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개과 수인들이 입마개를 꼭 착용해야 된다는 법은 없어졌는데 아직 은은한 수인씹 사회라서 산책하고 있으면 은근히 눈치를 주는거지. 처음에 입마개를 껴달란 요구를 받고 중위님이 진짜 개가 아니라 수인이라서 괜찮다고 하는데도 자꾸 요구하는거야. 그래서 기분 나빠진 중위님이 브랫이 편하게 산책할 수 있게 아예 숲이 많은 지방으로 이사가려고 하는데 그러면 중위님 일터부터 모든걸 바꿔야 하니까 브랫이 반대하는거야. 자신이 입마개를 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중위님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다고. 되려 중위님이 화나서 울먹이면 브랫은 괜찮다고 토닥이겠지. 
근데 아무리 입마개를 해도 브랫은 늑대개수인이라 엄청 큰 탓에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그래서 새벽이나 밤에 사람 없는 곳만 산책하면서 브랫한테 미안해하는 중위님일거야. 

그런데 산책할 때 점점 자주 마주치는 사람과 귀여운 개가 있었는데 바로 바비와 골댕이 링컨이었음. 골댕이는 엄청 순해서 항상 꼬리 살랑이고 웃는 얼굴인데 이상하게 입마개를 하고 있는거지. 설마 저렇게 순해보이는 애한테도 누가 입마개를 요구했나 싶을거야. 서로 마주치면 인사만 하고 지나가다가 점점 친해지겠지. 그런데 골댕이가 꽤 귀여워서 그런지 같이 산책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브랫도 별로 경계하지 않고 지나가는거지. 그래서 중위님이 조심히 부탁해서 낮에도 같이 산책하러 나감. 그러다 바비와 친해진 중위님이 왜 저렇게 순한 링컨이 입마개를 하고 있는건가 해서 물어보니까 링컨이 스스로 차고 싶다고 했다는거야. 그 누구도 바비한테 시비걸거나 입마개 요구한 적도 없는데 링컨은 자기도 사납고(?) 큰 대형견이니까 입마개를 하고 있어야 바비한테 폐를 끼치지 않을거라고.. 링컨이 고집을 부려서 어쩔 수 없이 채운다고 하겠지. 그럼 왜 밤에 외진 곳만 산책했냐고 하니까 링컨이 너무 순하고 귀여워서 자꾸 다른 사람들이 링컨 머리가 반질거릴 때까지 만지려고 해서 밤에만 나왔다는 바비임. 중위님은 웃음 짓고 링컨이랑 브랫이 뛰어노는걸 지켜보겠지. 골댕이는 골댕이라서 체력도 성격도 좋아서 브랫이랑 꽤 잘 놀고 있음. 앞으로도 자주 같이 산책하자고 하면 바비도 네잇이 마음에 들어서 끄덕이겠지.

그리고 집에 온 중위님은 브랫이 잘 놀고 흥분해서 달려들면 사람 브랫한테도 입마개를 채우고 싶어짐. 만족할 만큼 산책하면 자꾸 온몸을 씹어놔서 곤란하겠지... 정작 링컨은 산책 잘 하고 오면 꿀잠자기 바빠서 바비가 깨워야 됨.

슼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