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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18

 

시작이 꼬여 다시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유부녀가 된 허니를 마주하게된 데이비드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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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데이비드는 앳된 소년의 티를 벗어나 얼굴의 선이 더 굵어져 있었고, 어깨는 더 넓어져 있었다. 그에 반해 허니는 키가 아주 조금 커졌고 어릴 적에는 볼 수 없었던 곡선이 몸에 생겼다. 그 둘은 어수선한 파티장에서 서로를 조용히 바라만 볼 뿐이였다. 데이비드의 손에는 와인이 담긴 잔이, 허니의 왼손 약지에는 결혼반지가 있는 채로 말이다.

 

당장이라도 뒷문을 박차고 나가 작은 오두막에서 시시한 비밀 얘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의지했던 그 시절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 둘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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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그 쯤에서 끝내고,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때 비 가문에서 열리는 자선 파티에 참석하거라. 희귀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한 모금을 위해 연다고 하더구나.”

“...비 가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집 외동딸인 허니랑도 잘 놀지 않았니. 아직도 연락하니?”

“...딱히 잘 안합니다.”

“뭐 그래도 어릴때는 잘 놀았잖니? 이번에도 빠지면 네 아버지 뒷감당 못 한다, 나는.”

 

 

 

데이비드는 조용한 아침 식사를 원했을 뿐이다.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넓은 대저택의 부엌에 울려퍼지다 말고, 갑자기 자선파티에 참석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는 스푼을 입에 가져가려다가 내려놓았다. ‘허니’라는 이름이 들리자 그는 잠시 생각에 빠진듯했다. 자신의 할 말만 끝내더니 데이비드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를 떠나는 그의 어머니였다. 

 


 

“…파티가 언제입니까?”

“12월 23일이란다. 이제 착한 아들노릇 해주려고 그러니? 이 엄마는 기쁘구나.”

“어디서 열립니까?”

“예전에 허니가 살던 옆집 있지? 거기에 다시 이사왔다고 하더구나. 한달 전에 이사왔더라고.”

 

 

비 가문은 제약 회사를 운영하는 가문으로, 처음엔 중소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회사가 커지면서 대기업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다임가문은 노스캐롤라이나를 꽉 잡고 있는 법조계 집안이였다. 우연히 둘의 저택은 바로 옆 집이였고 자연스레 비 가문의 장녀 허니와 다임 가문의 장남 데이비드는 태어날때부터 함께 해왔던 사이였다. 

 

운명적이게도 둘은 겨우 일주일 차이로 태어났으며 허니가 생일이 더 빨랐다. 둘의 모친들은 사교라는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권력이 있는 집안과 연결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그녀들은 이웃사촌이라는 이름하에 기업과 사법부의 결합이라는 목적을 서로 감추고 친목을 다지기 시작하였다. 자연스레 데이비드와 허니 역시 가까워질 수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모두 같은 사립학교를 나왔고 둘이 붙어다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였다.

 

 

 

“오늘도 아빠한테 혼났어?”

“어떻게 알았어?”

“데이비드 너 얼굴에 다 써있는데. 딱 봐도 기분 안 좋아보여. 내가 그거 고치라고 했잖아.”

“문학에서 A-를 받았다고 뭐라하시잖아.”

“혼날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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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까지 그럴래?”

“우리들같은 집 자식들은 표정을 숨겨야 욕 안 먹는다니까. 유치하게 그럴거야?”

“우리 아버지같은 말 하지마.”

“넌 참 어리다. 조금만 기다려봐, 곧 우리 세상일테니까.”

 

 

 

15살이 되어서도, 그 둘은 허니의 집 뒷마당에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였다. 학교에서도 붙어다닌 걸로 모자라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데이비드는 빠르게 허니의 뒷마당으로 달려갔다. 그때는 이미 허니의 집 사용인이 데이비드가 문을 열고 들어와도 이젠 아무렇지 않게 내버려둘 정도가 되었다. 

