는 수컷 공작마냥 나는 너 없이도 잘 살았다고,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괜한 자존심을 부리려다가....
그냥 얘 앞에서 자존심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그냥 고개만 대충 건성으로 주억거리며 행맨 살피기에 여념없었을것 같지. 다리는 괜찮나, 우리가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만 해도 목발로도 제대로 서질 못 했는데. 

서스럼없이 말을 걸어오고 오랜만이라며 인사하는 얼굴은 자신이 알던 행맨이 것과 비슷해서, 그래서더 좋아보인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 했던 루스터겠다. 날 구하려다 다친 너에게 내가 사라져주는게 최선이었다는 결정이 맞는것 같아서. 아무리 부정해보려고 해도 밝아진 행맨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랬음. 오랜만이라며 먼저 건네오는 악수를 도저히 거부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야윈 행맨의 등을 한번 쓸며 가볍게 포옹하고 악수한 것으로 끝났을것 같음. 루스터에게는 너무나 순식간에 만나고 순식간에 멀어진 재회였지.



너 때문에 더 힘들다는 애를, 내 욕심으로 붙잡아두는게 이기적이고 욕심적이라 생각해서 놔주었던 루스터는 혼란스러웠음. 일방적으로 아주 간간히 루스터의 소식을 들었던 행맨과 달리 루스터는 정말로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 했음. 코요테는 제이크의 충직한 친구였고 루스터도 코요테로부터 더 이상 정보를 얻기 힘들다 판단했지. 정말로 어느 기간은 코요테조차 행맨의 소식을 듣지 못 했으니까. 

행맨이 루스터의 반지를 보고 심란해한다면 루스터는 행맨이 밝아진 표정에 안도하는 반면 거기에 또 심란해짐. 루스터는 어쨋든 행맨이 자신 때문에 다쳤다는 부채감이 있고, 행맨이 괴로워해서 떠나보내주기로 했음. 그런데 그런 행맨이 자신이 없는동안 예전의 모습을 거의 되찾아서 나타났으니 정말로 자신이 없었어야지만 행맨이 나아질 수 있었구나 다시 한 번 깨달은거지. 본의 아니게 확인사살 해준 행맨...






그런데 그냥 둘이 또 보내기는 아쉬우니까ㅋㅋㅋㅋ 우연히 만났음 좋겠다. 저번에는 진짜 서로 예상치도 못 한 타이밍에 만나가지고 번호 교환도 안 하고 헤어졌는데, 이번에는 카페에서 만난거. 서로 일정도 없고 그냥 한가한 마음으로 들어간거라 저번처럼 경황이 없던건 아니었을거야.
먼저 연락처 물어본건 루스터인데, 행맨은 루스터가 어떤 의미로 묻는건지 좀 혼란스럽겠다. 만나는 사람이 있는걸 보면 그냥 별 의미 없이, 예전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사람이 다리를 다쳤으니 근황을 물으려는 셈이겠지, 걔 성격이 그러니까, 다정하니까. 그 때 죽기보다 싫었던게 루스터에게 받는 동정, 연민 그리고 루스터가 느끼는 죄책감이었거든. 그래서 행맨은 루스터가 어떤 의도로 묻는건지 섣불리 넘겨 짚고 좀 탐색하듯이 바라보는데, 루스터는 행맨이 선뜻 연락처를 안 넘기는걸 보고 속으로 좀 아차 하는거지.


혹시 만나는 사람이 있나.


하긴, 그래서 행맨이 밝아진거였나. 제 손에 반지가 끼워져있다는 사실은 인식조차 못 하는 루스터임. 지난 몇 년간이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속해서 끼고 다녔으니까. 소문이 어떻게 나든가 말든가 루스터에게는 관심 밖이었음. 원래 소문에는 어두운 성격이기도 하고 터진 멘탈 복구하는데만 급급해서 저를 둘러싼 소문 같은건 신경도 안 썼을것 같다. 


서로 오해와 오해가 쌓여서 서로 또 다른 오해 만들어내는거 존맛....





루스터행맨
2024.05.25 04:09
ㅇㅇ
모바일
루스터 이번엔 제발 놓치지 마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87c]
2024.05.25 06:03
ㅇㅇ
모바일
루스터ㅠㅠㅜㅠ너 손가락에 반지ㅜㅠㅠㅠ반지있잖어 이사람아ㅠㅠㅠㅠㅠㅠ 해명해 빨리ㅠㅠㅠㅜㅠㅠㅠ
[Code: 7b3a]
2024.05.25 06:03
ㅇㅇ
모바일
ㅎㅏ진짜개재밌어요 센세...
[Code: 7b3a]
2024.05.25 08:49
ㅇㅇ
모바일
진짜 존나게 맛있다ㅠㅠㅠㅠㅠ 루스터가 행맨 발견했을때 묘사가 너무 좋아요 센세ㅠㅠㅠ
[Code: 41f2]
2024.05.25 09:25
ㅇㅇ
모바일
하 존맛ㅠㅠㅠㅠㅠ둘이 각자 속으로만 앓으면서 삽질하느라 주위도 제대로 못 둘러보고 오해만 쌓이는 거 짜릿하다...오해도 풀기만 하면 되는건데 그럴 생각은 못하고 각자 만나는 사람 있다고 생각하잖아!!!!ㅠㅠㅠㅠㅠㅠ
[Code: 9396]
2024.05.25 09:39
ㅇㅇ
모바일
어나더 주셨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삼나더!!!
[Code: 4b97]
2024.05.25 09:55
ㅇㅇ
모바일
아 센세나의 빛
[Code: 3654]
2024.05.25 10:23
ㅇㅇ
모바일
내아내가 성실수인이라니.... 하ㅠㅠ 개좋아 억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5ac]
2024.05.25 10:44
ㅇㅇ
모바일
아무래도 결혼반지 끼고 전애인한테 번호 물어보는거는 좀 그렇지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ㅠㅠ너무 재밌다
[Code: 7850]
2024.05.25 11:47
ㅇㅇ
모바일
핫씨 루스터도 오해하네ㅌㅌㅌㅌㅌㅌㅌ
[Code: 2124]
2024.05.25 12:17
ㅇㅇ
모바일
시발 존나 맛있어요 센세 제발 센세가 이 존나 맛있는 무순을 저도 맛 볼 수 있게해주세요 영원히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존맛존꼴ㅠㅠㅠㅠㅠㅠ
[Code: 6e22]
2024.05.25 12:58
ㅇㅇ
모바일
오해...아니 얘들아 오해가 풀려야 하는데ㅠㅠㅠㅠㅠ하지만 오히려 좋아ㅠㅠㅠㅠㅠㅠ 풀릴때까지 센세 억나더ㅠㅠㅠㅠㅠㅠ
[Code: 056c]
2024.05.25 18:20
ㅇㅇ
모바일
더줘 더달란말이다
[Code: a700]
2024.05.26 02:15
ㅇㅇ
모바일
센세 삼나더로 빨리 오해풀어줘 아니면 윗붕들은 모두죽소💣
[Code: 90ab]
2024.05.26 03:07
ㅇㅇ
모바일
아니 반지ㅠㅠㅠㅠㅠ 루스터야 반지를 생각해봐ㅠㅠ 행맨 만나는사람 생각하기전에 행맨이 할 오해를 생각해달라구ㅠㅠㅠ 어서 너네 다시 재결합해서 유룩굿하는 사이가 되달란 말이야ㅠㅠ
[Code: 5c51]
2024.05.26 19:48
ㅇㅇ
모바일
미친 제발 어나더ㅠㅠㅠ
[Code: dcb3]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