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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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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gif ㅎㅎㅎ.gif]()
행맨은 미라클미션에 차출되기 전까지 밥을 몰랐겠지만, 밥은 행맨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때는 밥이 막 스크리밍 이글스로 부대이동을 하고 적응을 하고 있었을 때였음. 밥은 같은 부대 동료와 함께 관사로 가고 있는데 관사 앞 주차장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있는 어떤 금발의 남자를 봤음. 대화내용에 대해 굳이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대방과 싸우는 것인지 언성이 높아져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됨.
"역시 이번에도 3개월인가?"
"3개월?"
"아, 사람을 만나면 길어봤자 3개월밖에 못 가거든. 대부분 빠른 권태기? 아니면 바람으로 헤어지더라고."
밥은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길어봤자 3개월밖에 못 간다는 행맨에 대한 얘기를 듣고 사람이 좀 가벼운가라고 생각하는데 그 동료가 한 마디 더 덧붙이는 거지.
"그러고 보니 저번에 그 제이크 세러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그랬지? 저 사람이야."
밥은 자기가 속한 부대는 아니지만 같은 기지에 자기 세대에서 유일하게 적기격추기록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그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하고 궁금해했었음. 누군지는 몰라도 되게 멋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는데 그게 '아, 역시 얼굴값 하는구나'로 바뀐거지.
아무튼 그 이후로도 슈퍼인싸인 행맨에 대한 소문은 계속해서 들려왔음. 이번에도 윙맨을 버렸다는 그런 소문. 밥은 행맨과 직접 대화를 해본 적은 없지만, 실력과 별개로 인성은 별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지.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밥과 행맨은 미라클 미션에 차출이 되서 탑건으로 향하게 됨. 하드덱에서 조용히 팝콘을 먹고 있던 자신에게 스텔스 파일럿이라고 부르거나, 자신의 콜네임을 가지고 놀리듯이 말하는 등 밥은 슬슬 짜증이 나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겠지.
저 양아치랑 진짜 안 맞는다 하고.
그러다가 밥은 출격금지명령임에도 출격해서 동료를 구해내는 걸 보고 행맨을 다시 보게 될거임. 티는 안 냈지만, 행맨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접하기 전에 있었던 행맨에 대한 동경도 다시 생겼을 거고.
르무어기지로 복귀하고 나서 밥은 메버릭은 분명 죽었을 거라고 단언하던 자신과 다르게 매버릭을 구하러 간 루스터,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한 행맨까지. 자신이 너무 쉽게 동료를 포기한 건 아니었던 건지 비교하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게 예전보다 더 도서관에서 사는거임.
그러다가 어느 날, 오전 훈련이 좀 힘들었던 건지, 식곤증이었는지,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따뜻했던 건지, 봐야 할 것이 책상에 쌓여있는데 밥의 눈이 점점 감겨왔음. 밥은 이렇게 졸지 말고 차라리 잠시만 눈 좀 붙이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안경까지 벗어놓고 책상에 엎어져서 눈을 감았음.
그것도 잠시 분명 도서관 사서 빼고는 아무도 없을 도서관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느껴졌음. 밥은 잠귀가 예민해서 잠에서 어렴풋이 깼겠지. 한숨을 살짝 내쉰 밥은 누군지는 몰라도 얼른 나갔으면 하는데 뭔가 익숙한 목소리인 거야. 미라클미션이 끝나고 부대에 복귀해서도 자신을 베이비라고 능글스럽게 부르는 행맨의 목소리였음.
밥은 행맨이 저를 놀리기는 했지만, 대화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문으로만 함부로 행맨을 판단했던 것이 미안해서 부대에 복귀하고 나서 행맨을 슬쩍 피하고 있었기에 그냥 가만히 잠자는 척을 하고 있었음.