 

시험 결과가 나오자마자  A+을 받지 못 한 거에 대해 책망을 듣고 나온 데이비드는 어서 빨리 허니에게 이 슬픈 소식을 들려주고 싶었지만, 항상 허니는 자신의 아버지같은 말을 하면서 잔소리같은 위로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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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혼나고 온 데이비드의 표정은 항상 뚱해있었다. 누가봐도 기분 나쁜 아이처럼. 허니는 마치 그의 엄마라도 된 것처럼 뚱해있는 데이비드의 턱 아래를 매만져주었다. 그는 이런 허니의 손길이 싫지 않아 항상 하지말라고 하면서도 가만히 받아내었다. 

 

둘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게 없었기에 항상 아버지에게 혼이 나고 기분이 상한 채 오는 데이비드의 투정을 허니는 들어주었다. 그 역시 허니가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오는 날이면 그녀의 종아리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둘은 항상 붙어있었기에 서로가 없는 일상은 그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였다. 

그랬던 허니와 데이비드가 서로의 얼굴을 못 본지는 15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허니와의 연락이 끊겼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데이비드였다. 19살의 그는 집이 싫증 날대로 나 있는 혈기 어린 남학생이였다.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규율을 따라야만 하는 다임가의 생활은 그를 옥죄어 왔고 그는 대학교에 합격하자마자 휴학 신청서를 내버렸다. 그의 누나인 데이지는 극구 그를 말렸지만 데이비드의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사람이였다. 

 

그 댓가로 데이비드는 프롬날 체육관 한 가운데에서 허니에게 뺨을 맞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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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지 못 해서 미안해 허니. 나 입대해.”

“뭐? 지금 그게 무슨 개소리야.”

“너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변호사가 되기 싫은지! 아버지를 따라서 지겨운 판검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걸,”

“어떻게..어떻게 그런 결정을 나한테 한 번도 말하지 않고 이렇게 통보를 할 수가 있는데?”

“너가 알면 무조건 반대할 게 뻔했으니까-”

“그렇다고 나한테 말도 없이, 프롬날에 통보를 하는거야?”

 

 

분명 체육관에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둘은 행복한 상태였다. 졸업을 앞두고 설렘 가득한 프롬에서 허니와 데이비드는 멋지게 차려입고 그 밤을 즐길 생각이였다. 파트너와 함께 조용한 블루스 음악이 나오는 순간 허니는 자연스레 데이비드의 어깨에 팔을 둘렀고, 그도 마찬가지로 허니의 허리에 어느새 그녀의 손을 다 감출만큼 커진 손을 얹었다. 허니는 그 순간 고백할 심산이였다. 결혼은 아버지가 정한대로 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 전까지만이라도 연애를 즐기고 싶었다. 

 

 

허니는 데이비드가 그 상대가 되길 원했다. 조금씩 입을 떼던 그 순간 먼저 데이비드가 말을 하였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허니의 표정이 일그러지게 하였다. 졸업하면 바로 군대에 들어갈 거라는 데이비드의 말에 허니는 머리가 멍해졌다. 

 

 
 

“너 설마 아직도 집에서 도망친다는 철 없는 소리 하는거야?”

“그렇게 말하지마, 허니.”

“우리가 알고지낸지 19년인데, 어떻게 결정을 나한테 상의도 없이-”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우리 사이가 대체 뭔데? 그냥 소꿉친구잖아. 나한테 뭘 바라는거야?”

 

둘의 언성은 서서히 커져갔다. 철이 없다는 허니의 말에 데이비드는 기분이 상했고, 자신들의 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데이비드의 말에 허니 역시 기분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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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야.”

“...뭐..?”

“소꿉친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

 

 

짝하는 타열음이 장내에 퍼졌다. 모두가 수군거렸고 데이비드의 고개는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허니는 눈물이 가득차올라 부들부들 떨면서 데이비드를 노려보면서 흐르려는 눈물을 겨우 참고 있었다. 뺨을 부여잡은 데이비드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허니는 프롬 파티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실크로된 검은색 드레스 밑단과 머리칼이 함께 펄럭이는 그녀의 뒷모습이 데이비드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였다.

