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hygall.com/533823182
view 6867
2023.03.26 00:39
뱀을 사랑했던 사람이 날마다 뱀을 끌어안고 잤다
뱀은 온몸의 굴곡을 따라 꼭 맞았다
침대 안에서 꿈은 공평했고
각자의 온도가 높낮이를 구부려 맞출 때
따뜻하다고
단단하다고
빈틈없는 부드러움이 운명의 모양인 줄만 알았고
뱀이 지나간 거실
뱀의 허물이 또하나 늘었다
이곳의 바닥에서
꼭 자신도 언젠가 한 번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무언가 벗고 싶었는데
사람은 자신의 둘레를 밀착하는 일로
뱀의 전부를 끌어안고 있다고 믿었다
믿음은 촉감의 크기로 충만했다
어느 날부턴가 뱀이 먹이를 먹지 않았다
아픈 뱀을 사람은 매일 안아 길렀다
옆으로 누워 머리에 입을 대고
발가락으로 꼬리를 간질여주면서
뱀은 먹이를 먹기 전
몸을 대어 길이를 잰다
삼킬 수 있는지 없는지
몸통을 늘려 재어본다
사람은 알고 있었다
아주 차분하게 눈을 감고서
이미 알고 있었다
/최현우, 탈피의 역순
뱀은 온몸의 굴곡을 따라 꼭 맞았다
침대 안에서 꿈은 공평했고
각자의 온도가 높낮이를 구부려 맞출 때
따뜻하다고
단단하다고
빈틈없는 부드러움이 운명의 모양인 줄만 알았고
뱀이 지나간 거실
뱀의 허물이 또하나 늘었다
이곳의 바닥에서
꼭 자신도 언젠가 한 번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무언가 벗고 싶었는데
사람은 자신의 둘레를 밀착하는 일로
뱀의 전부를 끌어안고 있다고 믿었다
믿음은 촉감의 크기로 충만했다
어느 날부턴가 뱀이 먹이를 먹지 않았다
아픈 뱀을 사람은 매일 안아 길렀다
옆으로 누워 머리에 입을 대고
발가락으로 꼬리를 간질여주면서
뱀은 먹이를 먹기 전
몸을 대어 길이를 잰다
삼킬 수 있는지 없는지
몸통을 늘려 재어본다
사람은 알고 있었다
아주 차분하게 눈을 감고서
이미 알고 있었다
/최현우, 탈피의 역순
https://hygall.com/533823182
[Code: a0f7]