밥은 행맨이 도서관에서 나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창가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따뜻해서 다시 잠에 빠져들고 있었음. 그래서 뚜벅뚜벅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도 그냥 꿈을 꾸고있거나, 잘못 들었나 싶었겠지. 다가오던 발자국 소리도 어느새 사라지고 몇 분간 조용했으니까.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밥은 도서관도 조용하고, 이 정도면 행맨도 나갔겠다 싶어서 눈을 떴어. 잤다 깼다 해서 졸리고 몽롱한 상태이지만 차라리 자료들을 빨리 보고 퇴근해야겠다 싶어서 고개를 들었음.
그런데 아무래도 계속 꿈인가 봐. 그게 아니라면 행맨이 눈앞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밥은 눈을 끔뻑거리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 행맨을 보면서 말했어.
"...행맨?"
"...도서관 죽돌이라더니 사실은 잠꾸러기였나 봐?"
밥은 자신의 말에 멈칫하더니 퍽 다정하지 않은 말을 건네오는 걸 보고 이게 꿈이 아니라는걸 깨달았지만, 어째서 행맨이 제 머리에 붙어있지도 않는 먼지를 떼어내는 척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음.
그 이후로, 크게 다를 바 없는 밥의 일상에 행맨이 추가됐어. 처음에는 도서관에 오지도 않던 행맨이 왜 이렇게 자주 도서관에 오는 건지 불편하기도 했지만, 행맨은 조용히 밥의 맞은편에 앉아서 책을 읽었기에 뭐라고 할 수도 없었겠지. 밥이 책을 읽다가 잠깐 고개를 들 때마다 행맨과 눈을 자주 마주쳤겠지만, 밥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거임.
그런데 같이 다니다 보니 편한 거지. 혼자 도서관에 다녔을 때에는 식사도 거르기 일쑤였는데 행맨과 같이 있을 때는 행맨이 커피도, 간식도 챙겨주고, 식사시간이 다가올 때는 자신을 콕콕 찌르면서 베이비는 이제 밥 먹으러 갈 시간이라면서 꼬박꼬박 챙겨주기도 했고,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은근히 다정한 면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될거임.
그러다 어느날, 행맨이 파견 때문에 밥이 2주정도 혼자 도서관을 가게 되고, 밥이 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행맨을 부르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아무도 없는 맞은편 자리를 보고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었을거임.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 때마다 행맨과 눈을 마주쳤는데 텅 빈 자리만 있으니까 뭔가 어색한거지. 처음에는 그저 불편했던 행맨이였는데 어느새 행며들은 밥인거야.
밥이 무의식적으로 행맨을 찾던 2주가 지나고, 행맨이 복귀하기로 한 전날밤, 밥은 자기전에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자료를 찾게되고 고민에 빠져. 파견을 나가기 전에 행맨이 복귀날에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했는데 오후에 이 자료를 봐도 되나 잠시 고민했지만 잠깐만 읽고 준비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근무가 끝나고 도서관에 갈거임.
하지만 학구열 높은 밥이 그게 될 리가 있나. 밥은 근무를 끝내고 몇 장만 보려고 했던 자료를 앉은 자리에서 몇십 장을 읽어내다가 잠시 목을 축이려고 자료에 눈을 고정시킨채로 물병을 더듬거리면서 찾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손에 물병을 쥐어주는거임. 밥의 손에 물병과 함께 누군가의 손가락이 닿아서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온 건지도 모를 행맨이 제 맞은편에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음. 그리고 밥은 어느 순간부터 행맨이 저런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봤던거지하고 생각하게 되겠지.
밥이 멍하니 행맨을 쳐다보다가 아차 싶어서 급하게 핸드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하는데 역시나 약속시각은 훌쩍 넘겨있었고 행맨으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 문자가 쌓여있을거임. 행맨한테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행맨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피식 웃음. 밥은 제 안절부절한 얼굴이 그렇게 웃겼나 싶어서 괜시리 웃음을 참는 행맨의 다리를 발로 가볍게 툭 쳤는데 오히려 더 웃음을 참는 게 느껴졌음.