 

그 이후에 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 세 달이 지나도 허니에게서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마주쳐도 그녀는 아는척 하지 않았고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은채 빠르게 지나칠 뿐이였다. 결국 허니는 졸업식에서도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데이비드가 훈련소에 있는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봐도 허니는 받지 않았고, 일병이 되어 집에 왔을때 그녀의 저택은 비워져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허니의 수소문을 하였지만 친구들 그 누구도 그녀의 소식을 알 수 없다는 허망한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그는 그러면 안됐다고 말하는 데이지의 말에 무어라 대답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렇게 평생을 알고 지냈던 허니는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져버렸다. 휴가를 나올때마다 그녀에게 전화를 하였지만 상병이 되던 해까지 답이 없자 데이비드 역시 포기를 하였다.

 

 

 

그러고 15년이나 지금에서야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그 앞에 주어졌다. 데이비드는 크리스마스에 당일에만 집에 얼굴을 비치고 도망치듯 다시 복귀하는게 일상이였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지는 그 자신도 정확히 몰랐다. 왜인지도 모르면서 데이비드는 허니를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의 휴가를 받아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데이비드는 허니의 이름을 되내였다. 기다렸던 23일이 되자 아침부터 옆집 앞으로 여러 트럭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프리미엄 케이터링 업체일테지, 과시하기 좋아했던 허니의 아버지 다운 취향이였다.

 

 

“데이비드 사교 파티에 가주는거니? 드디어 철 들었구나. 누나는 감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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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가 역시 모두가 참석할 예정이였다.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데이지는 드디어 철 들었냐면서 연착한 비행기때문에 택시를 타고 급하게 도착한 데이비드의 어깨를 토닥였다. 군복도 갈아입지 못 한 채 파티에 늦었다며 나가야한다는 어머니에 의해 허니의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허니가 이사를 가고 나서 비워져 있었던 고급 저택이 몇 년만에 반짝이면서 사람들이 가득찬 파티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치가, 사업가 등등 한 재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자 데이비드는 눈쌀을 찌푸리고 싶었지만 이제 그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숙한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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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중년의 남성이 샴페인이 든 잔을 위로 올리며 인삿말을 시작하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는 딱히 집중하지 않은 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지만. 그가 청소년이였을때, 여기저기 사교파티에 불려다니며 꽁해있는 표정을 짓고 답답하다는 티를 내면은 항상 아버지에게 조용히 한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제까지 어리광 부릴거냐.”

 

귀찮았던 어른들 앞에서 격식있게 인사하고 관심도 없는 시사 얘기를 들으며 버텼던 그 시절이 상기되어 데이비드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뿐이였다. 만나길 기대했던 허니의 얼굴도 보이지 않고 군복을 입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상대하는 것도 귀찮았다. 그 남자가 떠들던 말던, 신경도 안 쓰고 잔을 돌리면서 샴페인이 이리저리 휘저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번 파티는 저희 아내가 많이 준비했는데, 다들 만족하셨으면 좋겠군요. 하하. 고향에 돌아온다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자상하시네요.”

“아내 자랑을 이렇게 하는겁니까?”

 

“아뇨. 그저 사실만 말했을 뿐입니다. 자, 당신이 얘기 해봐”

“네 알았어요. 음..일단 비 제약회사에서 주최한 이 자선파티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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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분명히 기억하는 그 목소리를 듣자, 그는 빠르게 사람들 틈으로 다가갔다. 조금씩 빠르게 틈을 헤치고 나가자 눈에 보이는 것은 가슴골이 조금 보이는 고급진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허니가 서있었다. 인사말을 시작하던 남자가 팔을 허니의 맨 어깨에 두르고 자신의 옆에 그녀를 밀착시킨 채 함께 있다는 것도 데이비드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우리는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들이 병을 이겨내고 더 밝고 희망찬 꿈을 꿀 수 있는 순간을 함께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이 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거에요.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건배를 하면서 잔을 들어올렸다. 허니 역시 수줍게 웃으면서 잔을 들어올렸다. 누나는 허니가 몰라보게 예뻐졌다면서 소근거렸다. 

 

“허니 옆에 있는 저 남자는 누구야.” 

“무슨..소리 하는거야? 저 남자 허니 남편이잖아. 너 몰랐니? 아니, 허니가 말 안 해줬-”

“남편? 그게 무슨 소리야. 남편이라니.”

“허니 결혼했잖아. 13년전에. 너 허니한테 못 들었어?”

