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빠! 사랑해요!
물기 어린 작은 손이 뺨을 감싸며 외칠 때 브랫은 울컥했다. 아이는커녕 결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던 지난날을 매일 매일 반성하고 회개하며 보내는 날들이었다. 버드가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빨갛고 노란 종이꽃은 어설프게 꽃잎이 겨우 붙어 있었고 브랫은 만지면 닳을세라 소중하게 손에 쥐고 사진을 찍었다. 처음 만났을 때 작디 작았던 다섯 살 어린아이는 이제 어엿한 일곱 살이 됐고 그때보다 키가 조금 더 컸다. 장밋빛 뺨이 유독 통통하고 솜털같이 부드러운 금발이 곱슬거려 아기천사 같았다. 아이를 끌어안으면 순한 섬유유연제 냄새와 베이비 로션 향이 났다. 브랫 인생에 가장 부드럽고 말랑하고 따뜻하고 유약한 존재가 품에 있었다. 버드를 만난 이후로 브랫은 단 한 번도 면도를 건너뛴 날이 없었다. 혹여라도 시도 때도 없이 안겨오는 아이의 말랑한 뺨이 까슬한 수염에 긁히기라도 할까봐 어떤 날은 하루에도 두 번은 면도했다. 품에 안고 일어서면 껑충 높아지는 높이에 버드가 신나서 소릴 지르며 매달려왔다. 무게감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마치 천국에 있는 것처럼.
아빠, 사랑해요...
물기 어린 커다란 눈동자가 온통 흔들리고 있었고 거기에 브랫의 심장이 철렁했다. 마르고 긴 손가락이 브랫의 두툼한 손가락 사이사이로 얽혀들었다. 어릴 때 얼굴을 그대로 해놓고 저렇게 울고 있으면 브랫은 속수무책으로 버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달래줘야 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됐다. 몇 번은 웃으면서 달래고, 또 몇 번은 처음으로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해 달랬다. 그럴 때마다 버드는 슬프게 웃거나 슬프게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브랫은 아이를 저렇게 만든 게 모조리 자기 책임이라 깨달으며 버드를 끌어안았다. 이제는 품안에 가득차는 여리지만 단단한 몸이 여전히 따뜻했고, 전처럼 오동통한 입술에 입맞추며 사랑한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브랫은 버드를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우는 아기를 달래던 때와 같은 방식으로 할 수 없음을 알았다. 품안의 버드는 브랫에게 여전히 어린아이였지만, 이제 버드는 브랫에게 그 이상을 원하며 비탄에 젖어 있었다. 버드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줬고, 여전히 그러고픈 마음밖에 없는 브랫은 지금 벌을 받고 있었다. 마치 지옥에 있는 것처럼.
브랫버드 슼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