"...도서관이니까 그만 좀 웃지. 백맨."
행맨은 중얼거리는 자신의 말을 들은 것인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더니 얼굴을 제 귓가에 가까이 가져다 대고 말했음.
"그러니까 뭘 그렇게 집중해서 보는 거야 베이비. 아까부터 계속 쳐다봤는데 그정도로 재미있었어?"
갑자기 훅 들어와 속삭이는 행맨의 목소리에 밥은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났음. 행맨의 낮은 목소리 탓인지, 훅 들어온 행맨의 잘난 얼굴 때문인지는 몰라도 심장이 두근거렸을거임. 그와 동시에 이게 뭔가 싶었을 거야.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은 행맨한테서 느끼면 안 될 감정이거든. 뭐든지 확실하게 하는 게 좋은 밥이라 자기감정도 언제나 확실하게 아는 밥일거임. 그래서 이 감정은 연애할 때나 느끼는 감정이라는 걸 바로 알았겠지.
급하게 일어나느라 쿠당탕거리는 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고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밥과 행맨에게로 쏠렸겠지. 사람들은 새빨개진 밥의 얼굴과 능글거리는 표정의 행맨을 보아하니 저 행맨이 또 애기대위를 놀렸겠구나 하고 신경을 껐겠지만 행맨은 평소와 다른 밥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거야. 드디어 밥한테서 반응이 왔구나 하고.
안 봐도 붉어졌을 게 뻔한 제 얼굴을 한 손으로 가려보려던 밥은 씨익 웃으면서 제게로 다가오는 행맨을 보자 행맨을 처음 도서관에서 봤던 때가 떠올랐어.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 흐릿하게 보였던 행맨의 얼굴이 저런 얼굴이었던 거 같다고. 그리고 밥은 얼굴을 가린 제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도서관 밖으로 이끄는 행맨을 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거임. "아.. 망했다"하고.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빨리 고백해라
행맨밥



행맨은 미라클미션에 차출되기 전까지 밥을 몰랐겠지만, 밥은 행맨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때는 밥이 막 스크리밍 이글스로 부대이동을 하고 적응을 하고 있었을 때였음. 밥은 같은 부대 동료와 함께 관사로 가고 있는데 관사 앞 주차장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있는 어떤 금발의 남자를 봤음. 대화내용에 대해 굳이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대방과 싸우는 것인지 언성이 높아져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됨.
"역시 이번에도 3개월인가?"
"3개월?"
"아, 사람을 만나면 길어봤자 3개월밖에 못 가거든. 대부분 빠른 권태기? 아니면 바람으로 헤어지더라고."
밥은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길어봤자 3개월밖에 못 간다는 행맨에 대한 얘기를 듣고 사람이 좀 가벼운가라고 생각하는데 그 동료가 한 마디 더 덧붙이는 거지.
"그러고 보니 저번에 그 제이크 세러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그랬지? 저 사람이야."
밥은 자기가 속한 부대는 아니지만 같은 기지에 자기 세대에서 유일하게 적기격추기록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그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하고 궁금해했었음. 누군지는 몰라도 되게 멋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는데 그게 '아, 역시 얼굴값 하는구나'로 바뀐거지.
아무튼 그 이후로도 슈퍼인싸인 행맨에 대한 소문은 계속해서 들려왔음. 이번에도 윙맨을 버렸다는 그런 소문. 밥은 행맨과 직접 대화를 해본 적은 없지만, 실력과 별개로 인성은 별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지.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밥과 행맨은 미라클 미션에 차출이 되서 탑건으로 향하게 됨. 하드덱에서 조용히 팝콘을 먹고 있던 자신에게 스텔스 파일럿이라고 부르거나, 자신의 콜네임을 가지고 놀리듯이 말하는 등 밥은 슬슬 짜증이 나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겠지.