 

“사랑하는 아들,딸아. 가정교사가 그렇게 가르치든?”

 

소근 거리는 남매를 보고 그들의 어머니는 조용히 주의를 주었다. 그녀의 말에 둘은 입을 다물었지만, 데이비드는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결혼이라니, 그는 빠르게 허니를 다시 훑어보았다. 말간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더 성숙해져있었고 그녀의 어깨에는 남편이라는 작자의 손이 여전히 올라가 있었다. 샴페인 잔을 든 허니의 왼쪽 약지에는 다이아몬드가 크게 박혀있는 반지가 끼워진 채로 그녀는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허니와 남편의 모습은 너무나 완벽해보여서 데이비드가 끼어들 틈도 없어보였다. 끼어들 틈이라니? 그는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에 역겨움과 동시에 후회를 느꼈다. 먼저 떠나버린 건 자신이지만 저 둘 사이를 질투와 엇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에 조소하였다. 예상하지 못 했던 상황에 데이비드는 그대로 집으로 향할 생각으로 등을 돌렸다.

 

 

“오랜만이네요.”

“허니양도 그 동안 많이 컸군요.”

“벌써 15년이나 지났는걸요, 그런데 미세스 다임은 여전히 그대로시네요. 예전처럼 말씀 편하게 하세요. ”

“어머, 그래도 될까요? 못 본새 많이 능숙해졌네요.”

 

 

그 순간, 어느새 다가온 허니가 데이비드의 어머니와 능청맞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무시하고 지나가려 하였지만 그녀가 데이비드의 팔을 붙잡고 허니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여긴 데이비드. 몰라보게 컸지? 둘이 친하게 지냈었잖아요.”

“..오랜만이네. 군복 참 잘 어울린다.”

“…...”

“얘가 아직도 이렇게 말주변이 없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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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떼는 허니에 데이비드는 헛웃음이 나올뻔 하였지만 겨우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간에 낀  데이지만이 불안하게 둘을 지켜볼 뿐이였다. 둘의 사정을 알리가 없는 그들의 어머니만 속이 편한 채로 허니와의 인사를 종용하였다. 

 

“우리 자주 못 본 거 같아 그치?”

 

데이비드는 뒤틀리는 속을 가라앉히느라 턱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왼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해오는 허니에 그는 잠깐 멈칫하였지만 그것을 받아주었다. 부드러운 그녀의 손을 잡자 약지에 낀 거슬리는 반지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가봐야겠다며 짧은 인사를 마친 허니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파티가 무르익어가면서 다들 즐거운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데이비드만 제외하고. 15년만에 겨우 만난 소꿉친구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졌다. 분명히 자신도 마지막으로 ‘우리는 소꿉친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기분이 더러워졌다. 바보같은 데이비드, 마주하지 못 했던 그 시간동안 둔했던 자신의 감정을 그제서야 깨닫고 미간을 찌푸리며 오늘따라 쓰게 느껴지는 샴페인을 넘기고 있었다. 

 

 

 

 

허니와 그렇게 연락이 끊기고 난 후 단 한 번도 깊은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몇 명의 여자들을 만나긴 했지만 다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이비드의 무심한 태도를 지적하면서 떠나갔다. 

 

그런데 허니가 13년전에 이미 결혼을 했다니, 데이비드가 그녀를 떠난건 20살이 되자마자 훈련소로 들어가면서였다. 그는 21살이 되자마자 허니가 결혼을 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야했던 이유를 묻고싶었지만 물을 수도 없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누나인 데이지를 찾았지만 어느새 아버지 손에 이끌려 여러 사업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젠장.’

 

“왜 혼자 있어.”

 

 

굳은 표정으로 애꿎은 잔만 꽉 붙잡은 채로 서있던 데이비드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익숙한 목소리에 허니가 자신의 뒤에 서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데이비드는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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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재미 없니? 열심히 준비한다고 한건데.”

“...언제 결혼했어?”

“재미 없나보네. 말 돌리는거 보니까.”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그러는 너도 나한테 말 안 하지 않았어?”

 
 

부드럽게 맞받아치는 허니에 데이비드는 할 말을 잃었기에 입을 다무는 쪽을 선택하였다. 아무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데이비드의 표정이 꽤나 볼만했는지 허니는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여전히 그 버릇 못 고쳤네.”