저 양아치랑 진짜 안 맞는다 하고.
그러다가 밥은 출격금지명령임에도 출격해서 동료를 구해내는 걸 보고 행맨을 다시 보게 될거임. 티는 안 냈지만, 행맨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접하기 전에 있었던 행맨에 대한 동경도 다시 생겼을 거고.
르무어기지로 복귀하고 나서 밥은 메버릭은 분명 죽었을 거라고 단언하던 자신과 다르게 매버릭을 구하러 간 루스터,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한 행맨까지. 자신이 너무 쉽게 동료를 포기한 건 아니었던 건지 비교하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게 예전보다 더 도서관에서 사는거임.
그러다가 어느 날, 오전 훈련이 좀 힘들었던 건지, 식곤증이었는지,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따뜻했던 건지, 봐야 할 것이 책상에 쌓여있는데 밥의 눈이 점점 감겨왔음. 밥은 이렇게 졸지 말고 차라리 잠시만 눈 좀 붙이고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안경까지 벗어놓고 책상에 엎어져서 눈을 감았음.
그것도 잠시 분명 도서관 사서 빼고는 아무도 없을 도서관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느껴졌음. 밥은 잠귀가 예민해서 잠에서 어렴풋이 깼겠지. 한숨을 살짝 내쉰 밥은 누군지는 몰라도 얼른 나갔으면 하는데 뭔가 익숙한 목소리인 거야. 미라클미션이 끝나고 부대에 복귀해서도 자신을 베이비라고 능글스럽게 부르는 행맨의 목소리였음.
밥은 행맨이 저를 놀리기는 했지만, 대화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문으로만 함부로 행맨을 판단했던 것이 미안해서 부대에 복귀하고 나서 행맨을 슬쩍 피하고 있었기에 그냥 가만히 잠자는 척을 하고 있었음.
밥은 행맨이 도서관에서 나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창가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따뜻해서 다시 잠에 빠져들고 있었음. 그래서 뚜벅뚜벅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도 그냥 꿈을 꾸고있거나, 잘못 들었나 싶었겠지. 다가오던 발자국 소리도 어느새 사라지고 몇 분간 조용했으니까.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밥은 도서관도 조용하고, 이 정도면 행맨도 나갔겠다 싶어서 눈을 떴어. 잤다 깼다 해서 졸리고 몽롱한 상태이지만 차라리 자료들을 빨리 보고 퇴근해야겠다 싶어서 고개를 들었음.
그런데 아무래도 계속 꿈인가 봐. 그게 아니라면 행맨이 눈앞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밥은 눈을 끔뻑거리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 행맨을 보면서 말했어.
"...행맨?"
"...도서관 죽돌이라더니 사실은 잠꾸러기였나 봐?"
밥은 자신의 말에 멈칫하더니 퍽 다정하지 않은 말을 건네오는 걸 보고 이게 꿈이 아니라는걸 깨달았지만, 어째서 행맨이 제 머리에 붙어있지도 않는 먼지를 떼어내는 척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음.
그 이후로, 크게 다를 바 없는 밥의 일상에 행맨이 추가됐어. 처음에는 도서관에 오지도 않던 행맨이 왜 이렇게 자주 도서관에 오는 건지 불편하기도 했지만, 행맨은 조용히 밥의 맞은편에 앉아서 책을 읽었기에 뭐라고 할 수도 없었겠지. 밥이 책을 읽다가 잠깐 고개를 들 때마다 행맨과 눈을 자주 마주쳤겠지만, 밥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거임.
그런데 같이 다니다 보니 편한 거지. 혼자 도서관에 다녔을 때에는 식사도 거르기 일쑤였는데 행맨과 같이 있을 때는 행맨이 커피도, 간식도 챙겨주고, 식사시간이 다가올 때는 자신을 콕콕 찌르면서 베이비는 이제 밥 먹으러 갈 시간이라면서 꼬박꼬박 챙겨주기도 했고,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은근히 다정한 면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될거임.
그러다 어느날, 행맨이 파견 때문에 밥이 2주정도 혼자 도서관을 가게 되고, 밥이 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행맨을 부르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아무도 없는 맞은편 자리를 보고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었을거임.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 때마다 행맨과 눈을 마주쳤는데 텅 빈 자리만 있으니까 뭔가 어색한거지. 처음에는 그저 불편했던 행맨이였는데 어느새 행며들은 밥인거야.
밥이 무의식적으로 행맨을 찾던 2주가 지나고, 행맨이 복귀하기로 한 전날밤, 밥은 자기전에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자료를 찾게되고 고민에 빠져. 파견을 나가기 전에 행맨이 복귀날에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했는데 오후에 이 자료를 봐도 되나 잠시 고민했지만 잠깐만 읽고 준비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근무가 끝나고 도서관에 갈거임.
하지만 학구열 높은 밥이 그게 될 리가 있나. 밥은 근무를 끝내고 몇 장만 보려고 했던 자료를 앉은 자리에서 몇십 장을 읽어내다가 잠시 목을 축이려고 자료에 눈을 고정시킨채로 물병을 더듬거리면서 찾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손에 물병을 쥐어주는거임. 밥의 손에 물병과 함께 누군가의 손가락이 닿아서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온 건지도 모를 행맨이 제 맞은편에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음. 그리고 밥은 어느 순간부터 행맨이 저런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봤던거지하고 생각하게 되겠지.
밥이 멍하니 행맨을 쳐다보다가 아차 싶어서 급하게 핸드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하는데 역시나 약속시각은 훌쩍 넘겨있었고 행맨으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 문자가 쌓여있을거임. 행맨한테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행맨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피식 웃음. 밥은 제 안절부절한 얼굴이 그렇게 웃겼나 싶어서 괜시리 웃음을 참는 행맨의 다리를 발로 가볍게 툭 쳤는데 오히려 더 웃음을 참는 게 느껴졌음.
"...도서관이니까 그만 좀 웃지. 백맨."
행맨은 중얼거리는 자신의 말을 들은 것인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더니 얼굴을 제 귓가에 가까이 가져다 대고 말했음.
"그러니까 뭘 그렇게 집중해서 보는 거야 베이비. 아까부터 계속 쳐다봤는데 그정도로 재미있었어?"
갑자기 훅 들어와 속삭이는 행맨의 목소리에 밥은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났음. 행맨의 낮은 목소리 탓인지, 훅 들어온 행맨의 잘난 얼굴 때문인지는 몰라도 심장이 두근거렸을거임. 그와 동시에 이게 뭔가 싶었을 거야.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은 행맨한테서 느끼면 안 될 감정이거든. 뭐든지 확실하게 하는 게 좋은 밥이라 자기감정도 언제나 확실하게 아는 밥일거임. 그래서 이 감정은 연애할 때나 느끼는 감정이라는 걸 바로 알았겠지.
급하게 일어나느라 쿠당탕거리는 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고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밥과 행맨에게로 쏠렸겠지. 사람들은 새빨개진 밥의 얼굴과 능글거리는 표정의 행맨을 보아하니 저 행맨이 또 애기대위를 놀렸겠구나 하고 신경을 껐겠지만 행맨은 평소와 다른 밥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거야. 드디어 밥한테서 반응이 왔구나 하고.
안 봐도 붉어졌을 게 뻔한 제 얼굴을 한 손으로 가려보려던 밥은 씨익 웃으면서 제게로 다가오는 행맨을 보자 행맨을 처음 도서관에서 봤던 때가 떠올랐어.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 흐릿하게 보였던 행맨의 얼굴이 저런 얼굴이었던 거 같다고. 그리고 밥은 얼굴을 가린 제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도서관 밖으로 이끄는 행맨을 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거임. "아.. 망했다"하고.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빨리 고백해라
행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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