 

 

자신도 모르게 미간에 힘이 들어갔는지 허니가 빠르게 그의 표정을 잡아내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찬찬히 데이비드에게 다가가서 마치 어릴 때 그랬던 것 처럼 그의 턱 아래를 매만졌다. 조금은 당황한 데이비드가 살짝 몸을 떼어내자 허니는 손짓을 멈췄다.

 

 

“아..미안. 이젠 싫어하니?”

“아-”

 

“허니! 여기있었네. 이 멋진 군인 분은 누구셔?”

“아 여보, 오셨어요.”

 

 

허니의 남편이란 작자가 다가오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몸을 밀착시켰다. 그 역시 그런 그녀를 품 안에 꽉 쥐면서 데이비드를 바라보았다.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였다. 

 

 

 

“여기는 데이비드 다임. 당신도 미스터 다임 알죠? 그 분 아들이에요. 고등학교 친구였고. 데이비드, 이쪽은 내 남편 딜런이야.”

“반갑습니다. 딜런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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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은 데이비드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내민 손이 민망하지 않게 데이비드는 악수를 받았고 그와 동시에 빠르게 딜런을 훑어보았다.  허니보다 족히 20살은 많아 보이는 남자는 포마드 머리를 한 채 누가봐도 비싼 양복을 입고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봤을때는 둘의 관계가 부녀관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나이차가 많아 보였다. 

 

 

“오랜만에 친구끼리 대화하는데 제가 방해를 한 건 아닌가 싶네요.”

“그런거 아닙니다.”
 

“의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가봐야할 거 같아요. 허니 대화 나누고 있어.”

“갔다오세요. 기다릴게요.”

 

허니는 자연스럽게 딜런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춰왔다. 딜런은 자신의 수행원과 함께 급하게 볼 일이 생겼다며 떠나버렸다. 왜인지 모르게 허니가 딜런과 입을 맞대는 걸 본 순간 데이비드는 안에서 무언가가 꼬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우리가 고등학교 친구..였을 뿐인가.”

“음..글쎄 소꿉친구라고 했어야했나.”

“….허니.”

“우리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니잖아. 그치?”

 

 

허니가 데이비드의 팔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조명에 비쳐 반짝이는 그녀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더 데이비드 눈에 들어왔다. 허니는 자신도 가봐야겠다며 뒤돌아서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마치 15년전 프롬에서처럼. 데이비드는 속이 뒤틀리는 느낌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빠르게 집으로 향하였다. 

 

 

집에 도착한 데이비드는 거칠게 군복을 벗어 던져내었다. 자신의 넓은 방 침대에 걸터 앉아 상황이 왜 이렇게 꼬인건지 알아내려고 하였지만 알 수가 없었다. 15년만에 만난 허니가 유부녀라는 사실에 짜증이 날 대로 난 그는 잠시 끊었던 담배를 들고 발코니에 올라섰다. 쌀쌀한 날씨에 데이비드의 코끝이 조금 붉어졌다. 

 

 

허니의 집이 바로 옆집이였기에 아직도 파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인영과 밝은 불빛이 새어나왔다. 데이비드는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던 그 순간 허니 역시 그녀의 집 발코니에 서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딘가 위태롭게 서있던 그녀의 뒤로 딜런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자신이 있다는 것을 감추고 싶었던건지 데이비드는 라이터를 빠르게 닫고 그 둘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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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은 허니의 얼굴을 한 손으로 잡더니 귀에다 대고 무어라 속삭이는 것처럼 보였다. 허니는 가만히 듣다가 안으로 들어가는 딜런을 지켜보지도 않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였다. 데이비드는 허니가 다시 안으로 들어갈때까지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그 순간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는 혼자 그렇게 사라지면 어떡하냐고 잔소리를 하였고 아버지는 그의 태도가 불만족스러운지 불편하다는 헛기침을 하였다. 데이비드는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는 부모님을 인내하고, 데이지의 방으로 쳐들어가다시피 들어갔다. 놀라서 핸드백을 던지는 그녀의 행동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늘어놓았다.

 

 

“저 남자 뭐야? 허니 얘기 뭐냐고.”

“너 군대 가 있는 동안 허니 결혼했다니까? 너 군대에 있다고 자기가 따로 연락할거라고 했단말이야. 못 들었어?”

“저 남자는 대체 뭔데? 결혼까진 이해해. 근데 무슨 아버지뻘인 자식이랑 있냐고.”

“너 말조심해. 그 사람 국회의원이야. 너희 아무사이 아니라면서 왜 이제와서 이래?”

“...갑자기 왜 결혼한거래? 이유가 뭔데.”

“알면 너가 뭐 어쩌려고 그러는건데? 제발 나가. 누나 피곤하다.”

 

나가라고 손을 이리저리 휘젓는 데이지의 말에도 데이비드는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볼 뿐이였다.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저 눈빛, 데이지는 질린다는 듯한 한숨을 내쉬고 그를 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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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래서 내가 그때 군대 가지 말라고 했잖아. 어휴.”

“알잖아. 난 원하는 걸 얻을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란거.”

“몇 개월만에 집에 와서 꼭 괴롭혀야겠니 나를?”

“하루종일 기다릴 수도 있어.”

 

 

결국 두 손을 다 든 데이지는 화장을 지우면서 데이비드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의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린 허니가 21살이 되던해에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알렸다고 한다. 물론 그것에 대한 이유도 있었다. 데이비드가 군대에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 비 회장이 무리하게 진행하던 사업이 있었는데 임상시험에서 사망했던 사람들이 급증했고 출시되었던 약의 부작용이 밝혀졌었다. 결국 비 제약회사는 크게 휘청였고 주식마저 폭락하던 찰나 여론의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기업이 없어지네 마네 하던 찰나 조금씩 문제들이 감춰지기 시작했고 허니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고. 능력있는 국회의원인 딜런 브라운과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였다.  나이차가 무려 24살이나 났기에 다들 놀랐지만 으레 재벌들의 결혼이 그렇듯 사랑보단 이득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들 그 딜런 덕분에 회사의 문제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고 한다. 

 

“뭐, 다들 저 계약결혼일거라고 했지만 아까 너도 봤잖아? 둘이 사이 좋아 죽던걸. 쇼일수도 있겠지만 13년동안 그렇게 열심히 쇼하는 사람들이 어디있겠니?”

 

결국 허니는 팔려가듯이 결혼을 하였지만 지금까지 남들이 부러울 정도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데이지는 말하였다. 자신이 군대에서 흙먼지 속에서 구르던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났을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연락을 포기했던 데이비드는 자신의 끈기를 탓하고 싶은 순간이였다. 다 엮여있는 거라며 사고치지 말라고 말하는 데이지는 방 밖으로 데이비드를 쫓아내었다. 

 

 

“얘기 그게 끝이야?”

“그게 다야. 제발 나가줘. 동생아 제발.”

“아니 잠깐,”

 

 

방 문 앞에 내쳐진 데이비드는 발코니에 멍한 표정으로 서있던 허니의 잔상이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가렛너붕붕 다임너붕붕

 

 

2024.04.23 00: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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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건 문학이야.. 대작의 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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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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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진짜 대작이다 …. 대작의 시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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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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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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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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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센세 다음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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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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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진짜 대작의 시작이다.....하면서 내렸는데 댓글들도 다 그러넼ㅋㅋㅋㅋ센세 빨리 억나더 줘요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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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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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흥미진진하다.... 센세는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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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1: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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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ㅁㅊㅁㅊ 개쩐다 센세 최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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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1:33
ㅇㅇ
ㅈㄴ쫄깃해요 센세 억나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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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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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미미미쳤어.... 센세 제발 다음펀을...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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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4: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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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벽에 만난 대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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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7: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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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작은 센세의 억나더가 있어야만...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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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2: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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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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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2: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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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길이 뭔데 센세 움쪽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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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8: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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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 없으면 죽어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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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23: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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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센세 억나더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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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6: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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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해보이는 허니랑 화려한 파티, 유부녀가 된 알지못했던 첫사랑 보며 기분 안좋은 다임한테서 위대한 개츠비 느낌도 나고 좋다...센세ㅜ어나더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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